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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한기욱 교수 반전 인터뷰 - \"반전 평화 운동은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는 데서 필수 불가결하다\"

한기욱 교수 반전 인터뷰 - "반전 평화 운동은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는 데서 필수 불가결하다"

Q 9·27국제반전공동행동의 날은 왜 중요합니까?

A 이번 9월 27일은 팔레스타인에서 인티파다[항쟁]가 일어난 지 3주년입니다. 국제반전공동행동의 날을 그 날로 잡은 것은 상당히 적절합니다. 우리 시대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외면하고는 평화와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습니다. 50년 이상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주 왜곡돼 왔습니다. 유엔마저도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이스라엘 편을 들어 왔습니다. 물론, 유엔은 수십 차례 이스라엘에 경고하고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휴지조각에 불과했습니다. 그 이스라엘의 우위를 가능케한 것은 미국의 뒷받침이었습니다. 미국은 지금도 엄청난 양의 경제적 지원과 군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2천 년 가까이 팔레스타인 땅에 아랍인들이 살고 있다가 2차 대전 후 어느 날 유대인들이 영·미의 지원을 받아 팔레스타인에 들어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사실 들어 온 사람들이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사태가 완전히 바뀌어서 지금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기 땅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2천 년 전에 구약 성경에 나온 구절을 근거로 얘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전혀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지금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라고 불리는 땅은 팔레스타인 원래 땅의 불과 20퍼센트 남짓 합니다. 가자지구나 요르단강 서안 지역은 [팔레스타인 원래 땅의] 40퍼센트 정도 되지만 그 안에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엄청나게 건설돼 있고 주변의 초소들도 있고 하니까, 그것들을 빼면 실제로는 11퍼센트 정도가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의 생각은 그 땅을 팔레스타인에 넘겨 주고 국가를 만들게 해 줘서 [이스라엘과] 같이 살라고 하는 것인데, 클린턴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이스라엘의 강공으로 오슬로 협정이 거의 끝장나게 되자 부시가 아라파트하고는 상대를 안 하겠다고 하면서 결국 새로운 인물을 협상 파트너로 해서 로드맵이 출발했습니다.

이 로드맵에서 팔레스타인 쪽은 비교적 협조적이었습니다. 하마스 같은 무장 단체들까지도 휴전에 동의했습니다. 이 로드맵을 뒤엎은 사람은 일반적으로는 팔레스타인 과격 단체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스라엘 쪽입니다. 이스라엘은 폭탄 테러 몇 개 일어난 것을 가지고 하마스 요인들을 살해하기 시작했는데, 그 전에는 무장 단체 요인들만 미사일 공격으로 죽였는데 지금은 정당과 정치조직의 요인들까지 살해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요구하는 로드맵조차 못 받아들이겠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그 자체로도 중동 평화의 핵이지만 앞으로 더 나은 체제를 건설하려면 팔레스타인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고는 도저히 안됩니다.

요즘은 팔레스타인 문제보다는 이라크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팔레스타인도 중요하지만 아시다시피 이라크는 아랍 세계의 강국이고 지금은 힘이 많이 약해져 있지만 여전히 잠재적으로는 석유도 많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전혀 명분이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대량 살상 무기가 조작됐습니다. 선제 공격이라는 것은 유엔 헌장이나 헤이그 조약에서 명백히 가장 큰 범죄로 돼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제3세계를 자기의 패권으로 요리하고 싶어서 감행한 것입니다. 1991년 걸프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이라크는 영·미의 폭격에 의해 계속 당해 왔습니다.

그 다음에는 유엔이 그랬는데, 유엔은 상당히 중립적인 단체로 알려져 있지만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제 조치를 주도했습니다. 경제 제제 조치는 이라크 전쟁 못지 않게 희생을 가져 왔는데, 이라크 국민 수십만 명, 특히 아녀자들의 희생이 컸습니다. 의약품이 없어서 죽는다든지 식량이 충분하지 못해 죽는다든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또 유엔은 이라크 땅을 삼등분해서 이라크에 바트당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해 놓고 폭격을 계속해 수많은 이라크인들을 전쟁[1991년 걸프전] 이후에도 죽여 왔습니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유엔은 무능함을 보여 줬습니다.

