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가 올해 개교하는 자립형사립고(이하 자사고)인 하나고에 교육경비보조금 1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지난 2월 26일, 은평구청 앞에서는 자사고 특혜 지원에 반대하는 지역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기자회견에는 민주노동당 은평구위원회, 진보신당 은평구당원협의회, 열린사회은평시민연합, 은평시민넷, 은평두레생협, 은평학부모네트워크, 다함께 서부지구, 은평장애인자립센터가 함께 했다.
하나고는 1년 등록금이 기숙사비를 포함해 1천2백만 원에 달하는 학교다. 학생 한 명 당 등록금이 은평구 지역 일반 가정의 1년 생활비와 맞먹는 셈이다. 그런데 은평구는 낙후한 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편성되는 예산인 교육경비보조금을 하나고에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은평구 교육진흥과 관계자는 “특목고가 있는 다른 지역도 특목고에 교육경비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하나고 1억 원 지원을 정당화하고 있다. 즉, 다른 자치구에 비해 학급 당 학생 수도 많고, 학교 시설도 열악한 은평구지만, 자치단체장들의 특목고 및 자사고 지원 경쟁에서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권영길 의원실에서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특목고 학생이 일반고 학생보다 5.5배나 지자체의 교육경비보조금을 더 받았다고 하는데, 이런 현실에 은평구도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는 일제고사 해직교사이기도 한 정상용 교사가 맡았다. 정상용 교사는 “은평구에는 초등학교가 29개, 중학교가 19개, 고등학교가 16개, 공립 유치원가 38개 있다. 총 학생수를 대략 한 번 더해보니 최소한 10만 명이다. 은평구 총 교육경비보조금 예산인 40 억 원을 총 학생수로 나누어 보면, 1인당 평균 4만 원을 지원받는 셈”이라며, 학생 수가 2백 명도 채 되지 않는 하나고에 1억 원(학생 1인 당 50만 원)을 지원하는 은평구를 규탄했다. 지역의 교사이면서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홍기원 교사는 “학생 수가 3천 명이 넘는 갈현초등학교에 지원되는 교육경비보조금은 2천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은평구는 부자자치구인가. 노재명 은평구청장은 하나고 후원회장인가” 하고 규탄했다.
또한, 표미정 교사는 자사고 지원이 아니라, 무상교육의 일환이기도 한 무상급식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은평구위원회의 팻말에는 ‘1억이면 은평구에서 점심 굶는 아이들 1900명의 한달 급식비인데 … ’라는 문구가 적혀 있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은평구위원회 강화연 위원장은 은평구의 불합리한 예산 집행의 예들을 폭로하며 “장애인 복지 예산은 깎으면서, 주민 혈세를 자기 주머니 돈 쓰듯이 낭비하”는 은평구청장이 “가장 어렵고 열악한 곳에 행정을 펼치라고 뽑은 주민들의 뜻”을 거스르고 있음을 경고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 나는 정상용 교사와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그는 “[은평구청과 하나고는] 이 사실이 많이 알려지는 것을 불편해 할 것이다.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랄 것”이라고 얘기했다. 정말이지 부자들의 세금을 걷어 가난한 이들을 지원하기는커녕 평범한 주민들의 혈세로 소수 부자만을 위한 학교를 지원하는 일이, 대놓고 떳떳하게 할 일은 못 될 것이다. 이에 대해 평범한 주민들이 느낄 불만은, 매우 정당하다. 은평구가 만약 이 기자회견에 관심을 보이던 지역 주민들의 눈길로부터 느낀 바가 있다면, 당장 하나고 지원을 철회하고, 무상급식과 공교육 지원에 돈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