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부르디외는 언론의 사회적 속성에 대한 텔레비전 담화 형식의 연설문이자 한국에도 번역 출판된 저서 ‘텔레비전에 대하여’에서 언론이 자본과 권력에 얼마나 쉽게 종속될 수 있는지 비판했다.
자유로운 언론, 언론의 자유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1987년 거대한 민주화 투쟁을 통해서야 형식적인 자유를 일부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야 〈PD수첩〉은 첫방송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초의 기획자부터 송일준 PD, 김보슬 PD 등 〈PD수첩〉의 20년을 함께해 온 제작자들은 매번 진실을 정직하게 얘기했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아야 했다. 천안함 의혹 제기, 광우병 위험 폭로,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비판하고 우루과이 라운드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을 다뤘다는 이유 등으로 말이다.
〈PD수첩〉의 최초 기획자인 김윤영 PD는 “세상을 보는 눈이 있고 올바른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밝히고 알릴 수 있다면, 그게 개인이든 집단이든 어떤 직종이든 상관없이 당연히 해야 될 일이 아닌가” 하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상식적인 물음마저 제기하기 힘든 사회가 지난 20년, 한국 사회의 모습이었다. 〈PD수첩〉과 함께해 온 제작자들의 인터뷰에는 그 상흔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PD수첩〉의 제작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고된 삶이었지만 보람된 삶이었다고 말이다. 1990년 5월 8일에 방송될 〈PD수첩〉 첫 방송의 예고편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차별과 편견이 없는 그런 세상을 위한’, ‘우리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다짐들이 그 고통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자 보람을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광우병 위험에 대해 폭로한 이후 PD들이 잇따라 보직 해임되는 상황에서 김환균 PD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한 발자국씩 걸어서 이만큼의 언론 상황을 만들어 왔지만, 되돌아가는 건 한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시 회복하는 데 또 20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짧아지지 않겠느냐”.
들어가는 글에서 이주갑 MBC시사교양국장은 “회고로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반성은 다짐으로 후회는 회초리로 바꾸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이 말은 어쩌면 이 책을 읽을 모든 이들에게 호소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이 했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늘 누군가를 인터뷰하던 그들이 인터뷰 대상이 됐다. 그들의 존재, 그들의 역사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더는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그 진실을 목격한 우리가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