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방선거 현지 리포트:
좌파당의 선거 도전이 성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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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지방선거에서 집권 기민당과 자민당 보수연합 정부가 참패했다.
이곳은 독일 지방정부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독일 공업의 중심지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작은 총선이라고 불렸다.
이번 선거는 독일 사회가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최대 패배자인 기민당은 지난 선거보다 득표율이 10퍼센트 넘게 줄어 34.5퍼센트를 기록했다. 기민-자민당 연정의 패배는 보수연정에 환멸과 불신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연정은 이번 선거를 의식해 부자 세금 감면, 의료보험 개악 같은 정책의 실시를 연기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었다.
메르켈 정부가 그리스에서 발생한 경제 위기 대응에 무능했던 것도 패배를 부채질했다.
메르켈 정부는 처음에는 ‘무책임한 그리스인’들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버티다가 그 불똥이 독일과 유럽 전체로 확대될 것이 명백해지자 황급히 태도를 바꿔 금융 지원에 나섰다.
꾀죄죄하던 사민당은 기민당의 몰락으로 연정 구성 우선권이라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그러나 지지율이 34.4퍼센트 밖에 안 돼 지난 선거보다 오히려 2.6퍼센트 하락했다.
전통적으로 사민당 강세 지역이던 이곳에서 사민당은 2005년 처음으로 정권을 잃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은 2005년 선거 때 얻은 표에서 38만 표나 잃어 역대 최저 지지를 받았다. 사민당은 단지 기민당보다 덜 크게 패배했을 뿐이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녹색당과 급진좌파 정당인 좌파당(디링케)이다.
녹색당은 12.1퍼센트를 얻었고 좌파당도 5.6퍼센트를 얻어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두 정당 모두 지지율이 갑절로 올랐다.
녹색당은 주로 기민당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의 표를 얻었다.
좌파당은 이번 선거 결과 16개 주 지방정부·의회 중 열 네 곳에 진출하게 돼 독일 정치 체제를 완전한 5당 체제로 재편했다.
좌파당은 실업자들(15퍼센트 지지)과 노동자들(9퍼센트 지지) 사이에서 지지율이 크게 성장했다. 보수언론과 정당들이 계속 악선동을 퍼부으며 견제를 했는데도 이룬 쾌거다.
연정 문제
좌파당은 복지 삭감 반대, 대학 등록금 도입 반대, 공무원 감축 등 공공지출 삭감 반대, 부자와 기업에 과세 확대 등을 내걸고 선거 운동을 벌였다.
투표일인 5월 10일에도 좌파당은 베를린과 슈투트가르트에서 6월 12일 열리는 그리스 노동자 투쟁 연대 집회 참가를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좌파당의 성공은 많은 독일 노동자들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반대해 급진적이고 좌파적인 정치 대안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금 이 순간 주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사민당-녹색당 연정만으로는 의석의 50퍼센트를 넘길 수 없어 주 정부 구성이 불가능하자 좌파당에게 연정 협상 제의가 들어왔다.
사민당과 좌파당의 연정 문제는 독일 좌파들 사이에서 뜨거운 쟁점이다.
좌파당에 지지를 보낸 많은 노동자들이 보수연합의 재집권을 막고자 이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어떤 정부가 집권하든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돈이 들지 않는 진정한 개혁’을 말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를 포함한 대다수 독일 주 정부들은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경제 위기 때문에 세금은 덜 걷히고 실업 증가로 복지 지출은 는데다, 무엇보다 금융 구제 등 자본주의를 살리려고 막대한 돈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사민당 주지사 후보는 그래서 좌파당의 강령이 ‘정부 정책으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공격했다. 사민당과 녹색당이 집권하더라도 공공지출 삭감 정책과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좌파당 내 혁명적 사회주의자 그룹 ‘마르크스21’은 만약 좌파당이 사민당과 연정을 꾸린다면 ‘얼마나 더 복지에 투자할 것인지는 협상할 수 있겠지만 얼마나 더 삭감할지, 얼마나 해고할지는 절대 협상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급진좌파의 성공은 이렇듯 또 다른 정치적 쟁점을 낳고 있다. 좌파당의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정부 참여로 가능할까? 성공은 새로운 논쟁과 도전도 함께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