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날마다, 시간마다, 분마다, 나름대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젊고 풍요로운 내 영혼은 온갖 환상으로 가득했다. … 언젠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읽는다면, 그렇게 순수하고 행복한 시절 다음에 범죄로 시작되고 단죄로 막을 내리는 끔찍한 시간이 어떻게 가능한지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한 사형수의 독백을 통해 사형수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뼈와 살로 된 인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타고난 악마는 없다는 것을 진실하게 전달한다.
사형수들은 달콤한 옛 추억에 잠기는 시간도 간수들의 말 한마디면 “공중으로 날아가려는 곤충을 절망에 빠뜨리는 실처럼” 현실로 난폭하게 끌려오고 만다. 정신적 고통은 마치 “기요틴의 칼날이 6주에 걸쳐 떨어지는 것과 같”고, “십오 분이 지날 때마다 … 일년 늙는 것만큼” 늙어 간다.
위고는 1829년 이 책을 처음 출간할 때 부러 자신의 이름을 빼고 익명의 사형수가 남긴 편지로 소개했고 3주 뒤에야 본인이 쓴 것임을 밝혔다. 5년 뒤에 쓴 서문에서 그는 이 책이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한 직접적·간접적 변호라는 사실을 표명한다, 아니 오히려 큰 소리로 고백한다”고 썼다.
위고는 모든 사형수들을 옹호하려고, 이 소설의 주인공을 특정한 인간이 아니라 모든 사형수들의 일반화된 모습으로 그리려고 애썼다.
그래서 범죄 사건의 구체적인 묘사를 포기했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이 사형수가 어떤 이유로 사형을 언도받았는지 끝내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때문에 우리는 사형수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더 실감나게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