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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븐 오븐든 강연

케븐 오븐든 강연

반전 운동의 미래 - 9·27 국제공동반전행동을 향하여

어떤 역사적 사건은 심지어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에게도 그 의미가 한참 뒤에야 분명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2월 15일의 전 세계적인 시위가 바로 그런 사건입니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되새겨 봅시다. 6개 대륙의 60개 나라, 60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집회가 열렸습니다. 심지어 남극의 국제과학기지에서 일하는 과학자들도 영하 30도의 추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와서 반전 집회를 열었습니다. 우리는 런던 중심부의 하이드 공원 입구 앞에서 시위대의 끝 무리가 들어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정치적 행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물결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우리는 전 세계의 다른 집회들이 어떻게 됐는지 전화 통화할 예정이었습니다. 전화가 걸려왔는데, 로마에서 3백만 명, 스페인에서 4백만 명,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십만 명, 뉴욕에서, … 전세계에서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19년의 세월을 사회주의자로서 살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 세월의 대부분을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올 수 있다, 그 날을 위해 지금부터 조심스럽게 준비해야 한다 하고 스스로 다짐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일들이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나고, 세상이 변한 것입니다. 2월 15일의 반전 시위는 반전 운동을 바꿔 놓았고 국제적으로 좌파를 변화시켰습니다. 국제적으로 좌파들의 전망과 정책, 그리고 기회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언론들은 이를 베트남 반전 운동과 비교했지만 이것은 베트남 반전 운동보다 더 컸습니다. 시위 이틀 뒤에, 〈뉴욕 타임스〉는 이런 기사를 실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는 두 개의 슈퍼파워가 있다. 하나는 미국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여론이다.” 또한 우리는 전쟁이 일어난 뒤에도 3월 22일의 시위처럼 더 많은 시위 물결들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오늘날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언론, 정부, 자본가 기구들은 언제나 우리의 시위가 사회의 움직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저항은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의 언론들은 블레어가 2월 15일 반전 집회 이후에 거의 사임 직전까지 갔다고 다우닝가에서 직접 보도했습니다. 블레어는 자기 가족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실업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쯧쯧, 꼴 좋군.

또한 우리는 결정적으로 반전 시위 때문에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UN을 이용할 수 없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 시라크와 독일 총리 슈뢰더는 매우 제한적으로 전쟁에 반대했는데, 그나마 이들이 반전 입장을 철회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2.15 시위의 규모 때문이었습니다.

터키 의회는 반전 시위의 규모에 위축된 나머지 미국이 터키를 통해 이라크 북쪽으로 병력을 이동하지 못하게 했고, 이것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것은 미국의 점령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며 미국 측에 더욱더 많은 문제들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이 운동의 영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느낄 수 있는데, 영국에서 특히 더 그렇습니다. 토니 블레어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살했다고 보도된 무기사찰관 데이빗 켈리의 죽음에 관한 조사위원회 얘기를 TV에서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이 조사위원회는 블레어 정부를 날마다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넉 달 전만 해도 이 전쟁 때문에 블레어의 정치 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사회주의 노동자〉 신문 등에서 주장한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부르주아 논평가들도 공공연하게 블레어가 언제 끝장날지 추측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가 언제 끝장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아마 수잔 서랜던이 주연한 “데드 맨 워킹”[“걸어 다니는 시체”, 즉 사형수]이라는 영화를 보셨을 것입니다. 블레어가 바로 영국의 “데드 맨 워킹”입니다.

그리고 블레어의 위기는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너무 깊숙히 국제 무대로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블레어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서울에서 열린 항의 시위의 사진을 보고 무척 기뻤습니다. 한글로 쓰여진 팻말도 봤습니다. 이것은 블레어가 영국에서만 미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미움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영국 운동의 사기를 북돋았습니다.

