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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말하는 경제 위기와 노동자 투쟁:
“반자본주의 좌파가 기층 투쟁 조직에서 결정적 구실 하고 있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 조셉 추나라와 그리스 반자본주의 활동가 니코스 루도스가 다함께가 주최한 맑시즘2010에서 연설하기 위해 방한했다.

두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레프트21〉 김용욱 기자에게 경제 위기와 노동자 투쟁의 전망을 말한다.

“오늘날 그리스 위기는 전 세계적 위기의 일부입니다. 그리스의 문제가 무분별한 복지 지출,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금’ 등이 낳은 문제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복지 수준이 가장 낮습니다. 임금도 가장 낮습니다. 그러나 물가는 다른 유로존 국가와 비슷합니다. 연금도 형편없어서, 농민들은 은퇴 후 연금으로 월 4백 유로[약 60만 원]밖에 못 받습니다.

니코스 루도스

그리스가 문제가 된 것은 경제 위기로 최근 부채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인데, 그중 상당 부분, 약 6백억 유로가 은행과 기업 지원금으로 사용됐습니다.

부채를 급격히 늘린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국제 시장이 그리스 국채에 부과하는 이자율을 크게 높인 것입니다. 그리스 경제가 나빠져서가 아니라 세계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것에 국제 자본가와 투기꾼들이 대응한 것이었습니다. 그리스 국채 이자율이 크게 뛴 것은 2009년 두바이 사태 이후였던 것이 이 점을 증명합니다.

따라서 그리스의 위기가 그리스의 독특한 성격이나 낭비, 비효율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은 진정한 원인을 감추려는 시도일 뿐입니다.

악순환

그리스 정부는 노동자들이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현실’을 수용하고 투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IMF의 정책이야말로 경제를 살리는 데 철저하게 실패했습니다. 이들이 내놓은 통계를 봐도, 현 긴축 정책이 계속 추진되면 2012년 그리스 국채는 국내총생산의 1백50퍼센트에 이를 것입니다. 이들은 그저 2012년이 되면 세계경제 위기가 끝나지 않을까 기대할 뿐입니다.

긴축의 효과로 수요가 줄면서 경제가 더 나빠지고, 빚이 줄기는커녕 더 늘자 IMF가 더 많은 개악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IMF는 약속한 구제금융을 한꺼번에 주지 않고 각종 조건을 달아 주는데, 최근 IMF는 올 10월에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전력 부문을 민영화하라고 그리스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보통 언론들은 5월 5일 파업·시위와 비교해 최근 투쟁의 규모가 줄었고 노동자 투쟁이 사그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7월 중순 연금 개악법이 통과된 것은 그런 인상을 강화했죠.

그러나 그리스 노동자들은 그 뒤에도 두 차례 총파업을 벌였습니다. 하나는 공무원 총파업이었고, 다른 하나는 7월 중순 양대 노총 총파업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저항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5월 5일 총파업과 비교해 운동이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5월 5일 총파업은 그리스 역사상 최대 파업이었고 노동자들은 워낙 분노가 커 국회의사당 점거를 시도했습니다. 만약 그런 파업이 한 번 더 일어났다면 이 정부는 쫓겨났을 것입니다.

한편, 다양한 부문에서 파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병원 노조와 의사 노조가 닷새 파업을 벌였습니다. 공항 관제사들은 법원이 파업을 금지하자 출근 후 일을 거부하는 파업을 벌였습니다. 공항 당국은 모든 관제사들의 여름 휴가를 없애는 것으로 보복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 투쟁의 압력 때문에 이 조처를 철회해야 했습니다.

또, 지금 그리스의 모든 항만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항만 운영자들이 항만 민영화 정책 반대파업에 돌입해 항구를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트럭 소유주들도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따라서 투쟁은 중단되기는커녕 부문별로 더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IMF는 신규 자금 지원 조건으로 추가 긴축 정책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집단 투쟁이 있을 것입니다. 가을에는 민영화 대상이 된 전력 노동자 투쟁이나 교육 재정 삭감 등 교육 조건 악화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학교 점거 투쟁 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스 사회당(PASOK)을 제외한 모든 그리스 좌파가 정부 정책에 반대합니다. 지난 일곱 달 동안 벌어진 일곱 차례 총파업은 모두 노조와 좌파 들이 조직했습니다.

