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초 진보 구청장인 민주노동당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은 취임 초기부터 ‘소통’을 강조해 왔다.
배 구청장이 펼치려는 무상급식, 무상교복, 필수 예방접종 무상실시, 영유아 보육지원, 65세 이상 틀니 무상지원, 주민참여예산과 같은 진보적 정책들은 주민들과 소통해 지지를 획득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역의 기업주들과 고위 관료, 우파 세력들은 이런 정책들을 훼방 놓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배 구청장의 ‘소통’은 다소 모호한 듯하다. 남동공단 기업주들이 진보 구청장의 친노동자 정책을 걱정하는 것을 두고 배 구청장은 “경영자와 구청장에게는 공단 활성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경영자든 노동자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남동공단 경영자들이 ‘이제부터 구청이 민주노총 편만 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의 생각처럼 급진적으로 뭔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기초단체장을 넘어 “경영자적 마인드”를 갖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기업주와 노동자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상생’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대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 구청장이 ‘상생’을 추구한다면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자제시킬 수 있다. ‘경영자적 마인드’를 언급하는 것은 이런 염려를 더 크게 한다.
당장 배 구청장이 관할하는 남동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이 구청을 상대로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벌이고 있다. 남동국민체육센터 순환버스 폐지 방침 철회, 토요일 유급 휴일 준수, 임금 인상, 고용안정 등 지역 주민 복지와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에 직결된 요구를 하면서 말이다.
이 상황에서 배 구청장은 ‘경영자적 마인드’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기각하거나, 양보를 종용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주와 부자들을 지원할 돈을 노동자들의 복지와 일자리를 지키는 데 쓸 것인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이 배 구청장이 펼치려는 진보적인 정책들을 실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