우리의 운동이 국제적인 운동이라는 자각이야말로 우리 운동이 지금껏 획득한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우리 운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주의자 동지가 제게 말해주길, 아랍어에 신조어가 하나 등장했답니다. “알라하드 하이드 파크”라는 동사인데, 이는 “하이드 공원처럼 하자”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수도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어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자는 것입니다. 이 친구는 또한 국제 반전 운동 덕분에 중동의 사회주의자들과 좌파들의 입지가 강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이 전쟁을 ‘동방의 이슬람에 대한 서방 그리스도교의 공격’으로 묘사했는데, 이에 대해 중동에 있는 동지들은 “텔레비전에 나온 런던·바르셀로나·로마·서울의 반전 시위들을 보라. 그들은 이슬람 국가가 아니라 그리스도교 국가들 아니냐”고 반론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대립은 미 제국주의와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반전 운동이 예측했던 것이 모두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대량살상무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대량살상무기를 사막에 묻어 놓고 나중에 파내려는 속셈인지 모르겠으나, 결국은 어떤 대량살상무기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침략이 이라크 사람들에게 해방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점령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나날이 거세지는 평범한 이라크인들의 저항에 직면하면서 점령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저항은 영국의 통제 하에 있는 남부 지방의 바스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우리는 이라크 공격이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세계적 저항 세력을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그다드, 바스라에서부터 런던, 뉴욕, 서울까지 포괄하며 그 이상의 지역으로 더욱 확산될 저항 세력 말입니다.

오늘 밤 우리의 질문은 어떻게 이런 저항 세력을 발전시킬 것인지, 어떻게 하면 이러한 세력이 세계적 규모에서 더 강력해지고 거대해질 수 있을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라크 공격은 결코 우발적인 돌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미 제국주의가 사전에 계획한 전략의 일부분입니다. 우리의 적들은 종종 우리를 음모론자로 매도하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이미 몇 년 전에 작성한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를 통해 미 제국주의의 의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 때 이미 군사력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자신들의 잠재적 도전자들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딕 체니와 도널드 럼스펠드 같은 자들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들은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배했던 1973∼74년에 미국 정부에 있었고,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레이건이 군비를 엄청나게 증대하는 것을 봤습니다. 미국의 군비 증강은 옛 소련의 군비 증강을 부추겼고 그 때문에 옛 소련 경제는 더욱 깊은 위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군비 증강은 미국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커다란 부정적 효과도 있었습니다. 군비 지출 때문에 미국 경제는 1980년대를 거치는 동안 동아시아와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퇴했습니다. 그래서 냉전이 끝난 지금 그들은 막대한 미국의 무력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기를 원합니다. 이는 치밀한 검증도 거치지 않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우리는 이미 그들이 갖가지 문제에 봉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도널드 럼즈펠드가 기획한 ‘가벼운 전쟁’ 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가벼운 전쟁’의 의도는 되도록 소규모 병력으로 이라크에 들어감으로써 그들이 필요하다면 이라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이라크조차 통제하지 못합니다. 또한 그들 자신의 능력에 관한 온갖 망상과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그들은 1991년에 이라크를 폭격하고, 12년 동안 경제 제재를 가하고, 폭격하고, 그런 다음 성조기를 휘날리며 입성하면 이라크 사람들이 정말로 ‘미국 만세’를 외칠 줄 알았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지금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의 극우 매파인 케네스 에이들먼(Kenneth Adleman)은 최근 TV에서 “우리는 중동 전역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만 한다. 우리는 진실로 국민들을 대표하는 정부를 세워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한 온건한 아랍 언론인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댁은 진짜 미쳤군요. 만약 우리가 정말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정부를 중동에 세운다면 그 정부는 중동에서 현존하는 다른 어떤 정부보다 미국에 적대적일 것입니다.”

