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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허용 요구 기자회견:
“낙태는 범죄가 아니다. 낙태를 허용하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지 말라! 31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지 말라"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미진

8월 31일,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낙태 요구안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성단체를 대표해 발언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소장은 “언제는 인구가 많다고 산아제한을 하고 이제는 인구가 적다고 낙태를 처벌하는” 국가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31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지 말라" 기자회견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임신중지여성은 범죄자가 아니다. ⓒ이미진

ⓒ이미진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간부들도 참가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낙태와 여성 노동자 문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정부는 낙태를 금지하면서 애를 다 길러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동안 여성 노동자들은 임신과 출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박승희 여성위원장은 “앞으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낙태 문제에 함께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전국지역아동센터 협의회 박경양 목사가 낙태 처벌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의료계 목소리도 있었다. 한의사 도희 씨는 “누구보다 생명을 아끼지만, 낙태를 금지하면 여성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의사인 ‘건강과 대안’ 윤정원 연구원도 “낙태를 합법화한다고 낙태율이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낙태가 금지된 나라들에서 낙태 비율이 더 높다. 반대로 낙태를 불법화하면 여성들의 건강에 더 해롭다”는 점을 통계를 제시하며 주장했다.

전국지역아동센터 협의회 이사장 박경양 목사는 종교인으로서 낙태 처벌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정부가 생명 존중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하며, “종교인으로서 생명을 존중하지만, 여성의 삶과 선택을 억압하면서까지 낙태를 처벌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낙태가 이미 합법화된 이탈리아에서 온 여성운동 활동가도 연대발언을 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낙태가 합법화하기 전에 많은 여성들이 불안전한 낙태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 급진· 좌파 정당들의 주도로 낙태가 합법화됐고, 병원에서 무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탈리아 여성들은 수술하지 않고도 낙태 알약을 이용해 원치 않는 임신을 초기에 막는 방법을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태가 합법인 중국에서도 한국의 낙태 선택권 지지 운동에 대한 연대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트워크 참가단체들은 준비한 낙태 요구안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아래는 낙태 요구안 전문이다.

낙태는 범죄가 아니다. ⓒ이미진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 임신중지(낙태)권 요구안

1. 임신중지(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처벌하지 말라! / 임신중지(낙태)한 여성은 죄인이 아니다!

2009 년 말부터 한국 사회는 임신중지(낙태)한 여성과 담당 의사들에 대한 고소·처벌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고소나 처벌을 통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여성들은 성과 관련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여러 억압적이고 불평등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피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 최종적인 상황에서 원치 않았던 임신을 종결시킬 수 있는 마지막 방법으로 임신중지(낙태)를 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고소나 처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은 그 자체로 매우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임신중지(낙태)는 성관계, 임신, 출산, 양육 등에 이르는 삶의 재생산과 연관된 과정에서 여성 스스로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판단하여 행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재생산 권리’의 하나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근거해 임신중지(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낙태죄 폐지를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여성의 임신·출산 및 자기 결정권 네트워크, 이하 네트워크〉도 임신중지(낙태)를 여성의 재생산 권리로 인식할 것을 주장하며, 임신중지(낙태)한 여성들의 처벌에 반대한다.

2. 본인 요청에 의한 임신중지(낙태)를 허용하라.

〈 네트워크〉는 여성의 의사에 근거한 임신중지(낙태)를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 중 임신중지(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는 23개국에 달하며 대다수 국가가 임신 후 12주에서-24주까지 혹은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 전까지’ 등의 조건을 두어 여성 스스로의 의사에 근거한 임신중지(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네트워크〉는 본인 요청에 의한 경우, 의학적으로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간주되는 시기까지의 임신중지(낙태) 시술을 전면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 어떤 경우라도 여성이 처할 여러 조건과 의학적 상황들을 고려하여 당사자 여성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존중하여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

3. 여성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인정하라

모든 여성이 임신, 출산, 임신중지(낙태), 양육에 이르는 재생산 관련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관련 경험이 여성에게만 해당된다는 측면에서, 재생산 권리는 여성만의 특수한 권리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여성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성관계, 임신, 임신중지(낙태), 출산 등의 문제에 대해 여성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인정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임신 중지(낙태)는 성적 불평등과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여성이 전체 삶의 설계 속에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임신중지(낙태) 상담 의무화 정책, 숙려 기간 도입 제도 등은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미명 하에 오히려 임신중지(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의 자율적 판단과 결정을 무력화시키고, 임신중지(낙태) 시술을 지연시켜 후기 낙태로 이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당사자간의 자율적 의사 소통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임신중지(낙태)에 대한 결정을 배우자 동의로 법적 강제하는 것은 배우자의 동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여성들을 범죄화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따라서 〈네트워크〉는 현재 논의되는 낙태 상담 의무화 정책이나 숙려기간 도입 및 배우자/보호자 동의를 임신중지(낙태) 시술의 법적인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에 반대한다.

