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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권리를 후퇴시킬 낙태 처벌 시도는 좌절돼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낙태시술 병원 고발과 형사 처벌 요구 등 ‘낙태 근절 캠페인’을 하겠다고 선포한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프로라이프 의사회)이 2월 3일, 처음으로 낙태 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병원을 고발했다. 《조선일보》 등 우파언론이 낙태 반대 캠페인을 1면 머릿기사로 장식하는 등 이 캠페인은 낙태 찬반 논란에 불을 지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밝힌 내용을 보면, 이 사건 이후 산부인과 중 80퍼센트가 낙태 시술을 거부한다고 답변했다. 이들의 낙태 처벌 시도가 벌써부터 낙태 시술 의사들과 낙태하는 여성들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과감하게 낙태권 공격에 나서는 배경에는 우파 정부 집권 후 달라진 분위기가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우파의 목소리가 득세하고, 정부가 ‘낙태 방지 정책’ 운운하는 것과 관계있는 것이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한국 낙태 문제의 심각성은 …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비교적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책이라도 정부가 당장 내놓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보육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한다고 해도, 낙태하는 여성을 비난하고 속죄양 삼는 ‘낙태 근절 캠페인’의 반여성적 본질을 가릴 수는 없다.

물론 여성 노동자 중 70퍼센트가 비정규직인 현실, 전체의 5.5퍼센트밖에 안 되는 국공립 보육시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엄청나게 드는 교육비, 미혼모 차별과 냉대 등 아이를 낳기 힘든 여건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요구가 왜 낙태권 인정과 대립해야 하는가.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주장은 결국 낙태 처벌 요구가 여성을 위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일 뿐이다.

낙태 처벌 요구의 정치적 배경

여성들이 낙태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비난받거나 처벌 받아서는 안 된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

이 사회에서 출산과 양육은 대체로 여성의 몫이다. ‘미혼모’에게 쏟아지는 악의적 시선에 시달리는 것도,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을 받고 삶 전체의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당사자도 바로 여성이다. 따라서 여성 자신이 출산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월 9일 성명을 내 “프로라이프 의사회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전문의로서 인성과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인공임신중절을 줄이려는 목적 말고,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배자들이 낙태를 불법화한 것과 우파들이 낙태 처벌을 강화하라며 낙태권을 공격하는 것은 실제로는 매우 ‘정치적인’ 목표와 관계있다.

이들이 수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면서도 낙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진정한 이유는 여성의 가정 내 구실을 강조함으로써 여성들이 양육과 가사를 책임지도록 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낮게 유지하려는 것이다.

낙태권 ― 여성해방에 필수적인 권리

오늘날 대부분의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들면서 아이를 낳을지 말지, 언제 낳을지 선택할 권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자신의 출산을 통제할 수 없다면 여성은 삶을 계획하거나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 따라서 낙태권은 여성해방에서 필수적인 권리다.

낙태 문제는 결국 현실에서 불법적이고 위험한 환경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합법적이고 안전한 시술을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낙태 근절 캠페인은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무면허 시술자가 하는 음성적인 낙태 시술만 늘릴 가능성이 높다. 낙태를 처벌하겠다는 위협은 여성들을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고, 위축시킨다. 죄의식과 비용 때문에 망설이다 후기 낙태를 하는 경우도 더 늘어날 것이다.

지난 역사 동안 낙태 불법화는 낙태를 줄이지 못했고 여성들을 비위생적인 ‘뒷골목 낙태’로 몰았을 뿐이다. 안전하지 못한 불법 낙태로 사망하는 여성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8만 명이 넘는다. 따라서 낙태 처벌은 진정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시술 병원을 고발하면서 공이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제 낙태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반여성적인 낙태 처벌 시도는 반드시 좌절돼야 한다. 나아가 낙태를 불법화한 현행 법률은 낙태를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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