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보험료 인상이라는 재원 마련 방법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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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백번 공감한다. 〈레프트21〉 32호에 실린 ‘보험료 인상 않고 보장성 강화할 수 없다’에서 김종명씨 처럼 쟁점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는가다. 그러나 김종명 씨의 대안에 동의히지 않는다.
김종명 씨는 보험료 인상에 왜 다들 주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간호사다. 만약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이 매월 1만 1천 원씩 더 내자고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나는 김종명씨의 말대로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해야 한다.
그 재원이 그대로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의료민영화와 민간보험 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재벌들에게 우리가 압력을 줄 수 있다고. 그 재벌들의 이윤놀이를 보장하는 이명박 정부와 관료들이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그런데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1백만 명이 촛불항쟁에 참가해도, 4대강 반대 여론에도, 무상급식 여론에도 꿈쩍 않는 이명박이 압력을 받을 거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경제 위기때 자신들은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쌍용차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구조조정의 기회를 엿보는 재벌들이 압력을 받을까?
올해 1분기 실질임금이 전년대비 3.2퍼센트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7분기(2008년 3분기~2010년 1분기) 만에 처음 증가한 거니까. 노동자 1인당 월 평균 노동시간은 171.5시간으로 전년 동기(166.2시간) 대비 3.2퍼센트 늘었고, 초과노동시간은 15.7퍼센트 늘었다.
가계부채는 증가폭이 둔화됐을 뿐, 지난 1분기에 또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웠다(7백39조 1천억 원). 대조적이게도 10대 재벌의 2009년 당기순이익은 그 전시기 3년치보다 17.8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은 내어놓아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보험료 인상이 ‘작은’ 것일까? 평범한 서민들을 향해 고작 1만1천 원의 보험료를 인상하는게 뭐 그리 어렵냐는 말을 하는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가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효과적인 방법이 절대 아니다.
이미 우리는 부자 감세와 4대강 삽질, 한국군 파병으로 우리 세금이 새어 나가거나 재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서민들에게 양보할 게 남아 있을까?
매달 세금 17만원이 꼬박꼬박 원천징수되고 있고, 지난 2월 소득공제랍시고 겨우 2만 3천 원 돌려받은 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이 승리하길 진심으로 원한다. 그렇지만 보험료 인상이라는 방법은 운동의 승리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