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정치 활동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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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성인이 된 제자들이 고마움을 표시하며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선배 교사들이 있다. 선생님 덕분에 변화나 성장의 계기를 찾았고 지금의 자신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자와 헤어지고 나면 종종 교사들은 ‘사실 그 제자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는 아니었다’는 멋쩍은 고백을 한다. 자신에겐 사소한 말이나 행동이었을 뿐인데, 당시 학생에겐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의 말과 행동은 늘 조심스럽다(조심스러워야 한다). 권력과 세파에 흔들리지 않을 보편적인 원칙을 지키려고 애써야 한다.
그래서 교육은 한편으로 보수적이고 한편으로 진보적이다. 그렇게 중립이다. 자신이 기준이다. 보수적으로 지켜야할 것과 진보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은 교육계 내의 논쟁이나 사회적 합의에 따라 스스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보수성이나 진보성을 ‘처벌’함으로써 조종하려는 자들이 있다면, 그 자들이야말로 오만하며 정치적으로 불순하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공무원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정치 활동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정치의 핵심 이슈가 된 지 오래다.
‘교육 대통령’을 자임하지 않는 대통령 후보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국회의원, 시의원 등 정치인들은 졸업식 시상을 핑계로라도 지역 학교와 교육에 관심 있는 척해야 한다. 사교육비는 줄이고, 교육 예산은 늘려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말은 거짓 공약이라도 해야 한다. 최근에는 ‘교육 개혁’도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다.
교육은 정치적이다. 그러니 교사들과 그들의 교육활동이 정치의 영향을 받고,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이를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불순하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교육 활동은 놔 둔 채로, 전교조만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교총이 중심이 된 시국선언은 문제가 없고,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갑자기 불법이라고 한다.
더구나 명단까지 공개된 시국선언인데도 조사를 핑계로 전교조 사무실에 쳐들어가서 컴퓨터와 홈페이지 서버를 압수 수색하더니, 일부 판사가 시국선언을 무죄 판결하자, 민주노동당을 지지·후원한 흔적이 있다며 별건 수사로 처벌을 시도하고 있다.
유치원연합회가 한나라당 입당 원서를 돌리고, 교장 등이 한나라당 정치인들에게 고액의 후원금을 입금한 것은 문제 삼지도 않는다.
불순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정치가 바르게 되면 국민들이 배를 두드리고 땅을 구르며 ‘정치 따윈 신경 안 쓴다’고 노래한다는 내용이다.
교사들이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며 시국선언을 하거나, 급식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정당을 반대하고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이명박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교사들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매진하며 고복격양하지 않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에 오히려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
일제고사와 자사고 확대는 학생들의 경쟁을 강화시켜 사교육비가 폭등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학교자율화는 이름만 번지르르할 뿐 교육 관료와 학교장의 제왕적 권력을 강화하며 민주주의의 후퇴를 낳았다.
특정 교육 정책이 해악적이라고 예측되거나 심지어 해악이 눈에 보이는데도 눈과 입을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
교사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틀어막고 정치 권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중립 보장은 아닐 것이다.
교육 정책이 특정 정치 세력의 입맛에 따라 휘둘리지 않게 하는 방법은 정치 권력을 비판하고 분석하고 개입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민주시민의 권한을 교사에게도 제한 없이 부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