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을 훔친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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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에 조지 W 부시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전체 득표에서 고어에게 50만 표나 뒤졌음에도 선거인단 수에서 우위를 확보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동생 젭 부시를 포함한 보수 우익들은 부시의 당선을 위해 흑인, 중남미계 미국인 등 소수 인종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체계적인 방해 공작을 벌였다.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에서는 선거 부정이 절정에 달했다. 젭 부시 일당은 투표 용지를 교묘하게 조작해 고어 지지자들이 팻 부캐넌에게 표를 던지도록 했다.
무효표의 재검표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플로리다 주법원이 무효표를 재검표하도록 지시하자 부시 일당은 이 문제를 연방 대법원에 제소했다.
레이건-부시 시절에 임명된 연방 대법원의 보수적인 판사 다섯 명은 부시가 바라던 대로 판결했다. 플로리다 주의 재검표를 중단하고 부시에게 워싱턴을 차지하게 한 이런 터무니 없는 대법원 판결은 법조계의 주류 인사들까지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초에야 끝난 이런 소동이 있은 뒤에 미국의 기성 언론들은 이제 "국가가 단결해야 할 때"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시도 "나는 분열주의자가 아니라 통합주의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민권, 여성들의 권리, 환경 보호 등에 관한 정책을 더욱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후퇴
조지 W 부시와 공화당원들이 워싱턴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던 까닭이 인선을 통해 드러났다. 그는 새 행정부 내각을 보수 우익 인사들과 백만장자들로 채우고 있다.
부시는 스타워즈 미사일 방어 계획의 열렬한 지지자인 도날드 럼스펠드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이것은 군산 복합체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부시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기독 보수주의자들은 존 애슈크로프트가 법무장관에 임명되자 뛸 듯이 기뻐했다.
애슈크로프트는 인종주의와 노예제를 지지하는 〈서던 파티잔 쿼털리 리뷰〉와 인터뷰하면서 "귀 잡지는 로버트 리 장군 같은 남부의 애국자들을 옹호해 온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전통주의자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 줘야 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가 나서서 이런 관점을 견지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변태적인 구호들에 신성한 재산과 생명을 바치려들 것 아닙니까?" 하고 말했던 인물이다.
〈서던 파티잔 쿼털리 리뷰〉는 링컨이 암살당하자 환호를 보냈으며, 링컨이 사망하자 "노예해방 선언 때문에 노예들이 주인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또 인종주의 테러 단체인 KKK 지도부를 칭찬하기도 했다. 이 잡지는 "미국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는 유전자를 제공한 민족이 이주 행렬들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애슈크로프트는 자신의 인종주의적 견해 때문에 작년 11월의 상원 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합법적 낙태도 반대할 뿐 아니라 피임조차 금지하도록 헌법을 수정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부시는 위스콘신 주지사인 토미 톰슨을 보건장관에 임명했는데, 그는 "복지 개악"의 대부 가운데 한 명이다. 톰슨은 위스콘신 주의 직업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복지 수혜자 명단에서 빼버렸다. 그래서 위스콘신 주의 가장 큰 도시에서 무주택 문제와 기아가 만연하고 있다.
그는 열렬한 반낙태주의자이기도 하다. 1998년에 그는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해 법원이 이 법안을 금지시킬 때까지 위스콘신에서 낙태 시술을 하는 모든 병원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이런 인물이 클린턴-고어 행정부에서 8년 동안이나 공격받아 온 사회안전망을 책임지게 됐다.
부시는 내무장관으로 게일 노턴을 지명했는데,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반환경주의자 제임스 와트의 추종자다. 노턴은 목장주와 석유 회사 그리고 서구의 반환경주의 운동인 "현명한 이용"의 우익 인사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는 자다.
전 합참의장이었던 콜린 파월이 국무장관에 임명됐는데, 그는 올해 1월 17일로 10주년을 맞은 1991년 2차 걸프전에서 20만 명 이상의 이라크인들을 살육한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그는 1백만 명 이상의 이라크인을 죽게 만든 이라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부시는 자신의 내각을 "온건주의자들"로 채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클린턴이 동성애자의 군 입대를 허용했을 때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온건주의자' 콜린 파월은 이 조치를 거부해 동성애자들의 공민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걸프전
부시가 임명한 각료들은 보수 우익에다 인종주의자일 뿐 아니라 공민권조차 부정하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2백여 개의 비정부 기구들은 힘을 합쳐 부시가 보수적 인사들을 장관에 지명한 것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양당 체제를 고수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에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고 있다.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의 대부인 애슈크로프트에 대한 인준 과정에서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한마디 반대 의사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래서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남부동맹을 지지하는 자가 환호를 받으며 워싱턴에 입성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부시의 우익적 견해에 반대해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했으면서도 속임수와 사기로 워싱턴에 입성한 자들이 자신의 삶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투표 부정이 극심했던 플로리다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부시 취임에 맞춰 'I-20'이라는 코드명의 시위를 조직했다. 전국 각지에서 2만여 명의 사람들이 대통령 취임에 항의하여 워싱턴 DC로 몰려들었다.
제시 잭슨 목사는 "부시가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을 동안에 그가 불법적으로 그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 주자."고 말했다.
시민권 운동가들,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남미계 미국인, 여성과 동성애자 등 많은 사람들이 1월 20일 부시의 취임식에 맞춰 부시가 추진하려는 보수 우익적 정책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것은 좋은 출발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이러한 투쟁에 노동자 대중이 참여한다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