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성미산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공동체의 중심인 성미산을 개발하려는 홍익재단에 맞서 산에 텐트를 치고 1백 일 가까이 농성 중이다.
2003년에 서울시가 배수지 공사를 위해 성미산 정상의 나무를 벌목했을 때도 마을 주민들은 힘을 모아 산을 지켜냈다. 이후 해마다 성미산에 나무를 심어 왔는데, 또다시 홍익재단이 산을 깎아 사립학교를 이전하려고 해 마을 주민들이 온몸으로 포크레인을 막아서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성미산의 생태적 가치가 높은데도 산의 3분의 1을 훼손하는 공사를 허가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 게다가 산의 절개면이 영구 음지 상태라 학생들에게 해로운 학습 환경이다.
서울시와 교육청은 사학재단의 개발 이익을 위해 눈감아 주고 있다. 지난 5월 26일 서울시교육청이 성미산에 건축 승인을 했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학교 이전을 승인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차량 통행을 위한 도로점용 허가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시공사인 쌍용건설과 하청업체 삼은개발은 공사를 진행한 만큼만 단계적으로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가 마을 주민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지난 8월 15일에도 술에 취한 인부가 자정이 넘은 시각에 벌목을 했고 이를 막으려는 주민이 전기톱에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주민들의 공사 중단 명령 요청을 묵살하고, 서울시교육청 사학지원과는 “서울시교육청의 건축승인이 난 것이면 도로점용허가가 난 것이나 같으니 홍익재단의 건설은 불법행위가 아니”라며 홍익재단을 비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곽노현 진보교육감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곽노현 교육감은 후보일 때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보이니 자신이 교육감이 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어디 갔는가. 서울교육청은 이제라도 대체부지 선정을 위한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주민들은 매일 저녁 문화제를 열고 있는데 오는 9월 4일과 5일에는 천막농성 1백 일을 맞아 광화문에서 행사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