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낮은 대학 다니면 학자금 대출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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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7월 30일 ‘고등교육기관별 학자금 대출한도 설정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를 보면 취업률 등으로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퍼센트 대학 신입생은 등록금의 70퍼센트만 대출받게 된다. 하위 15퍼센트 안에서도 더 낮은 등급의 대학은 등록금의 30퍼센트만 대출받게 된다.
앞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의 학생들은 학자금을 대출할 때 불리해지는 셈이다. 교과부는 이런 안을 바탕으로 이달 중 대출한도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학자금 대출 덕분에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아 대학 당국들이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대학 당국도 학자금 대출의 수혜자라 주장한다. 따라서 대학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학자금 대출에 대한 책무성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평가 결과에 따라 그 불이익을 학생들이 지게 만드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번 안은 높은 등록금, 낮은 취업률로 고통받는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안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의뢰로 이 안을 연구·발표한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잘 가르치고 재정운영이 건실한 대학에 학자금 지원을 확대해서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이번 제도의 진정한 목적을 밝혔다.
따라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대학 서열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대학 구조조정 추진이 더욱 손쉽게 될 것이다. 대학 당국들도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학생들을 경쟁으로 내몰려 할 것이다.
학자금 대출까지 경쟁 강화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정부가 학자금 대출 상환율을 높이고 싶다면, 진보진영이 이제껏 주장해 왔듯이, 살인적 등록금을 낮추고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복지 예산을 늘려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빚을 내지 않고도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