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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 심화하는 정치위기

분열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 심화하는 정치위기

김인식

민주당이 여덟 달 동안 이전투구하다 결국 쪼개졌다.

9월 4일 민주당 당무회의는 한 편의 저질 조폭 코미디였다. 신당파와 구당파는 서로 욕설을 퍼붓고 주먹질을 해 대고 여성 의원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그 직후 신당파는 탈당 계획을 발표했다. 김근태는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분당은 지배 계급의 정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경제적·사회적 위기의 시기에 지배 계급은 누가 피억압 대중을 더 잘 지배할지를 놓고 분열하고 살벌한 쟁투를 벌인다. 그 결과, 정치 위기가 심화한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노무현 정부는 대중의 분노를 달래는 데 실패했다.

노무현은 철도와 화물연대 파업을 무력 탄압을 통해 해결했다. 부안군민들의 핵 폐기장 건설 반대 투쟁에 대해서도 준계엄 상태로 맞서고 있다.

또, 거센 국민적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고,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했다.

이런 노무현의 우경화는 대중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노무현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집권한 지 반 년도 안 된 대통령의 지지율이 24퍼센트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불확실성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노무현 정부의 인기가 추락하자 신구파의 분열은 더한층 격렬해졌고 급기야 갈라섰다.

올 초만 해도 신당파가 세력 균형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아직 노무현의 본색이 대중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민주당 대의원들의 56퍼센트는 “총선 때 노무현 간판으로 하면 불리”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구당파는 민주당이 ‘김대중 당’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당파는 민주당에서 김대중의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신구파의 권력 쟁투는 ‘김대중 당’과 ‘노무현 당’ 가운데 누가 더 인기 없는지를 따지는 것일 뿐이다. 쉰 밥과 찬밥의 차이일 뿐이다.

쉰 밥 대 찬밥

민주당이 ‘김대중 당’으로 되돌아간다고 해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리 없다. 김대중 정부는 말년에 고작 15퍼센트의 지지밖에 얻지 못한 실패한 정부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경험이 말해 주듯이, 두 정부 모두 대중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김대중의 ‘햇볕 정책’과 노무현의 ‘평화번영 정책’ 모두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김대중이 불평하면서 미국 권력자 집단의 요구를 들어 줬다면, 노무현은 군말 없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 줬다는 차이밖에 없다. 그 결과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고 있다.

두 정부 하에서 부의 불평등은 계속 심화됐다. 두 정부 모두 기업의 수익성 증대를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는 시장 지상주의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에서 예금액 상위 20퍼센트 고객이 전체 예금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빈곤 자살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매월 빈곤 자살자 수는 2001년에 70명, 2002년에 81명, 2003년(7월 말 현재)에는 89명이다.

신당파와 구당파 사이에도 본질적 차이는 없다.

일부 사람들은 신당파와 구당파가 각각 ‘개혁 세력’과 ‘기득권 세력’을 상징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두 파당의 기반은 다를지 몰라도 정책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구당파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온갖 부정부패 추문을 일으켰던 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김홍일, 박주선, 김옥두, 한화갑 등은 부패 스캔들의 단골 주역들이다.

박상천은 김대중 정부의 법무부 장관 시절에 미미한 국가보안법 개정조차 반대했던 자다.

그러나 ‘개혁’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신당파도 오십보백보다.

신당파의 천용택은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서동만 교수가 “친북 편향적 사고 갖고 있”다며 기조실장 임명에 격렬하게 반대했던 우파적 인물이다.

정대철과 장영달 등은 한국 전투병 이라크 추가 파병을 사실상 찬성한다. 정동영도 지난 봄에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다.

송영길은 전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에게 1억 5천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 강봉균은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 수장으로 시장 정책을 밀어붙였던 자다.

신당파의 수장격인 김원기는 군사 독재자 전두환 정부 때 민정당의 2중대 노릇을 했던 민한당 출신이다.

그러니 신당파가 만들 당에 일말의 기대라도 걸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