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식 교육정책에 신물을 느끼는 이들에게 최규석 작가의 신간 《울기엔 좀 애매한》을 추천한다. 최규석은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100도씨》 등 사회 곳곳의 문제와 청소년 문제, 민주주의 등을 주제로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만화를 그려 온 젊은 작가다.
《울기엔 좀 애매한》은 만화과 입시를 준비하는 미술학원의 입시생과 강사, 그들을 둘러싼 리얼한 일상을 매우 솔직하게 그려 낸다. 홍익대 주변을 걷다 보면 제품의 광고처럼 합격자 수를 알리기 위해 요란스럽게 내건 입시 미술학원의 광고판들 사이로 규격화된 입시미술 수험생들의 그림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예술 영역이 한낱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나 대학이 학문 영역을 연구하기 위한 장(場)이 아니라 취업시장의 사전단계화 과정이 됐다는 것은 이제 낯선 비판이 아니다.
주인공은 예술을 하고 예술과 관련된 대학을 가고자 학원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술집알바’를 감행한다. 그러나 등록금을 내지 못해 다시 입학시험을 보려고 학원으로 돌아오는 그야말로 “찌질하기만 한, 불가촉 루저”들이다. 졸업을 해도 결국 학자금대출만 남았다고 고백하는 만화가 지망 강사는 죽어라 애를 써서 대학을 가도 그들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울기엔 좀 애매한》은 이런 인물들의 생생한 삶을 통해 지금의 교육제도와 경쟁사회를 리얼하게 비판하는 페이소스로 가득하다. 유능한 입시 강사들은 ‘돈 없는 수험생들’의 작품으로 ‘돈 많은 수험생’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가난한 학생이 수시원서를 쓰는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더러운 입시의 이면을 폭로하면서 짠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돈 없는 주인공이 등록금을 걱정하며 가고 싶은 대학 대신 장학금을 준다는 ‘지잡대’(지방의 유명하지 않은 대학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를 선택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그러나 최규석은 이 책을 통해 “웃거나 울거나만 있는 건 아니”라고, “화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이 책이 지극히 공감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