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과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종말》:
어설픈 분석과 혼란스런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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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리민치는 천안문 항쟁에 참여했고, 그 뒤 개혁·개방에 반대하는 활동 때문에 정치범으로 옥살이를 한 다음 미국에 건너가 지금은 유타대학교 교수로 있는 인물이다. 이런 이력을 보면 전형적인 신좌파다.
하지만 많은 신좌파 출신 지식인들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지금의 중국 지배자들을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리민치는 개혁·개방에 매우 비판적이다.
중국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지만 빈부격차가 심화됐고 국유부문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늘어났다. 정치적·시민적 권리조차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여기서 생겨난 사회적 불만은 죽은 마오가 다시 살아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리민치는 마오주의 부활을 위해 역사적 사건들을 자의적으로 편집한다.
리민치는 대약진운동의 실패와 그로 말미암은 파괴적 영향은 특권 관료집단 때문이지 마오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1959~1960년의 대기근으로 많은 농민들이 죽은 것도 마오주의의 경제정책 때문이라기보다는 흉작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리민치가 보기에, 문화대혁명은 주자파(走資派)[자본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자들]에 맞서 사회주의 중국을 지키고자 했다는 점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체제에서 진행된 혁명”이었다.
마오주의
마오쩌둥이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고자 학생과 노동자들을 부추겼지만, 노동자와 학생 들의 저항이 통제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서자 인민해방군을 동원해서까지 진압한 사실을 이 책은 전혀 말하지 않는다.
천안문 항쟁에 대한 해석은 더 황당하다. 천안문 항쟁은 “도시 노동자 계급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맺은 [자유주의 지식인들과 개혁파 지배자들 사이의] 암묵적 동맹이 궁극적으로 와해되는 최종 대결”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학생과 노동자 들의 투쟁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리민치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이해하는 상은 세계체제론과 부등가교환의 기묘한 조합이다. 그는 세계 자본주의가 쇠퇴해 장기적 위기에 빠졌는데(미국 경제의 쇠퇴),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는 중국의 도움(부등가교환으로 선진국의 이윤율을 상승시켜 주었다)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본다.
그런데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이 고갈되면 노동과 자본 사이의 세력관계가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바뀔 것이고 이런 추세는 글로벌 자본의 이윤율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지만 중국 또한 해결하기 힘든 만만치 않은 과제(내수 확대, 노동력 고갈,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리민치의 진단이다.
리민치의 이 책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지배자들이 직면한, 세계경제에서 오는 압력과 긴장도 찾아보기 힘들고, 세계경제(특히 미국)와 중국 사이의 상호의존적인 요소도 지나가듯이 언급한다. 이 책의 특징적 주장이라 할 중국의 세계경제 제패나 세계경제 종말도 (환경문제를 제외하면) 예언적 주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