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변의 원인을 클레그의 카리스마에서 찾는 주류 언론들의 보도를 따르면 놓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확실한 것은 자민당이 보수당의 긴축정책과 노동당의 제3의 길, 양쪽에 느끼는 반감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빠진 중요한 사실 하나는 ‘대중에게 자민당이 어떻게 비쳤는가’입니다.
기사에 나온대로 자민당의 진정한 성격을 일반인들이 알아차릴 시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입증이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놀랄 일은 아니지만, 4월 15일 토론에서 브라운과 캐머런은 그렇게 큰 차이를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브라운이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들을 거리로 내보내겠다 하면 캐머런은 그에 더해 경찰의 수를 늘리고 형벌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고, 브라운이 이민정책을 강화하겠다 하면 캐머런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그리고 브라운이 세계적 경쟁에 맞서기 위해 경쟁식 교육이 필요하다 하면 캐머런은 관료적 운영을 줄여야한다는 주장을 덧붙이는 식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클레그가 토론회에서 보인 모습은 캐머런은 물론이고 브라운보다 좌파적인 것으로 비칠 법 합니다. ‘탐욕스러운 은행가’ 같은 수사를 쓰는가 하면, 범죄에는 경찰력 강화가 대안이라는 두 후보에게 청소년 교육 없는 경찰 강화는 근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합리적으로 느껴질 법한 자유주의적 주장을 펼칩니다.
경쟁 교육이 아니라 자유로운 창의적 교육이 대안이라며,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보수당에 대항해 진정한 문제는 부족한 교사 수에 있기 때문에 교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노동당의 브라운이 아니라 자민당의 클레그였습니다.
교육이 탐욕으로 굴러가고 있다며, 과다한 시험과 부족한 교육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 달라던 17세 질문자는 클레그가 한 바로 그 대답을 원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심지어 노동당 왼편의 사람들조차 클레그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문제는 그의 대단한 연설력이 아니라, 지난 30년간 영국이 신자유주의에 너무 시달렸다는 점에 있습니다. 클레그는 바로 그 점을 파고들었고, 이번 연정으로 그 시도는 성공적으로 드러난 듯합니다.
그러나 자민당의 실체는 머지 않아 드러날 것이고, 그 때도 영국의 정치 지형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대중은 주류 정치에 커다란 환멸을 느낄 것입니다.
영국의 급진 좌파는 사기꾼 자유주의자가 그 때도 설치도록 놔둬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