사실, 공공과 민간 양대 노조 총연맹 지도부는 대다수가 친사회당입니다. 그들은 지난해 말 사회당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긴축 정책을 발표했을 때 항의 총파업을 하지 않을 거라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기층 압력에 밀려 파업을 선언해야 했습니다.

의회에서 영향력 있는 좌파 야당은 그리스 공산당과 시리자입니다. 그들은 투쟁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비록 처음에 저항을 조직하는 데 굼떴지만 말이죠.

기층 압력

그리스 좌파들이 공격에 대응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지만 기층 투쟁으로 긴축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습니다.

그들은 처음 공격이 닥쳤을 때 사회당이 집권당이기 때문에 저항 운동이 약하고 쉽게 패배할 거라 비관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첫 총파업을 가능하게 한 추동력은 의회가 아니라 기층 노동자들의 움직임에서 나왔습니다. 반자본주의 좌파는 기층이 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첫 총파업 조직에서 반자본주의 좌파가 결정적 구실을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압력이 돼 공산당은 자신의 영향력이 큰 노조의 파업을 조직했습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지금껏 총파업 투쟁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자본주의 좌파는 긴축 반대 투쟁을 시작하고 전진시키는 데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첫째, 공격 받는 부문의 노동자들은 분노가 컸지만 주류 정치권이 이런 분노를 무시하자 고립감을 느꼈습니다. 또, ‘긴축에 반대하는 사람은 소수다’라는 등 온갖 선전 공세에 노출됐습니다. 작업장에서 활동하는 반자본주의 좌파들은 노동자들이 고립감을 극복하고 운동을 시작해 지속하도록 했습니다.

둘째, 반자본주의 좌파는 모든 주요 작업장에 포진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교사 노조나 병원 노조, 지역 공무원 노조에 영향력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상당한 조직적 힘을 가진 노동자 집단입니다. 우리는 이런 곳의 투쟁을 연결시키려 노력했습니다.

또, 반자본주의 좌파의 노력 덕분에 총파업과 시위에서 재무부 노동자, 교사 노동자 등 노조로 잘 조직된 노동자들과 노조 조직률이 낮아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파편화된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행진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반자본주의 좌파는 운동을 정치화하고 이 운동에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했습니다. 예컨대, 이주민들 문제를 보죠. 정부는 인종차별주의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노동자들이 투쟁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려 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주민들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반자본주의 좌파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조직했고 이것을 노동자 투쟁과 연결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총파업과 시위 현장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또, 반자본주의 좌파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먼저 ‘부채 상환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이것은 훨씬 포괄적인 반자본주의적 대안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또한 은행 국유화와 함께 국유화된 은행의 노동자 통제를 요구했습니다.

국유화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국유화된 은행의 돈이 은행가들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해고 금지도 요구합니다. 그리스 정부 자신이 다음 달 실업률이 20퍼센트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문제입니다.

일부 노조들이 이런 반자본주의 좌파의 대안을 공식 요구로 채택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현 정부가 이런 요구들을 수용할 거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구들은 노조들이 공동 행동을 하는데 필요한 행동강령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공장이 파산해 문을 닫게 되면 우리는 그 공장 노동자들이 해고에 반대하면서 작업장을 점거하고 국유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툭하면 반자본주의 좌파의 대안은 비현실적이고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상관없는 것을 노동자들에게 주입하려 한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반자본주의 좌파의 대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노동자 투쟁 경험을 일반화한 것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경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직장 폐쇄와 해고에 대응해 노동자들이 공장과 은행을 점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해고 금지’를 요구했습니다.

또, 최근 주류 언론의 여론조사를 봐도, 과반이 은행 국유화와 부채 상환 중단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정부야말로 논쟁에서 졌고 대다수 노동자가 원하는 것과 정반대 정책들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과제는 어떻게 노동자 다수가 원하는 대안을 실현할 수 있을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