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자들의 파업이 39일 만에 끝났다. 노조 지도부의 파업 중단 제안에 상당수 노동자가 격렬히 반발하기도 했지만 결국 파업은 종료됐다.
사실, 아무 성과도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파업 중단 결정은 MBC 투쟁을 지지한 수많은 사람들을 당혹케 했다.
더구나 지도부 스스로도 “파업 이상 열기”라며 놀랄 정도로, 조합원들의 파업 참가 열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단호한 투쟁 덕분에 상당수 비조합원을 비롯해 보직 간부들까지 파업을 지지했다. 전체 사원 가운데 80퍼센트가 넘는 사람이 이름을 밝히고 김재철 퇴진을 요구했다. 파업 지지금도 1억 5천만 원 이상 모였다.
그래서 갑작스런 파업 중단은 더욱 아쉽다. 힘이 가장 크고 사기가 높을 때 파업을 접는 것은 사측에게 공격 기회를 열어 주는 것이다.
MBC 파업은 명백히 ‘큰집’과의 투쟁이었다. 그러나 MBC 노조 집행부는 전선을 확대해 더 큰 투쟁으로 나가길 꺼렸다. 파업 중임에도 노동자 1만 명 이상이 모인 노동절 집회에 조합원을 동원하지 않았고, 민주노총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호소할 기회를 놓쳤다. 덕분에 별다른 연대를 조직하지 않은 민주노총 지도부에게도 면죄부를 줬다.
현업으로 복귀해 선거 쟁점을 보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파업 종료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투쟁을 자제하고 투표로 심판하자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온건한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지도부에게 파업 종료를 권했다. 선거에 목매달며 투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러나 2002년·2004년 선거가 보여 주듯 대중투쟁이야말로 사회 분위기를 왼쪽으로 이동시켜 우파 후보에게 타격을 가한다. 여중생 미군 장갑차 압사 항의 투쟁과 탄핵 반대 투쟁은 그런 구실을 했다.
파업은 끝났지만 이명박 정부의 MBC 장악 시도는 결코 끝난 게 아니다. 당장 복귀하자마자 파업에 참가한 권순표 〈뉴스데스크〉 앵커가 교체됐고, 노조 지도부 징계도 예정돼 있다. 김우룡 후임으로 온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다.
결국 MBC 노동자들은 다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이럴 때 다시 지도부가 주춤 거린다면 현장 조합원의 힘과 정치적 자신감이 중요할 것이다. 파업 중단에 반발해 나흘 동안 열린 총회에서 MBC 노동자들은 그 가능성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