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전국여성대회:
“노동권·낙태권 공격하는 이명박 정부 여성정책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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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3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10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전국여성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7백여 명이 모여 시종일관 활기찬 분위기였다.
102주년 세계 여성의 날 집회는 이명박 정부가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며 유연노동(‘퍼플잡’)을 대안으로 내놓고,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로 1999년 이후 여성실업률이 최대인 상황에서 치러진 집회였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낙태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몇몇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고발을 하면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이 심각한 곤란에 처한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집회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의 주요요구는 바로 이런 여성차별적 현실에 맞서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권과 낙태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이날 집회에서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들이 함께 낙태 처벌에 반대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집회장 근처에는 학교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발하는 사진전이 열렸다. ‘여성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캠페인단은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 한켠이나 보일러실, 창고 등에서 쭈그리고 앉아 쉬거나 찬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을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고발했다.
그밖에 다양한 단체들이 ‘퍼플잡 반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 ‘성소수자 노동권 보장’ 등을 내걸고 캠페인을 벌였다.
본대회에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여성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그는 퍼플잡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이명박 정부 들어 여성의 삶이 더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참다운 인권이 꽃필 수 없다”며 “민주노총이 힘이 되겠다”고 했다.
전국여성연대 이강실 대표는 “우리에게는 이미 정부가 없다”며 “소수 부자들을 위해 노동자·서민과 전쟁을 치르는 정부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강실 대표는 “여성 노동자의 70퍼센트가 비정규직이고, 24퍼센트 이상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현실을 고발했다. 또, “태아 생명권도 소중하지만, 대책 없이 낳은 아이의 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고 주장하며 낙태 처벌에 반대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국염 대표는 ‘경술국치 1백 년’이 되는 올해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여성들을 기념하기 위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당해고에 맞서 지난해 7월에 새롭게 만들어진 KBS노조 계약직 지부 여성 노동자는 “KBS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60퍼센트”라면서 이런 비정규직의 업무를 모두 외주화하고 정년과 고용을 보장하지 않으려는 사측에 맞선 자신들의 투쟁의 소개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들도 무대에 올라와 여성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보냈다. 곽이경 씨는 발언에서 “여성이 세상의 절반이지만 절반 취급을 못 받고 있는 것처럼 우리 동성애자들도 인구의 10퍼센트 가량 된다고 추측되지만 아예 없는 취급을 받고 있다”, “우리 동성애자들은 여성의 낙태선택권을 100퍼센트 옹호한다. 낙태선택권을 박탈하려는 이명박 정부는 동성애자들도 혐오한다”며 “우리가 함께할 이유는 충분하고, 동성애자의 요구는 여성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동성애자들이 고용상의 불이익을 당하거나, 가족관계에서 배제되는 불합리한 상황에 맞서 함께 싸워주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 달라고 호소했고, 집회 참가자들은 따뜻한 연대의 박수를 보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6월 지방선거 여성 예비 후보자들은 ‘퍼플잡’ 반대 선언문을 낭독했고, 전국학생행진 학생들은 여대생들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몇몇 여대의 행태와 낙태를 단속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카드섹션을 준비했다.
이날 집회 때는 전국여성비정규직노조 지하철 청소 여성 노동자들, 전국여성연대의 노가바 공연 등 여성 노동자들의 흥겨운 공연도 펼쳐졌다.
102주년 전국여성대회는 선언문 낭독과 함께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