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진화론, 변화의 과학이 세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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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다윈》에 대해 “사소한 사실도 아니고 책 전체의 핵심 논증부터 틀”렸다고 일갈한다. 진화론에 대한 토론은 빈번하게 이념 논쟁으로 확산된다. 생물학자인 장대익 교수는 이 책의 서평에서 “진화론 논쟁이 이념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봐 와서 그런지 이젠 좀 그런 비판에 무덤덤해지는 것 같아요” 라며 다윈주의 ‘좌파’의 비판에 담담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가 쓴 서평은 이 책을 흠집내기 위해 몇몇 사실들을 나열하고 다윈의 ‘입’을 빌어 다윈주의 ‘좌파’의 논리를 반박하지만 그 설득력이 부족하다.
장 교수의 반응과 다르게, 한국 사회에서는 우생학,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등에 대한 대중적인 토론이 부족했다. 20세기에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깊이 고민하게 하는 중요한 사건 둘이 있었다. 하나는 물리학자들의 핵무기 개발이고 또 하나는 생물학자들의 우생학 발전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존 벡위드는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과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사회적 논쟁이 진행된 적이 있지만, 우생학과 관련한 대중적 논의는 없었다고 반성한 바 있다.
유전자 결정론과 사회 생물학 등을 비판하는 《다윈》은 진화론을 이해하고 생물학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대담의 상대방에 따라 다소 불균등하다. 특히 이 책의 대담자들이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진화론 이해를 왜곡하는 부분이 많아 서평자의 의견을 덧붙이고 싶다.
역사
《다윈》은 역사학자와의 대화로 시작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빅토리아 시대
그런데 다윈의 진화론은 실체론
《종의 기원》은 빅토리아 시대의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자들이 신봉했던 발전의 맥락
다윈의 이론은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으로 발전한다. 사회진화론은 다윈의 적자생존이 제국주의 시대에 약육강식론으로 해석된 것이다. 사회진화론은 미국에서 선주민을 식민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됐고 아시아에서는 식민지 국가들의 부국강병론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사회진화론이 제국주의와 나치의 인종청소와 결합됐다
최종덕 교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진화생물학이 사회생물학으로 일부 변질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회생물학으로부터 진화론을 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은 진화론의 핵심 개념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윈》에서 최종덕 교수와 대담한 임지현 교수는 다윈의 자연 생존 경쟁과 마르크스의 계급투쟁의 역사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마르크스에게서 다윈의 ‘경쟁’은 인간 사회 계급 간 경쟁으로 치환된다고 본다. 그리고 임 교수는 마르크스가 영국의 인도 지배를 역사의 진보로 정당화했다고 왜곡한다. 임 교수는 서발턴 연구를 수용하여 마르크스주의를 서양의 엘리트주의 이론이라고 본다.
임 교수의 왜곡과 달리, 마르크스는 인도에 들어온 최신 시설들도 평범한 인도인들의 투쟁이 없다면 그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하며, 식민지 토착민들의 민족해방 투쟁을 지지했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식민지 토착민들의 투쟁이 식민모국의 투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착목했다.
한편 서발턴 연구그룹은 제3세계 민족 억압에 맞선 투쟁에서 착취와 억압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임지현 교수는 민족이라는 개념은 역사적이어서 변화한다는 것을 잘 설명한다. 그럼에도 민족주의 이해에서는 현실에 발딛지 못하는 현학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식민지 민족해방 투쟁의 민족주의와 이승만의 우파 민족주의를 아예 구별하지 않고 있다. 그는 1930년대 민족주의자들이 우생학을 수용한 오류를 보지만 그들의 반제국주의 저항에 담긴 식민지 민중의 독립 열망을 읽지 못하고 있다.
