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월 5일 강남역 삼성 본관 앞 촛불 문화제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최근 소환장을 받았다. 당시 추운 날씨였지만 삼성 하청 노동자들, 백혈병 피해자 가족 등 촛불 1백여 명이 모여 뜻을 함께했다. 참가자보다 더 많은 경찰이 삼성 본관 앞을 지키고 서서 해산 명령을 줄곧 해댔다.
그 뒤 두 달이나 지나서 경찰은 내가 불법 집회에 참가했다며 두 번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규모가 작은 문화제였는데도 소환장을 발부한 것은 삼성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2005년 이건희 명예 철학 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부터 시작된 삼성과의 악연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노조 탄압에 앞장선 이건희에게 학위를 수여한다는 것은 대학 본부가 추구하는 가치가 철저히 돈과 기업을 향해 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2005년 당시 학생 1백여 명이 이건희 학위 수여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그러자 학교 당국은 이건희에게는 머리를 조아렸고 학생들에게는 징계하겠다고 위협했다. 보수 언론들과 정부 각료들까지 나서서 학생들을 공격했다. 이건희는 일이 커지자 “내 부덕의 소치”라며 일을 무마하려 했다. 곧이어 폭로된 ‘삼성 X파일’은 학생들의 시위가 정당했음을 다시금 보여 줬다.
그러나 1년 뒤, 이 시위에 참가하거나 주도했던 학생 일곱 명이 출교됐다. 학교 측이 징계 이유로 내세운 것은 본관 밤샘 시위였지만, 이건희 반대 시위에 대한 보복 징계라는 것도 명백했다.
자퇴한 김예슬 씨가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학 생활에 의문을 가지게 된 세 가지 사건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이 사건은 고대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래도 노동자·학생 등 많은 이들의 연대 덕분에 우리는 2년 만에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복학한 후 나는 삼성에 맞서 싸우는 많은 이들과 연대하고자 했다. 출교 철회 투쟁이 승리한 것처럼 삼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길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솔직히 갑작스런 연행이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수년간 탄압에도 포기하지 않으며 골리앗 삼성에 맞서 싸우는 수많은 다윗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소환에 응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더 많은 다윗들이 생겨나 이 싸움에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도 꿋꿋하게 함께 싸우며 승리에 힘을 보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