수렁

이처럼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다른 목표물로 전쟁을 확대하는 데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 전선에서 총에 맞아 쓰러지고 있는 마당에 이란을 상대로 작전을 개시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전쟁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세력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위험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봉착한 거대한 문제를 이해해야 하며, 지금이야말로 미 제국을 패퇴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저는 국제 반전 운동을 돌이켜 보면서, 거기서 얻은 최고의 경험들을 토대로 교훈을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교훈들은 많습니다. 첫째는 운동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곳은 우리가 명확한 초점을 확립할 수 있었던 곳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우리는 2001년 9.11이 터진 뒤 7~10일 안에 전쟁저지연합을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SWP(사회주의노동자당)는 전쟁저지연합 설립의 주된 동력이었습니다. 우리는 연합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원칙은 공동전선 개념이었습니다. 그 원칙에 따라 우리는 전쟁전지연합을 탄생시킨 첫 모임에서 조지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초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시에 세 가지 핵심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첫째는 아프카니스탄이 표적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아프카니스탄 공격 반대’였습니다. 나머지 둘은 ‘인종주의적 역공 반대’와 ’시민권을 수호하자‘였습니다. 이러한 전술의 배경에는 SWP 당원들 같은 혁명가들이 어떻게 하면 개량주의 조직 또는 다른 조직을 따르는 사람들과 공동 행동을 건설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이론적 접근 방식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든지 운동에 참여하려면 먼저 SWP의 정치에 완전히 동의해야 한다’는 식의 고집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조직들이 그러한 고집을 피울 때 우리는 이에 맞서 논쟁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매우 광범한 운동을 건설할 수 있었으며, 운동의 힘 또한 이와 같은 광범함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우리가 이러한 방식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반전 세력은 좌파 진영, 평화운동 진영, 그리고 무슬림 진영 사이에 각기 다른 연합체들로 분열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연합 속에 이처럼 다양한 목소리들을 통일시켰습니다.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논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무슬림들의 운동 참여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영국에서 무슬림들은 규모가 상당한 소수 인종입니다. 그런데 영국 좌파 내의 많은 경향들은 이슬람주의 정치에 대해 매우 잘못된, 그러면서 매우 반동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전쟁저지연합이 제국주의에도 반대해야 하지만 제국주의에 맞선 테러에도 똑같이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에 반대했는데, 왜냐하면 우선 그러한 견해가 운동을 분열시킬 것이기 때문이고, 다음으로 우리는 이슬람주의 정치나 (빈 라덴의 경우)테러리즘 정치가 제국주의에 대한 대응이며, 따라서 양자가 결코 동일선상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영국에서 특히 수많은 무슬림 청년들을 급진화시키고 있는 운동에 대단히 많은 무슬림들을 연루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두번째 논쟁, 두번째 교훈은 대중 동원의 필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운동이 영국인 대다수의 정서를 수용하는 대중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것을 진심으로 추구하면 자연히 그에 맞는 전술도 나오기 마련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들을 해보게 됩니다. 또한 우리는 대중적 압력을 통해 블레어에게 거대한 정치 위기를 안겨 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함으로써 블레어가 정치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전쟁을 포기하게끔 만들거나, 아니면 전쟁을 벌이더라도 비싼 대가를 치르게끔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런 관점을 취하지 않았던 일부 사람들은 다른 전술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들은 런던 거리에 2백만 명이 모이는 대중 행동을 몇몇 결의 높은 활동가들의 소규모 행동으로 대체하려 했습니다. 그런 관점은 우리가 전쟁에 맞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단지 개인적이고 도덕적인 수준의 선언을 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을 반영합니다.

물론 역사에는 그러한 극소수 사람들의 선언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독일의 위대한 혁명가 칼 립크네히트는 1914년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나서 독일 의회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정부를 타도하라, 전쟁을 저지하라!” 비록 그는 감옥으로 직행했지만, 그의 행동에 영감을 받은 운동이 성장해서 결국 1919년의 독일 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겐 대중 운동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 대중 운동을 확대·심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지, 소수 활동가들을 대중으로부터 유리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2월 15일과 비슷한 대중 동원과 집단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자 영국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이 행동에 나섰고,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행동도 있었습니다. 3백80개 작업장의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섰습니다. 충분히 많은 작업장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영국 역사상 전례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작업장에서도 노동자들이 비록 파업까지는 못 갔지만 의미 있는 행동들을 보여줬습니다.

