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의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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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회담의 불안한 미래
지난 8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은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끝났다.
회담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도 참가국마다 제각기 달랐다.
일각에서는 두 달 안에 다음 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만도 감지덕지라는 얘기가 있지만, 이 말은 역설이게도 6자 회담의 미래가 얼마나 불안하고 험난할지 절감하게 한다.
회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미국을 어떻게 믿고 총을 먼저 내려놓겠는가?” 하는 외무성 대변인의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핵 해체”를 포함한 4단계 해법을 제시한 데 반해,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해체하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시 일당이 초강경 방침을 정하고 전쟁으로 가려 한다는 것을 뜻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태의 본질은 부시 정부가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여전히 사분오열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큰 난관에 봉착해 매여 있는 상황에서 매파조차 “정밀 북폭” 같은 해법을 강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들은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
더구나 미국은 한반도 주변국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했다 해서 경쟁 강대국들이 두 손을 든 게 아니다. 예컨대 일본은 최근에 이란과 큰 석유 계약을 맺었는데 이것은 미국이 한사코 막으려 했던 일이다.
한반도 주변국들, 특히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심각하게 압박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 압박이 난민 물결을 풀어헤쳐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까 봐 걱정한다. 동아시아에서 미국 패권이 강화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북한 에너지의 70 퍼센트, 식량의 3분의 1을 지원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경제 봉쇄를 무력화시킬 실질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 주재 한 서방 외교관은 “미국이 이 지역 나라들의 바람을 거슬러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이라크에서 그랬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다자 회담이 미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에 평화를 선사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중국, 러시아, 일본, 남한은 북한의 핵을 해체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의견이 완전히 일치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을 해체시키기 위해 미국 못지 않은 압박을 넣곤 한다.
중국은 북한을 회담장에 밀어넣기 위해 지난 베이징 회담 직전에 3일 동안 전기 공급을 중단한 적이 있다.
얼마 전에는 유사시 북한 핵 시설을 정밀 폭격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군사 계획이 폭로됐다.
무엇보다 중국·러시아·일본은 핵을 포함한 무기 경쟁의 당사자들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핵 무장 국가이고, 일본은 언제든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과 플루토늄을 보유한 국가다. 남한도 지속적인 군비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동아시아를 안정과 평화가 아니라 불안정과 전쟁 위기로 이끌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반전 평화 투쟁
단기적 전망을 놓고 봐도 6자 회담의 미래는 매우 불안정하다.
6자 회담 참가국들은 다음 회담까지 상대를 자극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일본 방위청은 미사일 방어 체제를 위해 12억 달러 요청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9월 중순에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해상 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핵 실험을 하겠다고 맞설 수도 있다.
6자 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 평화는 강대국 간의 아슬아슬한 세력균형에 의지해 성취될 수 없다.
이라크에서 난관에 빠져 있는 미국에 맞서, 이라크 점령과 한반도 위기 조성에 반대하는 아래로부터의 반전 행동을 건설하는 것만이 전쟁을 막는 진정한 대안이다.
김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