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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위도 핵폐기장 선정 - 달콤한 유혹, 회색빛 유토피아

부안 위도 핵폐기장 선정 - 달콤한 유혹, 회색빛 유토피아

이승화(반핵국민행동 간사)

“난 몰러, 남들 하는 대로 하는겨.” “여자들은 바깥 양반 하는 대로 하는기제.” “암! 군수님 하시는 대로 따라야지.”

현재 핵폐기장 후보지로 떠오른 전북 부안군 위도를 찾았을 때 주민들이 하신 말씀이다. 90퍼센트 이상이 찬성이라는 언론 보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핵폐기장이 아니면 우린 다 죽어.”, “우리가 빚이 월매나 되는지 알어? 나라에서 다 좋게 해 준댔어!”

무엇이 주민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가구당 3억∼5억 원의 주민 직접 보상이라는 회색빛 꿈과 핵폐기장을 맞바꾼 주민들의 순수한 마음은 멍들어 버린 듯했다.

산업자원부에서는 지난 6월 27일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 방침을 재공고하면서 7월 15일까지 자율 유치를 신청하는 곳을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로 최후 마감일을 앞두고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지역은 무려 전국에 11곳이나 되었다.

하지만 결국 유치 마감 직전에, 그 동안 핵폐기장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오던 김종규 부안군수가 갑자기 말을 바꿔 핵폐기장 후보지로 부안군 위도를 덜컥 신청해 버렸다. 그 시끄럽던 전국 11곳 중 정작 유치 신청을 해온 곳은 부안군 위도 딱 1곳뿐이었다.

이미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된 영덕·고창·영광·울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7월 15일 유치 마감까지 얼마나 많은 지역들이 갈등과 공동체 파괴의 위기를 맞았는지 모른다. 특히 이 기간에 정부에서는 늘 그래 왔듯 막대한 물품 공세와 선전전을 해가며 주민들을 상대로 달콤한 유혹을 했고, 심지어 핵폐기장 유치를 위한 유치위들 간의 경쟁까지 생겨나, 고향땅을 지키려는 지역 주민들은 ‘결사 반대’라는 구호까지 내걸게 했다. 기존에 이미 핵발전소가 있던 울진·영광은 그 고통이 더욱 컸다.

지난날 영광에 핵발전소를 지을 때도 정부는 주민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직접 가서 보라. 무엇이 좋아졌는지를. 그리고 왜 그렇게도 핵폐기장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반대 운동에 뛰어들었는지를. 우스개 소리로 말씀하신다. “빚이 5천만 원이여.”

지난 7월 22일 군중의 힘을 보았다.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부안군민 1만 인 대회가 열린 부안에서는 부안군민 7만 명 중 1만여 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각 상점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으며, 초등학생들까지도 거리로 나섰다.

아주머니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군청으로 돌격했다. 이 과정에서 1백여 명이 부상당하고, 40여 명의 중상자가 나왔다. 이러한 주민의 힘을 단지 님비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거룩하다.(12면 기사 참조.)

주민과의 합의는 전혀 없이 전북도지사와 부안군수의 일방적 야합을 통해 이루어진 이번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은 우리 사회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보여 줌과 동시에 참여를 허락하지 않는 참여정부의 단면을 보여 준다.

현재 위도 주민들 사이에서 나도는 주민 보상 얘기도 직접 들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소문만이 무성하다. 또한 주민에게는 어떠한 시설이 제공되는가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정보와 설명도 없이, 지역 발전 장기 구상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선전하고 있다.

지금 핵폐기장 건설은 전혀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50년 후면 고갈되는 우라늄과 30여 년을 가동해야 본전치기인 핵 발전은 더는 경제적인 에너지도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핵 발전을 점차 줄여나가거나 잠정적 폐쇄 결정을 내리고 있다.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핵발전소의 추가 건설은 멈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핵 위주의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핵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포기하는 정책이 이루어진 후에 국민과의 충분한 합의 절차를 거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지금은 핵이 위험하다는 것을 세 살 먹은 애도 안단다. 하지만 이러한 떠넘기기식 일방적 후보지 선정을 정부에게만 맡기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정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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