지하철

런던의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제 친구의 사례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그는 동료 지하철 노동자들에게 전쟁이 일어나면 파업에 돌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파업을 결의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그는 아무 일도 안 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면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몸이 아프다’면서 개인적으로 결근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제 친구와 동지들은 사람들을 어떤 형태로든 행동에 연루시키기 위해 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에게 반전 배지를 달도록 했습니다. 그것은 규정 위반이었습니다. 한편, 그들의 일과 중에는 지하철 승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하는 것도 있었는데, 그들은 이런 방송을 보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지하철이 붐빌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냐하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런던으로 모여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6시에 그 사람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규정 위반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영국에서 우리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다음 번에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려 할 때 우리가 그에 맞서 어떻게 행동을 준비할 것인가에 관한 교훈이었습니다. 2월 15일에 2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니라 3백만 명의 사람들이 왔다고 합시다. 저는 설사 3백만 명이 모였다 해도 부시의 전쟁에 대한 블레어의 지원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달성하려면 수많은 대학교, 중고등학교, 작업장 등에 뿌리 내리고 있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국가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전국적인 활동가 네트워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에서 노동자들의 중요성은 영국이나 남한과 같은 나라에서 노동자 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노동자들의 중요성은 노동자들이 체제를 멈출 수 있는, 따라서 전쟁을 멈출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사회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입증

우리는 영국에서 공동전선, 무슬림들의 참여, 운동의 초점, 그리고 노동계급 중심성과 같은 일반적 입장들에 대해 지지를 얻을 수 있었으며, 압도 다수의 활동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원칙들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동료 활동가들에게 이 원칙들을 일방으로 설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운동에 몸을 완전히 담근 채 그 속에서 모든 사람들과 협력했고, 그들에게 우리들의 관점이 왜 전체 운동을 진전시킬 수 있는지 입증해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공동전선에서의 지도력인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이러한 교훈들을 도출하고 운동의 단결을 유지해야 합니다. 영국과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나라에서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전쟁과 점령에 대한 반감이 사그라들기는커녕 더욱 강해졌습니다. 따라서 9월 27일 국제 행동의 날은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초점입니다. 제가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영국의 동지들은 9.27 시위를 건설하느라 뼈 빠지게 일하고 있습니다. 반전 운동으로 건설된 네트워크를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가족들과 런던에 와서 시위에 참가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 보면 거의 모두 오겠다고 대답합니다.

미국의 활동가들은 이런 구호를 외칩니다: ‘부시 독트린을 이라크의 사막에 매장시키자.’ 이라크 민중의 저항과 다시금 거리로 나와서 더 광범한 세력을 끌어들이는 국제 반전 운동이 결합되면 미 제국주의에 거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그들은 소위 ‘악의 축’에 포함된 다른 나라들 ─ 시리아, 이란, 북한, 쿠바 등 ─ 을 다음 목표물로 삼을 듯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들은 사담 후세인을 몰아낸 뒤로 애초에 그들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이들 나라에 공격을 감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그들은 이른바 ‘과시 효과’에 훨씬 더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피아 식의 과시 효과입니다. 마피아의 큰 두목이 작은 두목 하나를 쏴 죽입니다. 그리고는 다른 마피아 두목들에게 ‘너희들도 이 녀석 꼴 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해라’라며 엄포를 놓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과시 효과로써 이에 대응해야 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9.27이 중요하며, 반전 운동을 계속하고 심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2.15는 세계의 좌파들을 세 부류로 갈라 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부류는 전쟁을 지지한 극소수 사람들로서, 대개 자유주의적 저널리스트들입니다.(‘좌파’를 매우 광범하게 정의하자면 이들도 좌파에 포함됩니다.) 예컨대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그런 인물입니다. 한국에서도 그의 글이 읽히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들은 무시해도 좋습니다. 그들은 더는 좌파가 아닙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노동당 의원들은 이제 진정한 좌파들의 공세에 밀려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말뿐인

두번째 부류는 말로는 반전 운동을 지지했지만 반전 운동을 건설하는 일에 헌신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반전 운동 내부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일에 헌신했습니다. 예컨대 영국에서 그들은 무슬림들을 인위적으로 운동에서 배제하려 했고 무슬림들에 대해 거의 인종 차별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운동 참여에 적대적이기 때문에 대중 행동에도 반대합니다. 그들은 좌파가 ‘순수한’ 소수 정예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좌파 사상이 대중화되는 것이 마치 좌파의 타락을 의미하는 것처럼 여깁니다. 그들은 2.15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단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새로운 방식, 새롭게 정치에 참여하게 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좌파들이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전 운동 건설에 온몸으로 뛰어든 동지들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는 동지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울 자세가 돼 있는 동지들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상을 다른 사람들이 알기 쉽게 해줄 수 있는 동지들입니다. 이 부류의 좌파는 전 세계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새로운 국제적 좌파의 탄생이야말로 반전 운동과 반자본주의 운동(둘은 긴밀히 연관돼 있습니다)의 한 가지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더욱 진척시키는 동시에 운동 내에서 발생하는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합니다.

