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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통용 지역의 위기에 관한 성명서

1. 세계적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정부들은 엄청난 돈을 금융 시스템에 쏟아 부었다. 세계경제를 안정시키려고 미국, 영국과 유로화 통용 지역의 정부들은 총14조 달러의 구제 금융을 투입했고, 지난해 중국은 1조 4천억 달러를 신규 대출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낳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선진국들의 성장률은 정체돼 있고 실업률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 새로운 금융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인 현 경제 위기가 끝나지 않고 지속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위기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2.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쟁점은 공공부문이다. 구제 금융 덕분에 살아난 금융 시장은 이제 구제 금융 지원 때문에 증가한 정부 차입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금융 시장은 공공 부문 지출을 대폭 삭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위기를 초래한 자들 ― 다른 누구보다도 은행들 ― 에서 노동자들 ― 단지 공공부문 노동자만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 로 떠넘기려는 계급적 시도다. 금융 시장이 긴축 정책과 공공부문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경제 위기를 계기로 이론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여전히 정책 결정 과정을 지배하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3. 현재 폭풍의 눈은 그리스다. 그리스는 유럽 경제들 중에서도 특히 약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호황 시기 부채가 누적됐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로화 통용 지역의 거인인 독일과 경쟁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금융 시장, 유럽위원회와 독일 정부의 압력 아래,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정부는 선거 공약을 어기고 국민소득의 4퍼센트에 해당하는 공공 지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4. 다행히도 그리스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훌륭한 사회적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8년 12월 발생했던 그리스 청년 반란의 선례를 따라, 그리스 노동자 운동은 정부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전 세계의 사회주의자, 노동조합원과 반자본주의자 들의 연대를 필요로 한다. 금융 시장은 그리스를 첫째 표적으로 삼았다. 금융 시장은 다른 나라들도 노리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의 승리는 다른 나라의 저항에 큰 힘이 될 것이다.

5. 긴축 정책에 맞선 투쟁은 현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는 대안을 건설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 프로그램은 이윤보다 사람의 필요를 우선시하고 시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조처들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조처로서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 공공 지출 삭감 정책과 연금 제도 개악을 중단·철회하라. 의료와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 진정한 누진세를 도입해 부자에서 빈민으로 부와 소득을 재분배하라.

· 모든 은행을 국유화해 민주적으로 통제해 평범한 사람들의 능력 계발을 지원하고 기후 혼란을 막는 조처들에 투자하는 공공 기관으로 전환하라.

· 폐쇄되거나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공장을 국유화하고 노동자들의 통제 아래 둔다.

·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공 투자 계획 ― 대중교통,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민간과 공공건물의 보수 ― 을 수립하라.

· 자본 이동에 대한 통제를 복원하고 국제 금융 거래에 조세를 부과하라.

· 이주자와 난민 들을 속죄양으로 삼지 마라. 그들을 합법화하라!

·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든 점령군을 철수하고 군비를 대폭 삭감하고 나토를 해체하라.

6. 이들 조처는 자본주의 지배를 파괴하고 그것을 민주적 사회주의 계획이라는 완전히 다른 경제 논리로 대체하는 근본적 전환의 첫 단계이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 위기 같은 심각한 위기는 급진적·혁명적 좌파가 그런 대안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10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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