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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학교를 서열화시키는 고교선택제

온갖 비리와 부패로 구속된 공정택의 유산인 고교선택제가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학교별 경쟁률은 3년이 지나야 공개한다더니 알 권리를 운운하며 벌써 공개해 버렸다. 지역거주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강남-강북의 이동을 제한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1단계 선택에서 강남권과 사교육특구 지역의 경쟁률이 높았다. 나머지 지역에서도 학생들은 거주 지역 안에서 대학진학률이 높은 학교를 선택했다.

내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사립 고등학교 주변에는 외고·명문사립고와 자립형 사립고가 있었다. 잘사는 학생들은 자립형 사립고로 가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명문고로 쏠리는 바람에 내가 근무한 학교에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주로 모이게 됐다. 그 전에도 강북-강남, 지역구별로 수능성적 격차가 있었지만, 선택제를 시행하자 엇비슷했던 인근 학교들 사이에서도 세세하게 서열이 매겨졌다.

학교 간 경쟁이 가열되자 많은 학교가 입시에서 중요한 영어나 수학, 과학 등의 과목을 많이 배치하는 특성화교육과정을 앞 다퉈 신설했고, 학교 인테리어를 새로 한 곳도 많다. 강북에 있는 사립고에서 근무하는 후배는 학교가 쓸데없이 홍보비에 수천만 원씩 쓰는데, 급식비를 못내는 부모에게 매일 문자를 보내야 하는 현실이 분통 터진다고 했다. 학교 간 경쟁 때문에 눈먼 돈들이 낭비되고 있다.

또한 학교들은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이미지를 주려고 강제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늘리고 있다. 입시전문가를 초빙하고, 유명학원강사들이 방과후수업을 하고 있다. 문제아 없는 학교로 비쳐야 하기 때문에 두발, 치마길이 단속도 늘었다. 인근 학교에서 전교생을 모아놓고 용모단속을 벌이고 공개체벌을 했다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다.

고교선택제 때문에 평준화가 해체되면 대학들은 고교등급제를 다시 시행할 것이다.

무작위 배정을 받아도 집 근처 학교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교육 예산을 늘려 교사를 확충해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고,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학습에 필요한 교재와 시설을 지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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