임 교수는 모순된 의식을 갖고 있는 피억압자들의 저항을 이데올로기의 순수성으로만 해석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 “민족해방이나 민족운동, 저항민족주의가 사실은 서구에서 만들어낸 제국의 법칙을 그대로 따른 거”라고 말하고 있다
《다윈》에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진화론을 잘못 이해하는 지점도 있다. 구소련의 스탈린주의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진화론 이해
스탈린주의 리센코 학설을 비판한 사람에는 영국 마르크스주의자인 코드웰이 있다
카우츠키의 진화론 이해는 마르크스주의적이라기보다는 다윈주의적이었다
물론 마르크스는 다윈의 진화론을 찬양했다
《다윈》의 대담자들은 자본주의자들이나 유물론자들
리처드 르원틴도 생명체의 진화를 진보로 볼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비슷한 조건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고, 따라서 이를 예측하거나 이 과정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오히려 다윈의 자연선택론이 진화와 진보의 양가적인
굴드는 다윈의 생존경쟁 개념에 주목한다. 생존경쟁을 통해 한 종이 다른 종을 이기고 살아남게 되면 살아남은 종에게는 예전에 사멸된 종이 가지지 못한 이점이 존재한다. 이렇게 수백, 수천 번의 과정이 반복되면, 현재 살아남은 종에는 예전에 사멸된 종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점들이 누적돼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만 다윈의 진화를 일종의 진보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화와 인간
《다윈》은 다윈의 진화론이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자연선택뿐만 아니라 우연
주류의 진화론은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을 적응이라고 하는 데 반해 굴드와 같은 주장은 적응 외에 적응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생명종 존재의 발생학적 구조가 있다고 주장
반면 에드워드 윌슨은 개미의 집단 행동이론을 인간사회에 적용해서 도덕이나 문화 같은 개념을 설명하려 했다. 나아가 유전자의 차원에서 설명하려고 했다. 윌슨의 사회생물학은 생물학 환원론
생물학 환원론자들은 인간의 도덕적 이타주의와 생물학적 이타주의
사회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은 인간 본성조차 생물학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자연선택이 생물체의 어느 수준
인간의 모든 행동을 유전자로 설명하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폴 에얼릭은 인간의 유전자 수가 2만 5천 개 정도여서 인간의 온갖 행동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전자의 대상이 불분명해, 특정 유전자의 형질을 제어하면 나머지 형질도 제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유전자 결정론의 한계는 체세포 내 염색체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한다면 더욱 분명해진다. 처음에는 유전자 하나가 RNA를 통해 단백질 하나를 만들 것이라는 가설을 믿었는데, 이런 일대일 대응가설은 오류로 판명되고 있다. DNA 그 자체가 아니라 DNA를 통해 만들어진 단백질이 유전적 형질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형질을 발현시키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단백질이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들 뿐이었다.
뇌
유전자결정론이나 생물학적 환원주의는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인간은 뇌의 가소성
《다윈》에서는 유전자 결정론의 한계를 소개하는 대목이 또 있다. 그것은 진화도 어떤 경우에는 속도가 꽤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의 압력이 크면 클수록 단시간 내에도 변할 수 있다. 예컨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했고 갈라파고스제도에서 30년 만에 핀치의 부리가 변한 것이 관찰됐다. 영국 지하철역에서는 겨울에 동면을 하지 않는 새로운 모기종이 발견됐고 역마다 다른 모기 종이 관찰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는 농경사회 이후 엄청난 속도의 문화적 사회적 진화를 이루었다. 이것이 생물학적 진화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인간 뇌 기능의 변화와 인간 ‘속성’을 형성했을 것이다
《다윈》에서 최종덕 교수와 대담한 강신익 교수는 골상학은 두개골의 모양을 보고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운명론의 한 관습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요즘 골상학과 유사한 현상이 뇌과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뇌과학에서 뇌의 특정한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그 부분이 활성화될 때 특정한 기능을 한다는 이론이 있다. 예컨대 언어를 관장하는 브로커Broca라는 영역이 있는데, 이 부분이 말의 기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을 한다는 것은 뇌의 특정 부위의 활동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뇌과학의 자기공명영상 응용에 치중하여 자칫하면 골상학처럼 운명론으로 갈 위험이 있다.
뇌신경결정론은 DNA 결정론의 환상처럼 뇌신경세포의 운동과 기능으로 모든 사고와 행위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뇌신경세포수는 대략 1천억 개 정도이고 이런 세포들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수가 약 1백조 개 정도된다. 이런 뇌신경세포와 시냅스 활동이 뇌의 가소성을 낳기 때문에 인간의 사고와 행위를 결정론적
동적 평형
《다윈》의 저자 최종덕 교수는 현대 문명의 위기에 진화론은 대안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생명은 원래 주어진 그대로를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환경에 의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이 진화론의 핵심이다. 생명
몸
최근 진화론을 의학에 적극 반영한 진화의학도 조명을 받고 있다. 《다윈》의 강신익 교수는 인간의 몸은 선사시대 수렵채집 시기에 적응돼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의 비만과 당뇨병 같은 성인병은 몸이 현대 문명에 맞지 않아 발생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공진화共進化는 한 생물 집단이 진화하면 이와 관련된 생물 집단도 대응해 진화하는 현상이다. 예컨대 인간이 항생제를 개발하여 박테리아에 대응하면, 박테리아도 인간의 항생제에 대응하여 진화한다. 이것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를 발생시킨다.
