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일자리를 위해 정규직이 잔업을 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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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주공장 노동자 3천5백여 명이 비정규직 18명의 해고를 막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연대”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시달리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큰 위안과 가능성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처한 것은 사측이 버스 판매가 부진하다며 생산 속도를 낮추고 인원을 조정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전주공장에서 만난 한 노조 간부는 “사측은 2년 전에 물량이 많다며 노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야맞교대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재고가 많다며 UPH-DOWN(생산라인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고 사정을 전했다.
사측은 버스부 정규직 42명을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하고 비정규직 18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투쟁은 비정규직 해고 계획을 통보한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먼저 비정규직 지회가 출근 홍보전을 진행했다. 정규직 노조도 출근 홍보전에 결합했다.
한 노조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 집행부는 각 사업부 간담회, 각 사업부 대표 간담회, 현장위원 간담회 등을 진행하면서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갔습니다. 결국 버스부는 투쟁 수위를 높여 2일부터 주야 잔업거부를 시작했고, 5일에는 전체 공장에서 잔업을 거부했습니다.”
이런 연대투쟁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잔업·특근 수당까지 포기하고 동참했기에 더 빛났다.
버스부의 한 현장위원은 “언젠가는 정규직도 똑같은 상황이 올 것이고,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투쟁하자”는 생각이었고, “18명의 해고를 막아낸다면 다른 작업장에서도 보고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비정규직 활동가는 “정규직이 나서니 비정규직도 힘이 났다”고 했다.
잔업 거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투쟁에 놀란 사측은 처음에는 ‘3개월 계약연장’, 나중에는 ‘단기직 계약해지 후 그 자리에 비정규직 18명 배치’라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우리에게는 원청이건, 하청이건, 장기 계약직이건, 단기 계약직이건 다 같이 땀흘리는 평등한 노동자일 뿐”이라며 사측의 양보안을 거부하고 투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주공장 사장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이미 내 손을 떠났다”며 18명의 고용보장만은 양보하지 않았다. 사측은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투쟁이 승리할 경우, 전국 곳곳에서 그런 투쟁이 번져갈 가능성을 걱정했을 것이다.
따라서 잔업과 특근 거부 이상으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연대를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버스부 대의원회가 3월 9일에 비정규직 해고 문제는 빠뜨린 채 정규직 전환배치만 합의해 버렸다.
하지만 18명의 해고를 막아낼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사측이 18명을 해고할 때까지 몇 주간의 시간이 있다.
다행히 정규직 노조와 활동가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며 전체 조합원 서명, 중식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비정규직 지회도 공장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전체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조직 확대 사업을 적극 펼치기로 했다. 버스부 대의원회도 “책임의식을 갖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 노조와 현장 활동가들은 이런 의지를 최대한 조직해 18명의 해고를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도부도 하루빨리 전주공장 투쟁을 지지하는 방침을 내고 실질적 연대에 나서야 한다.
모승훈 다함께 노동조합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