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분단을 더욱 강화하는 외고생 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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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권영길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합격자 가운데 외국어고 출신 비율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났다.
외고 출신이 많이 진학하는 인문사회계열에서는 특히 외고 출신자들의 비율이 높다. 연세대 인문사회계열은 합격자의 절반가량, 고려대 인문사회계열은 40퍼센트가 외고 출신이다. 이 때문에 “연·고대는 외고 연합동문회”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전체 학생 중 1.3퍼센트밖에 안 되는 외고생들이 주요 대학, 특히 명문 사립대학들에 많이 진학하는 이유는 주요 대학들이 외고생들에게 유리한 입시제도를 계속 도입해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교등급제는 다른 형태의 기여입학제이기도 하다.
우선, 이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내신 비중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연·고대는 정시모집에서 수능 점수만으로 뽑는 ‘수능 1백 퍼센트 전형’을 50퍼센트로 유지하다가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이 비율을 나란히 70퍼센트로 늘렸다. 이는 내신점수가 낮은 외고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다.
둘째, ‘세계선도인재’(고려대), ‘글로벌 리더’(연세대)와 같은 전형으로 뽑는 학생수를 계속 늘리면서, 이 전형의 지원 조건으로 토익·토플 등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요구해 사실상 외고 출신만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명문 대학들이 ‘대학입시 자율화’를 요구하고, 이처럼 외고생들에 집착하는 것은 부유한 상류층 학생을 많이 뽑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대학 동문이 상류층이라면 기부금을 많이 받을 수 있고, 기업 경영진이라면 기업 기부금도 받기 쉽다.
각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고 적립금을 쌓으며 벌이는 ‘자산 불리기’ 경쟁도 이와 관련이 있다. 대신 명문 대학들은 상류층 자녀에 졸업장을 발급해 이들이 다시 상류층으로 진출하는 데 날개를 달아 주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는 지난 3월 3일 “고교등급제 [금지]는 현실적으로 이미 무너진 제도”라며 기여입학제·본고사·고교등급제를 금지한 ‘3불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외고 우대증’을 발급하려고 복잡한 제도를 고안해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학들이 상류층을 맘 놓고 뽑을 수 있도록 이명박 정부가 도입하려는 핵심 정책이 바로 입학사정관제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입시뿐 아니라 외고·자사고 등의 명문고 입시에서도 온전히 입학사정관으로 뽑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상류층 학생들은 초·중등학교에서부터 평범한 가정의 학생들과 분리돼 별도의 교육을 받으며 손쉽게 명문 대학에 입학하게 될 것이다. 반면, 평범한 가정의 학생들은 더 좁아진 명문 대학의 입학문을 통과하려고 더욱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교육에 시장을 도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경쟁을 강화할 뿐 아니라 계급 차별을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우익들은 경쟁 강화를 내세우며 고교평준화 폐지를 주장하지만 이것은 결국 계급 구분선을 또렷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자사고 등을 폐지해 고교평준화를 정상화하고, 대학평준화로 입시 경쟁을 없애지 못하면 교육 불평등은 더 심각해지고 학생들의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