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핵폐기장 반대 투쟁 현장을 가다:
부안 주민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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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먹은 내 딸은 핵폐기장이 건설되면 기형아를 낳는다고, 시집을 못 간다고 불안해 합니다.”
“등교 거부가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 가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노무현은 당선되더니 원칙은 없고 반칙만 난무하는 세상이 됐다.”
“밀실, 졸속 행정에 경찰 폭력만 있다. 차라리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싶은 심정이다.”
“교장, 교감들도 학부모, 학생들과 함께해야 한다. 동참하지 않는 교사들이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이 반민주적인 것에 대해서는 저항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기 때문에 등교를 거부한 것이다.”
“경찰이 사람들을 두들겨패고 나서야 행자부 장관이 찾아오고 등교 거부가 계속되니깐 교육부 장관이 찾아온다. 우리는 장관들의 홍보용 국민이 아니다.”
8월 30일은 부안 주민들의 핵폐기장 건설 반대 촛불 시위가 36일을 맞는 날이었다.
한 달 넘게 매일 저녁 4천 명이 넘는 주민들이 수협 앞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해왔다.
부안 읍 한복판에는 각종 대자보·포스터·플래카드가 잔뜩 걸려 있고 아스팔트위에는 스프레이로 쓴 글씨들이 한 가득이다. ‘핵은 죽음이다’, 김종규를 몰아내자’, ‘노무현은 ‘참아’정부다.’
지난 1989년 9월 26일에 발표된 〈영광 핵발전소 제 11, 12호기 건설 반대 100인 선언문〉도 붙어있는데, 100인 중에는 노무현도 포함돼 있다.
저녁 7시 30분 경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집회에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1990년에 있었던 안면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투쟁 때 안면도 주민들은 5일 만에 정부의 계획을 유보시켰고 그 후 3년 6개월을 싸워 완전히 승리했다. 부안에서는 이제 다른 어느 곳으로도 핵폐기장이 갈 수 없도록 싸우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독일인 원복우 씨는 통역을 통해 “내가 살던 독일 로텐부르크는 체르노빌에서 직선거리로 1천5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 1986년 폭발 사고 이후 물도, 채소도, 우유도, 포도주도 모두 먹을 수 없게 돼 버렸다” 하고 말했다.
부안 대책위는 다시 군청 앞에서 농성을 준비하고 있고 서울 상경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노무현의 반환경 정책에 맞선 부안 주민들의 투쟁은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주민들과 학생들이 ‘참여정부’의 교육을 거부하다
부안 초중고등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한 지 6일 만인 8월 30일 교육부총리 윤덕홍이 부안에 왔다.
이 사실을 알고 100여 명의 학부모들이 부안성당으로 몰려들었다.
윤덕홍과 함께 온 전라북도 교육감은 성당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성난 주민들에 의해 쫓겨났다. 이 자는 부안 군민들을 폭도로 매도하고 학생들을 전부 결석 처리하겠다고 협박했던 자다.
윤덕홍은 “6·25 같은 전쟁이 나도 학생들을 학교에 보냈다.…사회 현안 문제와 교육은 분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덕홍의 말에 부안 초등학교 학생회장 김지영 학생은 “우리 학생들 스스로 다수결로 등교 거부를 결정했다. 우리가 등교거부를 하는 이유는 핵폐기장 문제가 처리되는 때가 반드시 올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고 반박했다.
학부모 대표는 “47개 초·중·고등학교 중 42개 학교가 중3, 고3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90퍼센트 이상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학교는 민주주의, 친환경, 참여민주주의를 가르치는데 우리는 현실과 맞지 않는 이런 교육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래도 윤덕홍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하자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화가 난 주민들은 ‘당장 청와대에 가서 노무현에게 우리의 뜻을 전하라’고 다그쳤고 윤덕홍은 어색하게 웃으며 “나한테 답변을 강요하지 말라”며 발뺌했다.
결국 윤덕홍은 등교 거부 학생들을 결석 처리하겠다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다음 날 언론 보도에 나온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단 1분도 없었다.
부안핵폐기장 건설 저지를 위한 부안교사모임 대표는 윤덕홍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부안에 와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눈물을 흘려야만 등교 거부가 끝날 것이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대안 에너지는 몽상일 뿐인가?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에 미국과 소련이 급속히 전파시킨 핵발전소는 이제 세계 어딜 가나 골칫덩이가 돼버렸다. 미국도 1979년 사고 이후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다.
풍력·태양광 발전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서 이제 핵발전에 비해 전혀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월드워치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원자로는 전력 1kW를 생산하는데 약 3천∼4천 달러가 든다. 그러나 가스연료를 사용하는 첨단복합화력발전소는 kW당 4백∼6백 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풍력 터빈은 1kW당 1천∼4천 달러로도 설치할 수 있다.
싸기만 한 것이 아니다. 효과도 매우 크다. 대부분 사막인 미국 뉴멕시코 주의 전체 면적 중 3퍼센트 지역에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전부 대체할 수 있다. 한국의 풍력 잠재량은 현재 연간 전력소비량의 3배에 달하고 당장 이용할 수 있는 5퍼센트만 개발해도 국내 에너지 소비량의 30퍼센트까지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재앙을 몰고 올 핵발전에 우리의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