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교 학생들이 졸업한 고교생 선배들의 명령으로 강제로 옷을 벗고 뒤풀이를 하는 사진이 퍼지면서 큰 논란이 됐다.
한겨울에 벌거벗겨져 수치스런 주문에 응한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아연실색했다.
일부 보수언론은 “비행학생들을 방치하면 더 많은 선량한 학생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탈 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은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괴물이 아니다. 괴물 같은 극소수가 순진한 또래들을 물들게 하는 게 아니라 병든 사회가 청소년들을 병들게 한다.
좋은 대학만 바라봐라 이겨라 짓밟아라를 강요하는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말로만 우정과 배려를 말해서 될 일이 아니다. 통제와 억압 속에서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때리지 말라, 사고치지 말라 다그쳐 봤자 억눌린 마음을 뚫어 주진 못할 것이다.
이명박은 이런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며 달마다 교육대책회의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명박이 직접 챙기겠다며 열거한 교육현안은 ‘대입제도 선진화, 학교 다양화’ 등 입시 경쟁을 강화해 청소년들을 더욱 고통 속으로 밀어넣을 정책들이다.
또, 이명박은 “교사도 책임이 있다”며 “제도적으로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처럼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를 핑계 삼아 사회적 억압과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우파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영국의 대처 정부도 청소년의 일탈 행위를 빌미로 교원노조와 진보진영 공격에 나선 바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경쟁 교육에 삶을 저당잡힌 청소년들이 ‘뒤틀린 해방감’을 맛보려 하지 않게 하려면 병든 사회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