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 조전혁이 학교별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요구했다. 국민의 알 권리라고 그 이유를 포장한다.
사실 요 몇 년 동안 보수 언론과 정권이 전교조를 ‘불온 세력’, ‘부도덕한 세력’, ‘교육보다 정치에 관심 있는 세력’ 등으로 근거 없이 매도하며 공격할 때, 전교조 활동가들은 학교에서 ‘커밍아웃’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 학생이 우리 학교에서 누가 전교조 선생님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누군지 맞춰 보라고 말했다.
그 학생은 두 분 정도만 틀리고 모두 맞췄다.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가깝게 지내며 수업도 열심히 하는 것이 전교조 선생님들의 공통점이라 했다.
전교조는 여전히 희망이다. 그러나 사실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동료 교사들조차 정확히 누가 전교조 교사인지 의식하지 않고 지낸다.
전교조는 조합원 스스로 늘 반성하게 하는 기준이 되고, 학교 민주화와 학생 인권을 당당하게 외치는 배경으로 작용하는 단체이지, 보수 언론이 말하는 ‘불순’ 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교조 조합원들이 학생들과 학교 민주화를 위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해서, 조전혁 의원과 교과부가 하려는 것처럼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압으로 공개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특정 종교를 가진 교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전교조 조합원 명단도 본인들의 뜻을 거슬러 공개돼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는 교사(2차 시국선언에 2만 8천6백여 명이 참가했다)들이 자발적으로 명단을 공개할 땐 불법이라고 우기더니, 왜 지금은 강제로 명단을 공개하려 하는가.
교과부는 지난해 8월에 ‘교원단체별 교사 명단 제출은 개인의 사생활 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국정감사에 따른 자료 요구라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던 교과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둔 집권당의 선거 대응과 관계 있는 듯하다.
이미 교과부는 전교조도 함께하는 시민단체의 무상급식 운동을 차단해야 한다는 선거 대책 문건을 한나라당에 제출했다.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공정택을 비롯한 우파 후보들은 ‘전교조에 학교를 맡길 수 없다’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교과부와 한나라당은 불법 관권선거 모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전교조 조합원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시국선언이나 서명 활동을 탄압하지 말고 자유롭게 허용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