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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경제 위기를 악화시키는 금융시장

[영국 총선 직후]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영국의 세 주요 정당들은 권력을 잡기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그러나 그 뒤에서 훨씬 더 근원적인 권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협상장의 정치인들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면서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는 다름아닌 그 유명한 ‘시장’이다. 심지어 이 과정은 총선 이전부터 시작됐다.

선거 직전 〈파이낸셜 타임스〉는 총선 투표가 끝나고 3시간 뒤 런던 국제금융선물 옵션거래소가 개장할 예정이라 보도했다.

이것은 채권(영국 정부 국채) 거래인들이 선거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채권을 사고팔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채권 시장이 바라는 선거 결과는 단 하나였다. 곧, 보수당이 과반 득표로 집권해 전례없는 공공지출 삭감을 집행하는 것이었다.

이 말은 사실상 시장이 영국 유권자들 목에 칼을 들이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유권자들이 시장의 기대와 다르게 투표한 것으로 드러나자 시장의 거물들은 뚜껑이 열렸다.

거대 광고회사 최고 경영자인 마틴 소렐경(卿)은 라디오4의 ‘월드 엣 원’에서 헝 의회[과반 득표 정당이 없어 정국이 ‘불안하게 매달려 있다(hung)’는 뜻]는 “정말 최악”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BNP 파리바스의 앨런 클라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불평을 했다. “영국의 공공재정 문제를 즉각 처리할 권위를 가진 과반 득표 정부가 탄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이 트리플에이 신용등급[최상위 신용등급]을 잃을 수 있다.”

이 모든 소동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지미 카빌이 1993년에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만약 내가 환생할 수 있다면 채권시장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러면 나는 모든 이를 협박할 수 있다.”

공갈협박

어쩌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지 기억을 되살려 보자. 3년 전에 은행, 헤지펀드 등은 사상 최악의 금융 위기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불황을 촉발시켰다.

지금은 휴지 조각이 된 다양한 금융 상품들에 트리플에이 등급을 부과해 이 재앙을 낳는 데 기여한 신용평가사들을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규탄한 게 엊그제다.

정부들은 1930년대 대공황의 재연을 막으려고 지출을 늘렸다. 그들은 주로 빚을 차입해 쓸 돈을 마련했다. 이것은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를 유지하려면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 재정적자도 늘었다.

정부 지출과 차입으로 살아남은 은행과 금융 기관 들은 이제 재정적자가 범죄 행위라도 되는 듯이 규탄하면서 공공서비스를 무지막지하게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공갈협박이 현실에서 어떤 고통을 낳을지 궁금하다면 그리스를 보면 된다. IMF와 유로화 통용 국가들이 ‘구원’의 대가로 제시한 긴축 프로그램은 임금·연금·공공서비스 삭감을 포함하고 있다. 이 조처의 결과로 그리스 경제는 올해 - 4퍼센트, 내년에 - 2.6퍼센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적자 감축은 경제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정책이란 것이다. 유일한 ‘장점’은 경제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의 이윤을 늘려 그들의 힘을 더 강화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긴축을 요구하면서도 다시 한 번 자기를 구해 달라고 국가에 손을 벌리고 있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불안감을 이렇게 표시했다. “아테네에서 시작된 두려움이 유럽을 관통하고 나서 마침내 미국의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그것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 합의된 유럽연합 긴급 구제금융은 채권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천한 유권자들과 선출 정치인들 위에 군림하는 신성한 ‘시장’은 이렇게 불안정하고 허약하다.

번역 김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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