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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김하영 동지의 독자편지에 대한 답변

〈레프트21〉 39호에 실린 독자편지에서 김하영 동지가 “국가 간 관계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기본 취지에 동의한다.

먼저, 김하영 동지는 “복귀”라는 단어가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는 ‘복귀’라는 말을 동아시아에서 사라졌던 미국이 군대를 이끌고 다시 돌아왔다는 뜻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나는 미국 정부의 지정학적 관심이 중동에 압도적으로 쏠린 상황에서 올해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움직임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일련의 압박 조처를 취한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복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따라서 상대적 변화를 뜻한 것이었다.

〈레프트21〉 25호에서 최일붕 동지가 사용한 “계급의 귀환”이란 표현이 한동안 자본주의에서 계급과 계급투쟁이 사라졌다 돌연 귀환했음을 뜻하지 않듯이 말이다.

둘째, 김하영 동지는 내가 일본이 “동북아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동맹 자리를 한국 정부에 빼앗”겼다는 문구를 사용한 것을 비판했다. 김하영 씨의 지적처럼 냉전부터 시작해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과 동맹들 간 위계 체제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럽에서는 독일과 영국 등이 가장 중요한 동맹이었다. 이곳에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유동적이고 일시적 상태를 묘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2002∼2003년 초 독일이 이라크 침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 독일은 냉전 때부터 굳건히 지켜 온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구실을 하지 못했다. 당시 부시 정부는 이탈리아 등을 “신유럽”으로 가리키며 최고의 동맹으로 치켜세웠는데, 이것은 빈말은 아니었다.

동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앞으로도 예상한 곳에서 혹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미국과 주요 동맹 간 이해관계의 불일치는 발생할 것이다.

이런 불일치는 (미국 중심 동맹 체제 내에서) 쟁점 별로 소극적으로 미국에 도전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전략에서 동맹들 간 위계 체제는 계속 남겠지만 미국은 앞으로도 최고의 동맹이 자리값을 못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부딪힐 것이고, 쟁점에 따라 가장 중요한 동맹, 다시 말해 의지의 동맹을 재구성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계속 놓일 것이다.

셋째, 김하영 동지는 내 글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는 바람에 세계 체제 질서라는 더 큰 맥락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내 글의 논지 전개에서 주된 축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미-중 갈등이라는 “세계 체제 질서”였다.

김하영 동지는 같은 맥락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이란 제재 동참 요구로 곤란에 빠진 것은 대북 제재에 목매 왔기 때문이라기보다 (필자 자신도 지적하듯이) 한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고 비판한다. 그러나 나는 원래 글에서 미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 후 한·미 공조체제를 지렛대로 활용해 두 나라 간 엇갈리는 이해관계에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뿐이다.

3차에 걸친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 기간 동안 한국 정부는 말로는 제재에 동참한다고 해 놓고 실제로는 이란과 교역을 대폭 늘려 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미국은 지렛대가 필요하고 지금 천안함 사태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레프트21〉 편집부의 견해가 아니라 김용욱 기자의 개인 견해임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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