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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전 수업

나의 반전 수업

지난 4월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교조의 반전 수업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반전 공동 수업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때가 있었습니다.

전교조는 중요한 시사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공동 수업을 해 왔습니다. 올바른 선거에 대한 공동 수업, 반부패 공동 수업, 장애인 차별 철폐 수업 등이 그것이었습니다. 작년에는 미선이·효순이의 죽음을 계기로 주한미군과 소파개정에 관한 공동 수업이 있었습니다.

작년 말쯤 이라크 전쟁 위기가 고조됐을 때 저는 전교조 정치위원회에서 반전 공동 수업을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전교조에서는 공동 수업안을 만들고 비디오 제작을 했습니다.

사실 전교조에서 공식적으로 공동 수업을 제안한다 해도 모든 조합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그것을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 수업이 성공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이 있어야 하고 학생들도 그 문제에 관심이 많아야 합니다.

반전 수업이 큰 성공을 거두고,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까닭은 전쟁에 반대하는 대중의 마음이 그만큼 컸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유독 반전 수업을 문제 삼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갓 태어난 노무현 정부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라크 전쟁 문제에 대해,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처인 학교에서 반기를 든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대다수가 전쟁을 반대하고 있었고, 파병 반대 여론 또한 높았습니다. 그리고 전교조 반전 수업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조차 반전 수업에 대한 지지는 66퍼센트나 됐습니다(〈경향신문〉).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일방적 교육을 한다는 것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점을 걱정했습니다.

지지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수업보다 먼저 언론 매체를 통해서 전쟁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갖게 됩니다. 교사들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 대한 예를 충분히 들어 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도와 주기 때문에 전혀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반전 수업 후에 학생들이 먼저 반전 버튼 판매를 요구하곤 했습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것도 사실은 따지고 보면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교과서 어디에서도 미국에 대해서 나쁜 소리를 해 놓은 곳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친미” 교과서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교과서 또한 가치 중립적이지 않지요.

학생들 다수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석유와 패권을 위한 전쟁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소수지만 찬성하는 일부 학생들도 전쟁 자체를 찬성한다기보다 힘없는 국가가 힘센 국가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부분입니다. 현실 정치가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지요.

교육은 그 사회의 반영입니다. 사실 아직 여러 가지 여지가 많은 학생들의 입에서 그런 반영이 그대로 드러날 때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이라크 어린이들의 목숨과 우리 경제 상황을 저울질하고 있는 모습에서 너무나 잘못되고 있는 이 세계의 모순을 느낍니다.

학생들에게 혼란을 준다고 언론은 매도하지만, 정작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강자가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와, 강대국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라크를 침공하고 있는 것을 방관하고 돕는 이러한 이상한 체제의 괴리 그 자체입니다.

반영

교사는 가르쳐야 하는 사람입니다. 가르쳐야 할 것과, 그가 놓인 현실이 이토록 모순적인 한, 전교조 교사의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것이 더욱 쉽고 가능한 환경은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고 투쟁의 열기가 높을 때일 것입니다.

반전 운동이 활발해짐으로 인해 반전 수업이 힘을 얻고, 또한 반전 수업으로 인해 반전 운동이 더욱 넓어질 수 있는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미국의 대북압박 문제로 한반도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전교조에서는 이에 대한 공동 수업을 다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쟁반대의 또 한축으로 반전 수업 외에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관악동작지역모임”에서 같이 연대 활동을 하였습니다.

생각이 다를 듯한 단체들끼리 한가지 주제로 모여 같이 행동할 수 있다는 성공적인 경험을 한 것은 앞으로의 공동 행동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사실 전교조는 교육 자체적인 사안 - 즉, 네이스와 교육개방 문제 - 에 매달려 여럿이 같이 참가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회의상에서 주기적으로 반전 운동 소식과 분위기를 전달함으로써 그 끈을 놓지 않게끔 노력하였습니다. 이런 공동 행동이 없었더라면, 전교조는 전쟁 문제에 아주 밀접하게 연관맺지 못했을 것입니다.

박민경(전교조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