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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로자 룩셈부르크 생애와 사상(파울 프뢸리히, 책갈피)

최근 서점가에는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을 바꾸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혁명가들의 전기가 인기다. 혁명가들의 전기를 읽는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급진화의 물결 속에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독자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서 필요한 교훈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로자의 불꽃 같은 혁명적 열정과 활동 그리고 사상을 다루고 있다. 저자 파울 프뢸리히는 반동 세력에 의해 로자에 대한 자료가 상당 부분 폐기됐음에도, 그녀의 실천 활동과 이론을 유기적으로 서술하는 탁월함을 보여 준다.

로자는 평생을 근본적 사회 변혁 운동에 투신했던 불꽃이었다. 그녀가 활동했던 폴란드·독일·러시아 지배자들은 모두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녀의 개입은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지배자들에게는 늘 눈엣가시였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 사회 변혁에 대한 로자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감옥 안에서 1917년 러시아 혁명을 맞이하고 이듬해 독일에서도 사회 변혁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로자는 그 운동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마침내 그녀는 독일 혁명의 고양 덕택에 석방되었고, 석방되자마자 그 혁명의 성공을 위해 마지막 일생을 바쳤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에도 독일 혁명은 실패했고, 그녀는 칼 리프크네히트와 함께 암살당했다.

정치적 무기

로자는 변혁의 성공을 위한 정치적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 로자는 당시 폴란드사회당의 ‘민족독립’ 강령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폴란드를 지배하고 있는 세 강국과 맞서 싸워야 할 뿐 아니라, 러시아 절대주의와 유착돼 있는 자국의 지배 계급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에 따르면, 폴란드 독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국 부르주아지와의 연합이 아니라 러시아 노동계급과의 연대였다.

저자는 로자의 이러한 결론이 그저 감상적인 것이 아니라 폴란드 자본주의 발달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강조한다. 마르크스의 창조적 계승자였던 로자는 폴란드 자본주의 발달이 러시아 절대주의와 결합돼 있음을 밝혀냈다.

폴란드 민족 문제에 대한 로자의 분석은 우리 나라 통일 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연 남한 지배 계급은 반미와 통일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폴란드 자본주의 발전이 러시아의 광범한 시장에 의존하고 있었다면, 남한 자본주의 발전은 미국의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은 남한 지배 계급으로 하여금 미국에 철저하게 반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미국은 결코 남북한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므로 로자에게서 배운다면 우리 운동은 폴란드 부르주아지만큼이나 취약한 남북한 지배자들에 기대서는 안 되며 독립적인 노동자 운동을 통해 미 제국주의에 맞서야 하고, 통일을 변혁의 한 과정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대중 파업

로자에게서 배울 점은 그 밖에도 많다. 그녀는 대중 행동을 통해서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상을 믿고 있었다. 그녀는 소수의 음모가들에 의한 대리주의적 행동을 철저히 거부했다.

그녀는 자발적인 대중의 투쟁을 철저히 옹호하면서도 의식적·조직적으로 그 투쟁에 개입해서 궁극적인 변혁을 위해 투쟁의 방향과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고 몸소 실천했다. 그리고 투쟁의 방향은 언제나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근본 변혁에 맞춰 있었다.

로자는 1905년 러시아 혁명을 경험하면서, 사회 격변기의 노동자 대중 파업을 분석했다. 그녀는 대중 파업을 사회 격변기 노동자 운동의 자발적인 양태로 바라 보았다. 동시에, 사회 변혁 과정에서 온갖 세력 관계가 대중 파업에 반영된다.

로자가 이 문제에 관해 자발성을 강조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운동에 대한 ‘의식적 개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당시 논쟁의 맥락을 주목한다. 그녀의 이론이 세세한 계획에 끼워 맞춰 투쟁을 조직하려고 하는 독일 사회민주당 지도부의 대리주의적 경향을 비판하는 의미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로자는 당의 주도적 개입을 결코 부정한 적이 없다. 그녀는 당이 올바른 투쟁 방향과 전술을 제시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대중 파업을 촉발할 수 있고 또한 그 성쇠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즉, 로자에게 의식성과 자발성은 대립되지 않는다. 전자는 후자에 통합돼 있다.

로자가 주된 활동 무대를 폴란드에서 독일로 옮긴 이후 활동은 개량주의와의 투쟁이었다. 그녀는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를 비판하며 변혁적 마르크스주의 원칙을 옹호했다. 그녀는 자본주의의 점진적 개량만으로는 절대로 자본주의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봤다.

이런 로자의 태도에 대해 많은 이들은 마치 그녀가 개량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한 것인양 이해한다. 그러나 로자 사상의 핵심은 개량과 근본적 사회 변혁의 변증법적 통합이다. 개량을 위한 투쟁조차도 근본 변혁 전략 하에 유기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의 핵심이다.

프뢸리히는 이 책을 통해 수십 년 전의 혁명가 로자의 생애와 사상을 마치 동시대 인의 그것처럼 느끼도록 해 주었다.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로자와 레닌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쉽게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독일 혁명의 패배에 대한 정치적 분석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 가지 단점만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대중의 불만이 증대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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