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 등록금 투쟁:
학생들이 교직원 임금동결을 지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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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이 진행중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전체학생총회를 성사시킨 힘을 바탕으로 신입생 등록금 차등책정분을 환불받는 성과를 거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은, 올해도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등록금인상(3.19퍼센트) 통보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겨울방학 기간에는 본관의 주요 부서를 점거하면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이후 진행한 면담에서 총장은 끝내 ‘학생들이 이해해 달라!’ 라는 어이없는 핑계만 늘어놨다. 더군다나 이는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이미 등록금을 동결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학생들의 분노는 불 보듯 뻔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관심과 지지를 바탕으로, 현재 날마다 스무 명 넘는 학생들이 정문 홍보전을 하고 있다. 과학생회, 단과대학생회 총회에서 등록금 인상분 환불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등록금 인상분 환불, 불합리한 학사제도 개선, 공영재단의 민주적 운영, 위선적인 취업후 상환제 개선, 등록금 상한제 입법 등, 총학생회의 주요 요구안은 전적으로 옳다.
그런데 이 등록금 투쟁을 주도하는 총학생회의 여러 성명서 내용 중 한 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등록금으로 교수와 직원들의 임금이 지급되는 상황에서 직원노조의 임금 동결 선언은 당연한 이야기’라며 교직원 임금 동결을 환영한 것이다.
현재 법이 정한 만큼 재단전입금을 내지도 않을 정도로 재정구조가 기형적인 우리 학교에서 등록금으로 거의 모든 임금이 지급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학교 재정수입의 거의 대부분이 학생들의 등록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의 임금동결 선언을 당연시하는 것은 학생들이 분명히 압박할 대상인 재단에 면죄부를 주는 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재단이 지금보다 학교재정에 투자를 많이 하고, 적립금을 수백억 원씩 쌓아 놓지 않으면 임금 문제도, 등록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계급의 일원인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지배자들이 아무 죄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기의 대가를 전가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이럴 때 등록금 인상과 임금 동결 때문에 함께 고통받는 학생들과 직원들이 연대해서 투쟁해야만 진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반대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활동한 우파 총학생회가 직원 임금 인상 때문에 학생 등록금이 올랐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며 학생들과 직원들을 이간질한 결과, 등록금 인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4년간 등록금 인상을 막지 못했다.
직원 임금 동결을 환영하는 입장은 정부와 자본가들의 고통분담론을 수용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정당하게 벌이는 투쟁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구실을 할 수 있다.
사립대학 등록금 투쟁에서 학생들의 분명한 공격 대상은 평범한 교수들도, 직원들도 아닌 학교 당국과 재단과 정부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