4. 안전하게 임신중지(낙태)할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임신중지(낙태) 불법화로 낙태 시술 병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어 시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음성적 임신중지(낙태) 수술이 증가하고 있다. 기사 보도에 따르면 시술 비용은 이미 몇백만원을 넘어 비용부담이 너무 커져 버렸고, 브로커를 통해 해외 임신중지(낙태) 원정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런 분위기라면 최소한의 의료적 안전 조치조차 없는 상황에서 불법 낙태 시술소를 통한 음성적 임신중지(낙태)가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실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강조되는 안전한 임신중지(낙태)의 조건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맥락에서 매우 우려되는 바이며, 그 피해 역시 고스란히 여성의 몸에 돌아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임신중지(낙태) 불법화가 강화될수록 임신중지(낙태)로 인한 여성의 건강권 침해는 높아진다. 특히 부담비용 증가로 인해 빈곤 계층 여성들이 불법 시술과 같은 음성적 임신중지(낙태)에 노출될 확률은 더욱 높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의해 더 많은 여성들이 위험한 임신중지(낙태) 시술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신중지(낙태)는 여성 건강권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중지(낙태) 받을 수 있는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제도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하나의 대안이 바로 임신중지(낙태) 시술을 일반 의료 행위로 인정하여 의료 보험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임신중지(낙태) 접근권에 대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영국, 독일, 덴마크 등지에서는 임신중지(낙태)에 대한 무료 시술을 보장하고 있고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는 의료보험 적용을 하고 있다.

5. 피임 등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적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고 응급 피임약을 보편적으로 시판하라.

여성이 스스로 임신과 출산의 문제를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으려면 다양한 피임법에 대한 교육과 관련 정보나 피임에 대한 접근권이 강화되어야 한다. 학교 교육 등에서 피임에 관한 교육들을 강화하고, 이후에도 여성들이 피임, 임신중지(낙태) 등 재생산 관련 의료 정보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의학적 정보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권이 강화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사에게도 환자에게 관련 의학적 정보를 고지할 의무가 부여되고, 그에 따라 여성들이 관련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치 않는 성관계,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 이후 여성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응급 피임약 제도의 보편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응급 피임약을 복용하기 위해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대 72시간 이전에 복용해야 하는 응급 피임약의 특성상 의사의 처방전을 받고 복용하기까지의 시간경과로 인해 현실적 적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는 응급 피임약을 피임의 중요한 수단으로 바라보고, 응급 피임약에 대한 정보 제공과 구매의 보편화를 제안한다.

6. 여성이 처한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라.

WHO(2007) 에 의하면 현재에도 위험한 임신중지(낙태)로 매일 182명이 사망하며 위험한 임신중지(낙태)로 죽는 여성의 46%가 24세 미만이다. 또한 모성사망의 20%가 임신중지(낙태)사망 때문이다. 임신중지(낙태)로 인한 사망은 예방가능 한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건 정책의 수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한 사회경제적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안전한 재생산에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다. 빈곤한 여성일수록 피임을 파트너와 협상하기 어렵고, 적절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 이는 임신을 원하거나 원치 않거나 마찬가지이다.

임신 중지(낙태)의 문제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유와 권리의 문제이자 또한 한 여성이 한 사회에서 남성과 동등하고 평등한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조건으로서의 평등권 문제이기도 하다. 〈네트워크〉는 성관계, 임신, 임신 중지, 출산, 양육 등의 재생산 전 과정에서 직면하는 여성의 성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다함께,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성소수자위원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여성주의의료생협(준), 전국여성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 진보신당 여성위원회/성정치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동성애자인권연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붉은 몫소리,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언니네트워크,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 공감,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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