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현재,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 노동자 7명은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용역들의 폭력과 방해 속에서도 45일째 꿋꿋이 노숙농성을 이어 나가고 있다. 8월 19일 저녁에 열린 연대집회에서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장을 만나 대법원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판결 이후 상황과 투쟁 방향에 대해 들어 봤다.
이백윤 지회장은 먼저 동희오토는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고용노동부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웃기는 거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이 일하면 그건 불법 파견이고, 정규직 노동자 1명도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만 라인이 꾸려지면 합법 파견인 겁니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제 생각엔 대법원 판결의 적용을 최소화하려는 게 저들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동회오토 현장 노동자들도 ‘우리는 해당 안 되나?’ 궁금해하는데, 사측에서는 ‘조용히 일이나 해라’ 하는 상황이죠.
“사측의 전략은 기아차 정규직 노조의 임금단체협상과 타임오프 투쟁, 불법 파견 투쟁, 그리고 동희오토 투쟁, 이 세 가지를 철저하게 분리하려는 것입니다. 기아차노조 정규직 지도부가 양재동 본사 앞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노숙농성에 같이 돌입하자마자, 사측이 갑자기 급선회해서 기아차노조에 이틀 만에 조건 없는 성실 교섭을 약속하고 지금 급속도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동희오토 투쟁은 탄압하고 있죠.
“그런데 동희오토를 보면 모닝의 후속 차종이 지금 들어오고 있어요. 처음에 기아차 정규직노조와 합의할 때는 모닝만 동희오토에서 만드는 것으로 합의했는데도,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후속 차종을 들여보내려 하고 있죠. 그리고 내년에는 전기차를 동희오토에서 생산하려 합니다. 노조 측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물량 외주화를 시도하고 있고 이것은 사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우리는 동희오토 투쟁에 기아차 노동자들이 연대해 달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주하청화가 기아차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외주하청 공장엔 노동조합을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기아차가 파업할 때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같이 파업하면 파업의 파급력이 더 커지는 거죠.
“이런 이유들로 기아차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는데, 더디게나마 발전하고 있지만 많이 늦습니다. 자본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에 비해 좀 늦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안타까운 심정이죠.”
이백윤 지회장은 “동희오토와 같은 외주하청 공장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이 이것을 어떻게 지지·보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고 강조했다.
인터뷰·정리 윤필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