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하철 노동자다. MBC 〈후플러스〉에 방영된 지하철 석면 이야기를 보고 폐암 판정을 받은 내 동료들이 떠올랐다.
2000년에 서울지하철 역사 냉방화 공사가 있었다. 지하철 냉방화 공사나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면 천정재를 다 뜯어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발암물질인 석면에 대거 노출된다.
야간에만 작업해야 하는 지하철공사의 특수한 조건 때문에 지하철 운행시간 종료 후 역사 안 침실에서 잠을 자야 했던 역무 노동자들은 고스란히 공사소음을 견디고 먼지를 마셔야 했다.
새벽에 지하철 운행이 시작되기 전 서둘러 작업을 종료하면서 빗자루로 먼지를 승강장 밖 선로로 쓸어내렸고, 그 먼지에 무엇이 섞여 있는지도 모른 채 아침 출근길 승객들은 먼지를 마셨을 것이다. 역무 노동자들도 일반 마스크와 다름없는 것을 쓰고 근무했다.
역무 노동자들은 퇴근하면 무조건 좋은 공기를 마시려고 산을 타든지, 삼겹살을 먹으며 나름의 ‘치료’를 하는 게 다였다.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해 ‘몸짱’으로 불렸던 고참 선배 노동자가 어느날 갑자기 폐암 판정을 받았고, 몇 년 동안 투병하며 산재 판정을 받으려고 싸우다 돌아가셨다. 그 후로도 노동자 몇 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다.
석면은 20~30년 동안 잠복하다 병을 일으킨다고 하니, 시간이 흐를수록 폐암에 걸리는 노동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당시에는 공사 기간에 외부 숙박료가 고작 며칠치밖에 책정되지 않았다. 선배 노동자들은 지하철 역사 안 침실에서 자다가 도저히 열악한 환경을 참을 수 없어 뛰쳐나와 속옷바람으로 공사를 중단시키고 공사기간 동안 외부숙박료를 전부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싸웠다.
노동조합 산업안전부에서도 석면 문제를 제기하며 투쟁해 왔다. 덕분에 지금은 공사기간에 역무 노동자들이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후플러스〉 보도에서 나왔듯이 석면의 위험은 일상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석면 문제가 제기된 후에도 지하철공사는 이윤 때문에 석면을 친환경자재로 바꾸지 않고 있다. 석면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기술도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동자와 승객의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을 친환경자재로 바꾸고, 석면 제거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돈을 투자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