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청소 노동자 투쟁:
“우리는 일하는 벌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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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청소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고려대 병원은 하루 내원객이 18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청소 노동자들은 72명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72명 노동자들이 쓸 수 있는 휴게실은 하나밖에 없다. 그나마도 급한 일이 있으면 바로 나가야 한다.
노동자들은 청소하다가 주사바늘에 찔리고 피고름을 만지는 등 감염 위험이 높지만 응급 처치도 제 돈을 내고 받아야 한다. 노동자들에겐 따뜻한 아침밥을 먹을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차가운 바닥에서 데우지도 못한 찬밥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꾸준히 병원 측에 대화를 요청하며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냉대와 무시였다.
결국 노동자들은 6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을 선포했다. 병원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노조 고려대 분회와 학생들이 공동으로 주최해 ‘고려대 병원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학생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공공노조 고려대 분회 노조원들과 고려대 총학생회, 문과대 학생회, 동아리 연합회, 고려대 학생행진, 다함께, 민주노총 북부지구협의회 등에서 1백여 명이 참가했다.
특히 학생들의 참가에 노동자들은 큰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이미 고려대에서는 학내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에 학생들이 연대해 승리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고려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은 대화를 거부하고 해고 협박을 하는 병원 당국을 비판하며 “지난해 겨울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연대해 승리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사람답게 일할 환경을 만들자”고 말했다. 문과대 학생회장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일이 일어난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규탄했다.
공공노조 고려대분회 이영숙 분회장은 “노동자들이 한 두 시간만 빗자루를 놓아도 병원은 쓰레기장이 될 것이다. 고려대 전체가 함께 싸울 것이다” 하며 노동자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병원 청소 노동자들의 대표인 김윤희 씨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했다.
“오늘 기자회견을 하니 10년 묵은 체증이 풀리는 듯하다. 4시 반까지 출근하려고 우리는 별을 보고 출근한다. 그리곤 5시부터 빗자루를 든다. 쓰린 속에 물 한 모금 못 먹고 8시까지 일한다.
정규직은 아침밥이 공짜인데 우리는 꼬박꼬박 밥값을 받는다. 쉼터도 없고 대기실에는 굴비 엮듯 누우면 겨우 24명이 누울 수 있다. 나머진 어디서 쉬란 말이냐.
밥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석면가루 날리는 곳에서 박스 하나 펴놓고 찬밥을 먹는다. 바닥 청소 세제가 양잿물이다. 미끄러운 곳을 청소하는데 철수세미 하나 발에 걸고 살금살금 작업해야 한다. 그래도 넘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응급치료 겨우 받고 나면 원무과에서 치료비를 내라고 독촉한다. 명절에 보너스도 없다. 최저임금으로 생활해야만 한다.”
김 대표의 절절한 발언은 참가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지난 20년 동안 환경을 깨끗이 하는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배려해 준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일하는 벌레가 아니다. 우리도 집에 가면 손자, 자식들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우리의 요구를 병원 측이 꼭 들어주길 바란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노조 대표자들과 학생 대표들은 면담을 요청하고자 병원 부총장실을 찾았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심지어 병원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부총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내민 요구서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학생들과 함께 싸워서 패배한 적이 없다”며 “끝까지 싸워서 꼭 승리하자”고 결의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