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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예멘 비난:
‘실패한 국가’ - 불순한 의도가 있는 용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디트로이트 상공에서 일어난 여객기 폭탄 테러 미수 사건과 예멘에 있는 알카에다 조직의 연관이 확인되자마자 [미국 정부와 언론은] 예멘을 “실패한 국가”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 “실패한 국가”라는 말은 법, 질서, 사회기반시설이 파탄난 나라들을 묘사하는 데 유용한 듯하다.

그러나 이 용어는 ‘새로운 제국주의’의 무기고에 있는 중요한 이데올로기 무기다. 대개 제국주의는 이렇게 저렇게 외국에 개입할 때 이 무기를 먼저 배치한다.

어떤 국가가 실패한 국가인가? 가장 흔한 견해는 훌륭한 “협치[거버넌스]” 전통이 없는 국가가 실패한 국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협치[거버넌스]” 전통이란 법치 존중, 공명정대한 국가 관료의 존재, 자유로운 공명 선거, 소수자에 대한 관용 등을 말한다.

이 목록을 보면서 먼저 드는 생각은 실패한 국가에 사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참 불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도둑놈들이나 다름없고, 국가 관리들은 부패했고, 국가기관들은 조직 범죄와 긴밀한 연관이 있고, 이주자들을 박해하는데도 이탈리아를 “실패한 국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탈리아는 어느 나라가 “실패한 국가”인지를 규정하는 국가들 중 하나다.

사실, 이른바 “실패한” 국가들은 으레 ‘남반구’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실패는 서구 열강이 용납할 수 없을 만큼 불안정이 심각한 것을 가리킨다. 대개 그런 나라들의 실패는 전에 서구 열강이 오랫동안 개입한 결과다. 그 과정은 보통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19세기에 서구 열강은 아프리카, 중동, 극동 지역을 점령하고 식민지로 삼았다. 열강은 수십 년 동안 이 지역의 광물자원을 강탈했고 식민지 지배자들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경제를 파괴했다.

파괴

서구 열강은 제국의 지배를 유지하려고, 식민지 주민들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인종[부족]”집단으로 분류해서 특정 소수 집단에게는 특권을 부여하고 다른 집단들은 차별했다.

[그러나] 민족해방운동이 일어나 처절한 투쟁 끝에 마침내 승리했다. 열강은 떠났지만 이미 황폐해진 국토에서 새로운 지배자들은 이런저런 권위주의 모델로 통치했다.

끔찍한 빈곤과 그 밖의 요인들이 맞물려, 토지와 자원을 둘러싼 필사적인 투쟁이 시작됐다. 이런 투쟁은 흔히 “인종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는데, 그런 정체성은 식민지 시절 제국주의 정권이 만들어 냈거나 적어도 중요하게 부각한 것이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나 콩고민주공화국처럼 특히 끔찍한 경우에는 국가가 단지 실패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국가의 통치권이 국토 전체에 미치지 않는다.

이런 게 진정한 국가 붕괴 사례지만, 서구 열강은 그런 “실패”에는 관심이 없다. 사실, 실패했다고 지목되는 많은 국가는 그 정도로 심각하게 붕괴하지 않았다.

사담 후세인이 통치한 이라크는 1991년 이전에 폭압적 독재 등 “실패한 국가”의 요소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은 국민들에게 식량과 교육 정도는 제공할 수 있었다. 정권의 이러한 능력이 마비된 것은 서구의 경제 제재, 폭격, 침략 때문이었다.

붕괴한 국가들 중에서, 서구의 군사 개입으로 “정권 교체”된 나라들이 반드시 가장 피폐한 나라였던 것은 아니다. 아무리 피폐했더라도 그 국가의 붕괴가 서구 열강의 이익을 위협할 때만 열강은 “정권 교체”를 추구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실패한 국가”라는 용어가 서구의 정치·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빌미일 뿐이라고 지적해야 한다.

그리고 심지어 국가 구조가 붕괴한 나라들에서도 해결책은 각 나라의 국경 안에만 있지 않다.

레온 트로츠키가 주장한 연속혁명 전략의 한 요소는 점점 세계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투쟁의 국제적 성격을 인식한다는 점이다.

혁명 운동이 더 발전한 나라들이 더 약한 나라를 도와줄 것이다. 예컨대, 예멘과 아프가니스탄 위기의 해결책은 이집트 노동자 운동과도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실패한 국가들을 구제하는 길은 실패한 체제를 전복하는 것뿐이다.

출처 영국의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 번역 김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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