저는 9월27일이 2·15의 정신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국제적 연대를 확인한 다음. 곳곳의 단과대, 작업장, 학교, 우리가 조직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돌아가서 우리 친구들, 학우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네트워크를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운동을 다시 한번 강화해서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신속히 행동해야 합니다. 지금 세계에서는 두 세력이 경주를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희망의 세력이자 미래를 대표하는 세력인 새 좌파 세력이며, 다른 하나는 거짓말과 살육과 폭격을 서슴지 않는, 우리가 내버려 둔다면 결국에는 지구를 멸망시킬 세력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청중들을 보니 우리 세력이 그 경주에서 한 발 앞서고 있음을 분명히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동지들.


Q 반전 운동은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가 전쟁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확실하고 대중적인 반자본주의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전 운동을 더욱 힘차게 건설할수록 자본주의는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10대인 나는 머지 않아 사회주의 사회에서 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분히 낙관적이지만 유쾌한 이 상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답변 앞 부분 녹음 안됨)…이라크 공격으로 획득한 과시 효과를 통해 이득을 챙기려 하지만 미국 지배자들이 과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불투명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중동으로부터 부시 일가에게 돌아갈 약간의 석유 이윤을 챙길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 있는 거대한 자본 블록들과의 경쟁입니다. 미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유럽, 그리고 일본, 동북아시아가 그러한 블록들입니다. 전쟁이 진행중일 때 미국과 유럽 사이에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봤습니다. 이는 세계가 더욱 불안정해졌음을 뜻합니다. 이 국가들 사이에는 분명 경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 가령 미국과 프랑스 간의 ─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희박합니다.

제 말의 요지는, 일반적인 차원에서는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진 ─ 수익성의 위기 등 ─ 결과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려면 전쟁과 관련된 특정 세력들을 구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전쟁을 멈춘다고 해서 자본주의의 최종 위기가 도래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반전 운동이 자본주의와 전쟁 모두에 반대해 싸울 수 있는 의식적인 세력을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동지는 중요한 질문[사회주의에 관한]을 하나 던지셨는데, 그것에 관해서는 남은 행사 기간 동안 토론이 계속되리라 믿습니다.

Q [케빈이] 15년 동안 동성애자 운동을 이끌었다고 들었다. 2.15 때는 한국에서도 동성애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전 운동을 조직했는데, 그 동안 반전 운동에서 동성애자들이 보여 준 감동적인 사례들이 있는가?

A 영국에서 동성애자들이 보여준 훌륭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의 대규모 반전 시위가 열리기 전에 우리 사회주의자들 가운데 일부가 ‘Out Against the War’라는 동성애자 반전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런던 시내에 동성애자들이 자주 찾는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거기에 58명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배너와 팻말, 리플릿 등을 만들었습니다. 그 그룹의 핵심 목적은 동성애자들이 자주 찾는 지역에서, 그리고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반전 시위 참가를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11월의 시위와 2.15 시위에는 동성애자 대열도 참가했습니다. 이는 또한 시위대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동성애자들도 전쟁에 반대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위 현장에서 동성애자들은 커다란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 활동가들은 다른 쟁점을 가지고도 함께 싸울 수 있는 네트워크를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

하나 밝혀 둘 것은, 첫번째 동성애자 반전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나중에 가서는 다른 방식으로 운동에 개입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즉, 그들은 ‘Out Against the War’ 집회에 참가하지 않고 지역 반전 모임이나 직장 동료들의 반전 모임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다음의 두 가지를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첫째, 반전 운동의 규모가 워낙 커졌기 때문에 이제는 반전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런던 중심부까지 이동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모임에 참가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반영합니다.

