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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 대한 <조선일보>의 거짓말

아르헨티나에 대한 〈조선일보〉의 거짓말

〈조선일보〉가 아르헨티나에서 국가 부도 사태의 원인을 노동자 투쟁과 페론주의 정당의 ‘노동자 퍼주기’로 묘사하는 것은 거짓 선동이다.

후앙 페론이 집권했던 1940년대 말 아르헨티나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속해 있었다. 당시 아르헨티나 경제는 육류·식료품 수출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유럽의 농업이 회복됐고, 미국 농산물이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아르헨티나 수출은 차질을 빚었다. 국내 산업도 예상한 것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친노동 정당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과는 달리, 페론주의 정당(정의당)은 경제 위기에 직면하자 지금의 신자유주의에 해당하는 정책들을 펼쳤다. 페론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시장을 개방했지만 그 성과는 일시적이었다. 페론은 노동자들을 공격하면서 저항에 부딪혔고, 권위주의적 정책으로 대중의 미움을 받았다. 결국 위기 관리 능력 부재로 지배 계급의 불신과 불만을 받아 가다가 1955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1989년에 집권한 페론주의자 카를로스 메넴도 결코 친노동자적이지 않았다. 그는 국영 기업들을 대부분 사기업화했을 뿐 아니라 일자리를 대폭 줄였고, 파업 노동자들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이 당시 아르헨티나는 IMF가 권고한 정책들인 규제 완화·민영화·노동 유연화를 적극 도입했고, 그래서 세계 지배자들로부터 “아르헨티나가 IMF의 모범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의 원인은 노동자 투쟁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었다. 1991년 아르헨티나는 페소화를 달러화에 연동시키는 페그제를 실시해 아르헨티나 경제를 국제 금융시장의 리듬에 더 종속시켰다.

파국은 1997년 동아시아 위기 때 찾아왔다. 동아시아에서 금융 공황이 발생하자 아르헨티나에 들어온 해외 자본들이 서둘러 빠져나갔다. 페소화가 달러화와 연동돼 있어서 아르헨티나가 입은 타격은 남미 경제에서 더욱 심각했다.

소위 경제 기적을 일구었다는 바로 그 신자유주의 정책이 경제 기적을 하룻밤 사이에 신기루로 만들고 아르헨티나 경제를 심각하고도 장기적인 불황에 빠뜨렸다.

노동자들이 ‘국익’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쟁을 자제한다 할지라도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위기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역사적 사실과 지금 벌어지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기 계급의 이익에 맞게 편집할 뿐이다. 오히려 아르헨티나의 경험은 신자유주의의 파탄을 보여 주는 가장 극명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