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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감호제도 부활 시도:
사회·행형정책의 실패를 개인에게 떠넘기기

부산에서 일어난 성폭행 살인 사건 이후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언론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사진을 1면에 장식하며 자백 여부를 생중계하고, 정치권은 수십 년간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여 어렵게 폐지된(사실상, 법률상) 사형제 집행과 보호감호제도(유죄 판결이 확정된 특정 범죄자를 형집행 이후 다시 일정 시설에 감금하는 제도)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상권이나 생명권, 자유권을 이야기하면 가해자를 두둔하냐며 몰매 맞기 십상이다.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야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불편하고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지난해 청와대가 용산화재참사 문제를 언론보도에서 퇴출시키려고 군포 연쇄 살인 사건을 이용한 것처럼 이번 사건도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고 있으며 그 상황에서 피해자 인권이나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이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가 그 하나다.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 특정 유형의 사람을 전자발찌를 채우고 장기간 안 보이는 곳으로 추방하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우려다.

삭감

2005년도에 폐지된 보호감호제도도 그 탄생 배경에는 신군부의 정치적 목적이 있었고, 시행 과정에서는 추방과 배제의 논리가 작용했다.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사회정화’라는 미명하에 ‘불량배 일제검거에 관한 계엄포고 13호’를 발동하고 6만 7백55명을 검거했는데 이 중 3만 9천7백42명을 군부대로 강제 이송시킨 후 이른바 ‘삼청교육’을 실시했다.

삼청교육 만료시한이 다가오자 사회복귀를 막으려고 ‘청송보호감호소’를 설치하고 보호감호제도를 담은 사회보호법을 제정했다. 삼청교육은 사회의 ‘쓰레기’들, 사회 위험인자들을 격리·교화시켜 사회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그러나 실은 불법적인 권력 찬탈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고 신군부의 ‘정당성’을 홍보하려 기획된 것이었다.

이렇게 제정된 보호감호는 25년 동안 사회정책과 행형정책의 실패를 개인에게 떠넘기고 우리 사회에 성가신 자들을 일정 기간 보이지 않는 곳에 가두는 구실을 해 왔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한 보호감호제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피보호감호자의 학력이 중졸 이하가 71.4퍼센트이고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하층에 속하며 최초로 범행을 저지른 나이가 20세 미만인 경우가 68.8퍼센트였다. 이는 피보호감호자 대부분이 사회경제적으로 무능력자들임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지금의 보호감호 논의 역시 사회경제적 무능력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외면한 채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시도가 다분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호감호제도 부활에 대한 우려가 기우이면 좋으련만, 정부가 지난해 군포연쇄 살인 사건에서 그토록 ‘호들갑’을 떨어 놓고도 2010년 예산에서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아동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지원하는 기관의 예산이나 성범죄자 치료 재활 예산을 줄이고, 성범죄자 교육과 홍보사업 예산 역시 삭감한 걸 보면 지나친 우려는 아닌 것 같다.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신자유주의에서 추방과 배제는 가장 손쉬운 범죄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추방과 배제가 우리를 겨냥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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