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시, 한 혁명가의 생애와 사상》:
그람시의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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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그람시는 금세기의 가장 위대한 변혁운동가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1916년 헌신적인 변혁운동가가 돼 이탈리아 노동자 계급 운동에 참여하고 파시스트 감옥에서 11년간 갇혀 있다가 1937년 46세로 사망할 때까지 그러한 헌신을 계속했다.
그는 여러 사회주의 신문들의 편집자였고 ―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신질서〉(L`ordine Nuovo)였다 ― 이탈리아 노동자 투쟁에 핵심적으로 개입했다. 특히 1918년부터 1920년까지의 "붉은 2년(Biennio rosso)" 동안에 일어났던 토리노 시 공장 점거를 통해 그람시는 노동자들이 변혁적 계급의식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처음에 약간은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으나 어쨌든 그람시는 1921년에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했다.
그람시는 개혁 지상주의에 반대하는 비타협적 투쟁을 수행했다. 진보 진영 내에서 유력한 통념과 정반대로 그람시는 이탈리아 공산당의 유러코뮤니즘 지도자들 ― 똘리아띠와 그 후배들 ― 의 개혁 지상주의와 전혀 무관하다.
그러나 그람시는 또한 파시즘의 심각한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신생 공산당 지도자들의 초좌익주의에 반대하는 투쟁도 했다. 그들과는 정반대로 그람시는 공산당이 다른 반파시스트 정당들과 공동 전선을 형성하여 무솔리니를 패퇴시킬 필요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변혁운동에 참여했는데도, 그리고 무장 봉기가 "투쟁의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주장했는데도 그의 생애와 사상은 스탈린주의자들과 개량주의자들 모두에 의해 체계적으로 왜곡되고 잘못 해석돼 왔다. 그들은 그람시의 그 방대한 저술들 가운데 자기들 구미에 맞는 부분만 ― 특히 옥중 수고에 있는 부분 ― 취합해, 자본주의와 타협하는 자기들의 정책을 정당화했다.
쥬세뻬 피오리의 그람시 전기는 스탈린주의와 개량주의의 그러한 곡해에 대한 아주 훌륭한 교정 수단이다.
피오리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책은 그람시의 초상을 ‘있는 그대로’ 완성하는 것, 즉 머리 ― 위대한 지식인이자 정치 지도자로서의 그람시 상(像)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 에서 ‘몸통과 다리’까지의 전신상을 그려 내는 것 외에는 아무런 야심이 없다."
그런데 피오리는 이 과제를 실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는 이탈리아 사회의 투쟁들과 모순들을 끊임없이 언급하면서 그람시 정치의 발전 궤적을 추적한다. 예컨대 그는 그람시가 청년이었을 때 일어났던 농민 반란에 관해 서술하는 동시에, 학생인 그람시가 그들의 고통에 얼마나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들을 억압하는 데서 북부 이탈리아의 자본이 한 구실을 어떻게 설명하려 했던가를 잘 서술하고 있다.
피오리는 그람시의 강렬하고 고독한 탐구 시절, 경험 없는 새로 만난 동지들과의 지칠 줄 모르는 토론, 그리고 변혁 운동에 대한 때때로 소모성의 개입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다른 어떤 것보다도 피오리는 독자에게 이탈리아 사회의 근본적 변혁에 대한 그람시의 헌신을 〈리용 테제〉 같은 저작들을 검토함으로써 보여 준다.
귀중한 인용문
감옥 안에서 그람시는 처절한 투병 생활을 ― 척추 카리에스, 앙기나, 관절 통풍, 고혈압, 불면증을 극복하려 ― 했다. 그러면서도 탐구를 계속해 후대에 《옥중 수고》로 알려지게 된 방대한 저술들을 썼다.
그람시가 그러한 최악의 조건 속에서 발전시킨 세련된 정치 사상은 정말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거기서 그는 이탈리아 사회의 발전에 관해 쓰면서 이탈리아의 예술과 문화, 계급투쟁에서 변혁운동가들이 구사해야 할 전략과 전술, 그리고 "현대 군주" ― 즉 혁명 정당 ― 의 역할도 논했다.
피오리 말대로 그람시에게 《옥중 수고》는 삶 자체가 됐다. 거기서 개진된 잠정적 사상은 끝없이 발전되고 정교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으며, 그람시가 계속 변혁 투쟁을 수행하는 방식이었고, 또 그가 계속 세계와 관련을 맺고 인간 사회에서 활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람시는 외부 세계와 접촉을 유지하기 위해 처절하게 애썼지만 노동자 계급 운동의 일상 투쟁으로부터는 단절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람시는 스탈린주의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고, 어떤 사상들은 추상적인 채로 남게 됐다.
파시스트들의 꼼꼼한 검열 때문에 그람시의 문체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고, 그리하여 나중에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피오리의 책은 그람시가 활동하던 조건을, 그리고 그가 수감이라는 신체적 부자유 상태와 좋지 못한 건강 상태를 넘어 마르크스주의적 세계관을 발전시키려 어떻게 자신과 엄청나게 싸웠는가 하는 점을 독자가 느끼게 해 준다.
또한, 피오리의 전기가 훌륭한 것은 그람시 자신의 혹독한 자기 비판을 잘 활용해 그람시 사상의 발전을 살펴본다는 점이다. 피오리의 책은 그람시의 저작으로부터 아주 귀중한 인용문들을 많이 소개해 주며, 게다가 쉽게 그 맥락들을 설명해 준다. 또한,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비극적인 그람시의 삶이 사실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이해하면서 책을 썼다.
진지한 변혁운동가라면 안토니오 그람시를 위대한 유산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피오리의 그람시 전기는 그람시에 대한 여러 저작들 가운데 단연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