이라크 전쟁 전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였습니다. 미국은 그 때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민주주의 국가, 평화로운 국가로 만들겠다는 선전을 많이 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이 그 이전 20년에 걸쳐 전쟁을 겪어 와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나라였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해 진짜 평화롭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줘서 미국의 위대함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100퍼센트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자기들 선전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노력할 줄 알았는데 전혀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미국과의 전쟁 이전 상황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민중은 더 피폐해졌고 종족 분쟁도 계속 일어나고 탈레반이 재규합해 반미 항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에서도 미국은 이와 비슷하게 전후 처리에 무능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달리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전후 처리가 상당히 중요한데, 왜냐하면 미국이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아랍권에서는 설득력을 잃어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가 아랍권에서 동조해서 일어났는데, 이라크 전후 처리가 이런 식으로 되면 그 나라의 인민들이 위정자들을 가만두지 않을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군대를 철수하고 자기들이 해 놓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재건의 노력을 도와야만 마땅합니다. 이것이 가장 올바른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최소한의 비용이 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매파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미국이 철수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게릴라와 맞설수록 불리할 것이고 비용은 많이 들 것입니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라크 사람들의 피해도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이라크에서 종족 분쟁이 내전으로 비화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악화하는 방향을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세계 반전 평화 운동입니다.

이라크 문제, 팔레스타인 문제, 한반도 평화는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문제입니다. 평화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아무도 실제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반도 전쟁 위기에 큰 방어막이 될 수 없습니다.

촛불 시위, 이라크 반전 데모, 월드컵 때의 대중적인 열기, 그런 힘이 반전 평화 운동에 불붙는다면 그 때는 미국이 함부로 전쟁을 얘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볼튼이나 럼스펠드 같은 작자들은 심심하면 한반도에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얘기가 쑥 들어가게 막을 수 있는 것은 대중적인 반전 평화 운동입니다. 미국의 반전 평화 운동을 위시하여 아랍권의 평화 운동과 튼튼한 연대를 구축한다면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Q 미국이 바그다드를 함락한 뒤 이제 누구도 미국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반전 운동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반전 운동이 전쟁을 막지 못하지 않았느냐?” 하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무적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베트남 전쟁은 1960년대 초반에 일어났지만 반전 운동이 일어난 것은 1965년부터이고 피크에 오른 것은 1968년부터입니다. [대규모 반전 운동이 일어나는 데] 무려 4, 5년 내지 6, 7년 걸렸습니다.

1991년 걸프전쟁 때 반전 운동은 존재하긴 했지만 미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인 2월 15일만 해도 8백만 민중이 일어났습니다. 그 전에 동원된 인원을 모두 합치면 1천5백만 명이 반전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런 반전 시위가 있었는데도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놀랍지만 그런 대규모 반전 시위가 일어났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상당히 위축된 분위기에서 전쟁에 들어갔습니다. 영국 외에 이렇다 할 만한 나라들을 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미국은 [초기 작전을] ‘충격과 공포’ 작전이라 불렀지만 사실 처음에는 그리 대대적인 폭격을 하지 않았습니다. 바그다드 일부 지역에 후세인 근거지를 집중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남쪽으로 진군할 때는 처음에 이라크 국민들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워했습니다.

전쟁 이후 자기들이 몰리면서 미국은 학살과 야만적인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지금도 상당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좋은 나라라서가 아니라 지금 세계의 많은 시민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상대해야 하는 적수는 이라크 게릴라들, ‘후세인 잔당’도 있지만 유형무형의 반전 세력도 있기 때문에 미국의 운신 폭은 아주 제한돼 있습니다. 반전 운동이 함께 가다 보니 미국의 비행이 낱낱이 공개되고 이것이 미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무너지게 된다면 그 다음 행정부는 조금 더 평화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뽑힐 수밖에 없습니다.

반전 평화 운동은 앞으로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는 데서 필수 불가결합니다. 새로운 체제가 나쁘고 불리할지, 아니면 우리에게 좀더 유리하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세계일지는 우리가 싸우기에 달려 있습니다. 전쟁이나 폭력으로 [인류가] 공멸할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반전 평화 운동입니다.

(정리 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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