둘째, 그것은 반전 운동의 좌경화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즉,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매우 개방적이라는 것입니다. 집회에 참가하는 이상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이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부분적으로 지난 20∼30년 동안 동성애자 억압이 뒤로 밀려난 덕분입니다. 물론 억압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많이 후퇴했기 때문에 한국처럼 심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반전 운동에 참여하면서 틀림없이 그들의 사상 또한 여러 면에서 왼쪽으로 이동했을 것입니다.

Q 한반도에서도 미국의 대북 압박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남한의 많은 좌파들은 소위 민족 공조를 통해서 전쟁 위기를 막자고 주장하며 지배 계급의 일부와 동맹을 추구하려 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A 한반도 위기에 관해 말하자면, 당연히 한반도에는 긴장이 감돌고 있습니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로 미국에서는 여러 가지 소음이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매파들이 내뱉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말이 현실의 그림을 완전하게 보여 주지는 않습니다. 미국 정부 내 초강경파인 존 볼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에는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언론에 말을 흘린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곧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부시 정부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해 매우 분열해 있습니다. 그들은 이중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력 수위를 높이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8월 27일에 베이징에서 열릴 6자 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로선 지금 당장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고사하고 대대적 경제 봉쇄를 감행하는 것조차 대단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경제 제재에 반대할 것은 확실하고, 일본과 남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니 전쟁에 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북한이 정말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 아마 한두 개 정도 보유하고 있을 듯합니다 ─ 미국에게 전쟁만큼 위험한 선택은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위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 해왔듯이 전 세계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긴장을 증폭시키다 보면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김정일이라면 미국이 무기 사찰을 종용할 때 이렇게 답변할 것입니다. ‘사담 후세인을 보라. 그는 사찰을 허용했는데도 미국은 후세인을 제거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상황은 예측 불능에 빠질 수 있고, 많은 전쟁들이 누군가의 계획으로 일어나기보다는 예측불능의 상황에서 발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겪고 있는 난점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전쟁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미국이 직면한 어려움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의 전략은 모순 투성이인 데다 그들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 잘 모르고 있으며, 이라크에서 점점 더 수렁에 빠지고 있고, 그들의 전략에 따르면 지금쯤 세계가 미국 앞에 무릎 꿇고 있어야 하는데, 그럴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도 이라크 점령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매우 위험한 세력임에도 많은 약점들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제적인 운동으로 다시 돌아가 미국과 미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에 압력을 넣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북한, 이란, 시리아, 쿠바, 또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전쟁을 사전에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지금 조지 부시를 이라크 민중의 저항과 세계 반전 운동 사이에 넣고 찌그러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법이야말로 좌파 민족주의자들이 정부와 공조를 취하는 방식으로 남한 내의 정치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남한 정부는 ‘지금 당장 우리 밑으로 들어와라. 그렇지 않으면 바로 내일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고 말함으로써 득을 보려 하는 듯합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정리해고와 사유화에 맞서는 사회적 투쟁과 미 제국주의에 맞서는 반전 운동에 공갈 협박을 가하려는 저들의 시도를 묵과해서는 안됩니다.

Q 영국의 반전 운동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전쟁저지연합을 주도한 SWP는 얼마나 성장했는가?

A 영국의 전쟁저지연합은 수십만 명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는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 물론 연합 내에는 다양한 조직들이 모여 있지만 전쟁저지연합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자체의 운영위원회 등을 갖춘 조직입니다. 따라서 연합 내의 활동가들 사이에는 연대 의식이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한여름인 지금 이 순간에도 영국 곳곳에서는 전쟁저지연합이 주최한 커다란 모임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영국의 여름은 보통 정치적으로 조용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노동자〉 신문에 들어오는 전쟁저지연합 모임에 관한 보고를 읽다 보면 때때로 지도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지역에서 모임이 열릴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현재 약 11개 노조가 연합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영국의 4대 노조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합은 연합 그 자체로서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입 원서를 쓰고 회비를 내는 등 계속 가입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 내에서 SWP 역시 성장했습니다. 물론 전쟁저지연합은 대중 운동이며 우리는 그 운동의 일부분입니다. SWP에 수백 명이 새로 가입하긴 했지만 제가 보기에 규모의 성장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규모도 중요합니다. 우리에겐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성장은 우리 당원들의 시야와 자신감, 다시 말해 기존 당원들의 정치적 성장입니다. 그들은 운동에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학교, 직장, 거주지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에 전보다 더 많이 소속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네트워크는 반전 운동의 생명을 유지하고 다른 운동들을 건설하기 위한 핵심 기반입니다.

