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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상을 무기로 싸우겠다고?

이명박 정권이 집권 초부터 강력하게 추진하던 의료민영화 정책들이 6월 지자체 선거 이후로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 ‘모든 진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오는 7월 1일 발족식을 할 예정이다. 시민모임은 의료민영화의 핵심적 한 축인 민간의료보험을 무력화하려면 취약한 보장성을 가진 건강보험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 체납 가구가 2백만이 넘고 생활수준은 떨어지는데, 보험료를 더 내자는 운동은 서민의 한숨만 늘린다. ⓒ사진 제공 인권운동연대

그러면서 지금껏 우리 운동이 국고 지원 같은 당위적이고 원론적인 주장만 펼쳤기 때문에 그 한계가 뚜렷했다고 비판한다. 이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을 ‘보험료 인상’이라는 전 국민적 운동으로 펼쳐내는 종래와는 다른 새로운 참여적 실천운동 방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건강보험은 정률적 국민 부담 + 기업 부담 + 국고 지원이라는 사회연대적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먼저 보험료를 획기적으로 인상하면 기업과 국가의 부담도 강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건강보험 보장성 90퍼센트를 실현하면 국민들에게 ‘민간보험 대신 건강보험으로’ 모든 진료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게 되고, 이러한 국민적 힘으로 전체 가구의 80퍼센트 이상이 가입해 있는 민간의료보험을 규제할 수 있고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낭비적 의료행위의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모임은 이를 위해서 국민 1인당 약 1만 1천 원(가구당 2만 8천 원) 정도만 더 부담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보장성 강화와 병행해서 낭비적 의료행태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포괄수가제와 전 국민 주치의제, 불필요한 장기입원 억제책,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막는 몇 가지 제도적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나는 건강보험 하나로 거의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게 할 정도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모임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 획기적으로 확충돼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니 나부터 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

이는 실질적인 복지 축소와 보험재정 적자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이용당할 가능성을 열어 주게 될 것이다. 값비싼 최고급 의료장비와 시설로 무장하고 과잉 진료와 과잉 검사로 진료량을 대폭 늘린 대형 병원자본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돈줄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국민들에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 될 수 있다. 노동자·서민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해마다 보험료는 올라가는데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여전하고 큰 병 걸리면 한숨부터 나오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민모임은 밑 빠진 독의 밑을 메울 수단으로 ‘포괄수가제’와 같은 정책적 수단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한계는 너무나 명백해 보인다. 왜냐하면 같은 질병이라도 개인이 처한 면역적·사회환경적·유전적 차이 때문에 매우 다양한 치료적 상황들이 단일하게 또는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의사들의 개인적 치료 경험의 차이 때문에 포괄수가제의 수가가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더 중요하게는 새로운 진단이나 치료 방법이 개발됐을 때, 진단이나 치료에 지불되는 사회적 비용에 변화가 발생했을 때 생겨나는 문제들 때문에 포괄수가제로 실제 포괄하지 못하는 변수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료민영화라는 거대한 골리앗에 맞서 싸우는 우리의 대응은 무엇이 돼야 할까?

나는 당면한 국회에서의 법 대응과 함께, 현재의 반민중적인 보건의료서비스에서 겪는 노동자·서민의 분노와 필요를 이야기하고 모아내서 일상에서 투쟁으로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좀더 긴 호흡으로 의료민영화의 대항마로 맞설 수 있는 ‘주체들’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자의 예로 ‘의료사각지대건강권연대’가 벌이는 빈곤층 건강보험 체납자의 ‘집단 민원 신청 운동’이 하나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또, 민간의료보험의 부당한 사례를 꾸준히 모아 보고 그 실체를 알려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형병원들의 과잉진료나 과잉검사의 사례들도 모아 볼 수 있다.

의료민영화의 대항마

대기업·공기업 작업장에서 많은 돈 들여가며 시행하는 종합건강검진들이 병원들의 과잉진료 행위에 일조하고 있지 않은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가 꿈꾸는 보건의료제도의 상은 제도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제 모습을 갖춰 간다고 생각한다.

즉, 보건의료의 영리화에 맞설 공익적 의료기관의 상들을 이야기하고 만들어 나가고, 또 모든 자본주의적 건강 위협에 맞서는 포괄적 ‘지역건강센터’도 차근차근 준비해 보고, 상호 네트워킹을 통해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건강 위협에 맞설 연대의 실천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