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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 정부는 \'선별\' 수배해제가 아닌 \'전면\' 수배해제를 하라

한총련 - 정부는 '선별' 수배해제가 아닌 '전면' 수배해제를 하라

지난 7월 25일 대검 공안부가 1백52명의 한총련 수배자 중 79명에 대해서 불구속 수사하겠다는 선별 수배 해제 조치를 발표한 후 한총련이 이 조치의 수용 여부와 대책을 둘러싸고 큰 논란과 분열에 휩싸여 있다.

정재욱 한총련 의장은 7·25 조치 직후 특별 성명을 통해 그 조치를 “한국 사회 인권 보장과 민주주의 발전의 새 지평을 여는 적절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반면, 전남대 수배자들은 이 조치가 “한총련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비열한 책동”이기 때문에 전국의 정치 수배자들이 단결하여 “한총련 완전 합법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으로 나아가자” 하고 호소했다.

마침내 한총련 지도부는 “한총련 중앙상임위는 수배자들의 출두 방침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는다. 향후 과정은 각 지역별로 정리한다” 하고 방침을 정했다.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선별 수배 해제 조치는 한총련의 분열과 한총련 길들이기를 겨냥한 지배자들의 간교한 책략이다. 검찰은 7·25 조치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한총련 11기의 경우 현재까지 확인한 강령과 규약 및 총노선 등을 검토한 결과, 여전히 이적성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 핵심 주동자 등에 대해서는 내사를 계속해 혐의가 확인되면 엄정 처리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 강금실은 8월 11일 국회법사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총련 소속 학생에 대한 전면 수배 해제는 있을 수 없고 단순 가입 또는 별도의 범죄 행위 없는 일부분에 대해서만 불구속 수사하고 임의 출석하면 수배 해제하겠다고 했던 것[이며] … 전면적인 수배해제도 아니고 한총련에 대한 관용 조치도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

미끼

정부의 한총련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한총련 수배자 27명이 대거 자진 출두한 9월 3일, 경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명의 수배자들을 연행했다.

요즘 한총련 홈페이지 속보란에는 곳곳에서 연행되는 수배자들의 소식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미 11기 한총련 대의원들이 28명이나 구속됐다. 부산대 전 사회대 학생회장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진 출두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한총련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됐다.

상반기에 한총련 지도부는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보다는 노무현 정부와 협상을 통한 한총련 합법화를 추구해 왔다.

조정원 경기동부 총학생회연합 의장이 ‘한총련 상반기 운동 평가’에서 썼듯이, “한총련은 합법화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정권과의 관계에 주목하다가 오히려 투쟁을 약화시키는 오류를 범했다.”

5·18 망월동 시위 이후 합법화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정부 탄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한총련 의장이 사과 성명을 발표한 게 그 사례다.

7·25 조치로 인해 수배자들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남대·건국대 수배자들을 비롯해 일부 수배자들은 출두를 거부하고 싸우자고 호소하고 있지만 일부 수배자들은 출두하고 있다.

선별 출두를 한다면 나머지 수배자들은 더욱 고립돼서 기약도 없는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하고, 정부는 이들을 더욱 강경하게 탄압할 것이다. 더구나 출두한 수배자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설사 기소가 유예된다 해도 투지를 꺾지 않고 계속 싸우면 과거 전력을 빌미로 언제든지 다시 구속될 수 있다.

그래서 선별 수배해제라는 미끼를 거부하고 전면 수배해제, 한총련 합법화를 위해 한총련이 단결해서 투쟁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한총련 중앙이 수배자들에게 국가 탄압에 저항해 개인의 비범한 의지가 필요한 검찰 출두 거부를 지시할 수는 없겠으나, 그것을 권유하는 것이 좋겠다.

강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