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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 투쟁 무마 위한 잡담 장소

노사정위 - 투쟁 무마 위한 잡담 장소

노무현 정부는 노사정위를 통해 “대화와 타협의 신노사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한다. 노사정위는 올해 안에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노무현은 “노사정위에서 결정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직접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민주노총의 참여를 종용할 태세다.

〈한겨레〉도 “노사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게 진정한 ‘실리주의’라며 바람을 넣는다.

그러나 이미 김대중 정권 시절 노동자들은 노사정위가 노동자들한테 어떤 실익도 가져다 주지 않았음을 경험했다. 노중기 교수에 따르면 노사정위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이나 구조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통제 장치”였다.

노사정위는 기업주들한테 이익이 되는 것은 아주 신속하게 처리했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는 단 며칠 만에 통과됐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다른 법안들은 모두 미뤄지고 유보되고 난항을 거듭하다가 급기야 실종되곤 했다. 실업자의 노조 가입 문제가 그랬고 공공요금 인상 억제 합의도 그랬다.

애초의 법안을 누더기로 만든 경우도 있다. 주5일제 법안은 노사정위에 머무르는 동안 완전히 누더기가 됐다.

김대중 정권 하에서 노사정위에 관한 여러 논쟁이 있었다. “노사정위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론 현장 노동자들과 급진 좌파는 단호하게 탈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폈다. 예를 들어 당시 문성현 금속연맹 위원장은 금속연맹 선거에서 “왜 노사정위 탈퇴가 공약에 없느냐”는 도전적인 질문에 답해야만 했다.

그러나 당시 노사정위에 참여한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노사정위를 활용하기는커녕 김대중한테 활용당했다.

1998년 1월 15일 출범한 제1기 노사정위원회가 한 가장 중요한 일은 정리해고제와 파견노동자제도를 법제화한 것이다.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 합의안은 부결되고 정리해고제에 합의한 민주노총 1기 지도부는 해임됐다.

그러자 김대중은 민주노총 지도부를 노사정위에 어떻게 해서라도 끌어들이기 위해 보따리를 내놓았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의 위상 강화, 구속노동자 석방 등을 약속받았다. 그리고 1998년 6월 10일에 민주노총이 참여한 2기 노사정위가 다시 출범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참여하자마자 약 보름 동안 구조조정안이 줄줄이 발표됐다. 55개 퇴출기업이 발표됐다. 2차 금융구조조정안이 발표됐고 5개 은행이 퇴출됐다. 급기야 현대차는 정리해고를 신고했다. 11개 공기업 민영화 계획안도 그 뒤를 이었다. 노동자 수만 명의 일자리를 순식간에 날려 버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게 바로 2기 노사정위가 만들어진 이유였다.

노사정위는 노동자 투쟁을 억제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기구였다. 노사정위는 노동자 운동이 조용하면 ‘동작 그만’ 했다가도 노동자 운동이 기지개를 펼 기미를 보이면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사정위 위원이었던 김대환 교수는 “노사정위가 없어졌을 때 생겨날 사회적 갈등은 엄청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노사정위의 진정한 역할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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