이슬람

많은 사람들이 SWP에 가입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일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었고 우리 정치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운동 내부의 논쟁에 귀 기울였으며, 우리의 주장이 전체 운동 ─ 단지 우리 부문만이 아니라 운동 전체 ─ 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그들에게 가입을 권유하고 싶지만, 설사 그들이 가입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공동전선 내에서 그들과 계속 함께 활동하는 이상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또한 영국에서 우리가 설정한 과제 중 하나는, 이 사람들 가운데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매주 〈사회주의 노동자〉 신문을 받아 보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반전 운동 주변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SWP 주변의 네트워크에도 소속돼 있음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반전 운동은 또한 노조와 반전 운동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노동당과는 다른 좌파적 대안의 필요성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거에서 노동당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을 규합하려는 과정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것에 성공한다면 노동당 지도부 ─ 개량주의에 물든 전쟁 지지자들 ─ 와 노동당 지지자들 사이에 쐐기를 박아 사회주의적 대안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는 성장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기존 당원들의 정치적 성장, 노동계급 운동 내부에서의 영향력 성장, 그리고 우파 전체에 맞선 좌파 진영의 강화 역시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모든 성장의 잣대를 고루 살펴야 합니다.

Q 무슬림들까지 포함하는 좌파의 광범한 연대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떤 조처들이 취해지고 있는가?

A 제가 보기에 영국에서는 이것이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정착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사회주의 운동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세계 인구 중 12억 명이 무슬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이것이 실천에서 무엇을 뜻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그 가운데 무슬림들도 있을 수 있는)이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을 건설하는 것을 뜻했습니다. 영국에서 무슬림들은 대부분 노동계급에 속해 있습니다. 그들은 이주 노동자들로서, 역사적으로 일자리도 가장 열악한 데다 실업률도 가장 높은 집단이며, 그들 가운데 4분의 3가량은 노동당에 투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운동에 끌어들이는 것은 사실 노동계급의 중요한 일부분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일부 좌파들의 잘못된 관점에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모든 무슬림들이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그들은 무슬림들의 사상은 하나같이 반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개신교 또는 가톨릭 신자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국에서, 특히 유럽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종 차별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프랑스 좌파들의 태도는 영국과 많이 달랐습니다. 먼저 그들은 제국주의와 테러리즘을 똑같이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비판의 초점을 미 제국주의에 분명히 맞추지 않고 세계 각지의 여러 목표물로 분산시켰습니다. 또한 프랑스 좌파의 대부분은 무슬림에 대한 인종 차별적 편견에 타협했습니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변두리에 사는 수많은 아랍계 청소년들이 이라크 공격에 분개했음에도 반전 시위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커다란 실수였으며 운동 안에서 정치적 명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줍니다.

조직은 필요한가

운동 안에서 이러한 논쟁에 대해 입장이 명확하고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알고 있는 세력을 강화한다면 전체 운동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이러한 관점을 공유한다면, 우리는 전체 운동을 건설하는 것과 동시에 운동 내에서도 조직을 건설해야 합니다. 토론과 논쟁은 항상 존재합니다. 11월 중순 프랑스에서 열릴 유럽사회포럼에서도 오늘밤의 우리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세력과 반전 운동을 사실상 중단하라고 말하는 세력 사이에 논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도 저절로 지지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사람들의 조직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우리 운동이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다함께’에 가입하셔서 운동 내부의 바로 그 세력을 강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조직에 속해 있을 때 커다란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직장 또는 학교에서 여러분의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또는 주변 사람과의 토론에서 아무리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여러분은 한국에서 수백 명의 동지들이 같은 길을 가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훨씬 더 많은 동지들이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으로 있을 때는 분노할 수도 있고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세상을 바꾸려면 우리는 함께 모여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동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