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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전 출교생에 대한 무기정학 무효 판결:
“탄압이 아니라 승리의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2006년부터 시작된 징계 문제가 끝나는 듯합니다. 9월 1일 고려대 전 출교생들에게 내렸던 무기정학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에 맞서 싸웠던 학생들에 대한 출교, 퇴학, 무기정학으로 이어진 징계가 법정에서 모두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고려대 당국이 5연패를 한 셈입니다.

2009년 6월 11일 무기정학 무효 확인 소송 소장을 접수하는 전 출교생들.

2006년 4월, 본관 밤샘 시위를 하며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맞섰다는 이유로 저를 포함한 고대생 7명은 입학 사실조차 삭제되는 출교라는 극단적 징계를 받았습니다. 징계 기준조차 납득할 수 없는 징계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2005년 이건희 명예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 등 대학 기업화에 앞장서서 맞섰던 학생들에 대한 표적·보복 징계라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출교 무효 소송에서 패소한 후 학교 측이 낸 항소이유서에서 징계를 내린 배경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반대 시위”를 언급하면서 이 점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출교 무효 판결 후 학교는 ‘사과를 한다면 다시 고려해보겠다’며 퇴학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양심의 문제”라며 조건 없이 복학시키라고 판결했습니다. 학교 측의 갖은 꼼수에도 결국 저희는 강의실로 돌아갔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2년 동안 계속된 천막 농성, 5번의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얻은 결과였습니다. 전 사회적 연대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덕분에 현재 출교됐던 학생 7명 중 3명은 졸업해 군복무·사회진출 등을 한 상황입니다. 학교에 남은 4명도 거의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할 때, 학교 당국은 갑작스레 저희에게 무기정학을 내렸습니다. 학교 측이 잘못 내린 결정으로 학생 7명이 2년의 세월을 허비한 것에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였습니다.

전 사회적 연대

학교 당국으로서는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에 저항하는 고려대 학생운동 ─ 이른바 ‘이건희 반대 시위’로 표출됐던 ─ 을 억누르려는 초강수였던 만큼 쉽사리 물러서지 않으려 했습니다. 지난 2008년 학교는 저희에게 퇴학을 내리며 “전국적으로 선례가 되는 케이스”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중앙대, 동국대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등 많은 대학들이 대학시장화·기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서는 학생들의 저항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어김없이 고려대 당국처럼 징계카드를 꺼내들고 있습니다.

2008년 3월 18일 법원의 퇴학 무효 판결을 환영하며 복학을 촉구하는 전 출교생들.

징계는 징계 당사자만이 아니라 그 행동을 지지하는 학생들까지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학교 당국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대학 기업화에 선두에 선 대학에서 연신 징계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중앙대에서는 현재 구조조정에 반대했던 학생이 퇴학을 당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대 출교가 전국적으로 ‘탄압의 선례’로 남지 않고 ‘승리의 선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정당하고 신중한 징계양정 절차 없이, 일단 무거운 징계처분을 하고 피징계자가 소를 제기하여 무거운 징계처분에 대해 무효확인 판결을 받으면 그 때서야 가벼운 징계처분으로 수정하여 계속적으로 반복하여 징계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징계권을 남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무기정학 무효판결이 학교의 징계권 남용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번 판결에서 자신감을 얻어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에 제동을 거는 학생들의 저항이 계속 벌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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