강신익 교수에 따르면 진화의학에서는 현대 의학의 치료법과 다른 진화론적 처방이 담겨 있다. 현대 의학은 기침이 나면 기침을 멈추는 약을 주고, 콧물이 나면 콧물을 멈추는 약을 처방하며, 열이 나면 해열제를 준다. 그런데 기침이나 콧물, 열의 증상은 진화 과정에서 보면 일종의 방어기전이다. 그래서 진화의학은 감기 증상인 기침이나 열도 필요한 만큼 발생한다고 이해한다. 감기의 처방이 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더 흘리게 하는 처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진화의학은 말라리아모기를 예방접종으로 박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진화의학적 방안이 아프리카에 적용되어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럼에도 진화의학을 현존 의학에 대한 전면적인 대안체제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진화의학을 기성 의학에 보완이 되는 수준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성 과학에 대한 반성으로 대안 의학이 떠오르고 있다. 한의학은 질병-치유 경험의 진화라는 핵심이 있다.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초의 효능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많다. 인간이 약초에 대한 지식을 누적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약에 대한 질적 진화를 이루었다. 한의학의 철학은 서양의학의 철학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대안의학이나 한의학이 신비주의나 반과적학 풍토로 빠지지 않도록 과학적인 탐구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과학과 종교, 그리고 신화
《다윈》에서 최종덕 교수와 대담한 전방욱 교수는 과학이 ‘과학’이 아니라 신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이 당대의 신화가 될 수 있는 이미지를 빌려와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산업혁명기에는 사람이 기계로 은유됐고, 이제는 인간을 컴퓨터나 유전자, 사이보그 등 그 시대에 맞는 이미지를 차용해 해석해왔다. 유전자결정론은 과학이 아니라 신화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 과학과 신화는 결코 낯선 두 세계가 아니다
《다윈》에서 기독교인인 전방욱 교수는 과학으로서 진화론의 구실과 종교의 구실을 구분한다. 그는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인간의 왜소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과학으로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종교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진화론을 수용한다고 해서 종교를 배타적으로 여길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사회생물학자들의 일면적인 종교 비난은 대중을 설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전투적 무신론자들의 주장이 “종교는 대중
특히, 이 문구 앞뒤의 문맥을 살펴보면 마르크스가 종교에 대한 경멸적 비난이 아니라 종교의 사회적 토대 천명에 더 관심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본질이 참된 실재를 획득하지 못했으므로 종교는 … 인간 본질의 판타지적 현실화이다. 그러므로 종교에 반대하는 투쟁은 간접으로는, 그 영혼의 향기가 종교인 세계에 반대하는 투쟁이다. … 종교에 대한 비판은 종교가 그 후광인 현세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인 테리 이글턴은 종교를 사이비 과학이라 비판하면서 초합리주의적 계몽주의로 대체하려는 전투적 무신론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한편으로 지적 설계론으로 재포장한 새로운 창조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비판은 《다윈주의와 지적 설계론》에 담겨 있다
진화론이라는 변화의 과학을 이해하고 생물학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은 좋은 물음을 던지는 《다윈》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제 점령기에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은 유전 질환이 아님에도 우생학의 영향으로 강제적인 불임시술을 받았다. 조선우생협회에는 여운형, 조만식, 김성수, 정인보, 이광수, 방응모, 이갑수 등이 참가했다.
혈액형 성격학의 출발은 우생학에서 비롯됐다. 우생학은 백인 중에 많은 혈액형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이론을 만들게 됐다. 즉 네 가지 혈액형 중 유럽인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A형과 O형에는 긍정적인 내용이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B형과 AB형은 ‘덜 떨어진 인종’으로 규정했다. B형이 비교적 많은 아시아인들은 열등한 인종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1910년대 이후 일본은 독일의 혈액형 성격학을 우생학의 한 분야로 받아들여 더욱 발전시키게 됐다. 그리고 혈통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정서에 편승하여 우리 나라에 도입 되었다.
서발턴은 천대받거나 억압받는 집단을 가리키는 포스트식민주의의 용어로 서발턴 연구는 1980년대 초에 인도의 역사학자들에 의해 시작됐다. 서발턴 연구그룹은 영국의 식민통치를 정당화한 식민주의 역사학을 비판했고, 민족주의 역사학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비판을 제시했다. 또, 역사를 도그마적으로 해석하는 스탈린주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러나 그들의 스탈린주의 비판은 고전 맑스주의 복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발턴 연구그룹은 계급에 기초한 분석이 인도 역사에 맞지 않는다며, 마르크스주의를 유럽 중심주의라고 비판한다.
탈라트 아흐메드는 인도 출신 여성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다. 그녀는 인종차별이나 식민지적 억압에 맞서기 위해 ‘공동의 문화’와 ‘공동체’만을 강조하는 것도 인종차별에 맞서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인종차별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억압받는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분명 인종차별 경험은 그러한 피억압 집단 출신의 사람들이 모두 겪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착취와 억압의 관계라는 핵심 문제를 무시한다. 인종차별과 억압에 대한 공통의 경험 자체만으로는 결코 억압에 맞선 투쟁이 성공할 수 없다. 인종 억압의 문제는 계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 “공동체”에 대한 이러한 혼란한 생각은 문화가 사람들을 단결시킬 수도 있지만 또한 분열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지 가모브는 과학자로서 러시아 적군 장교를 역임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스탈린 집권 이후 양자론이 억압받았고 물리학자로서 연구의 자유를 탄압당하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조지 가모브에 대한 ‘연민’에는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조지 가모브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트로츠키를 소개하고 있다. 트로츠키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던 트로츠키는 성심성의껏 작문을 했다. 그런데 러시아 문학 선생님이 비평도 없고 작문한 것을 돌려주지도 않는 것이었다. ‘고딩’ 트로츠키는 몹시 마음이 상했다. 트로츠키는 문학 선생님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자서전에 기록하고 있다. 이때 트로츠키의 러시아 문학 교사가 바로 조지 가모브의 아버지였다. 트로츠키의 ‘오해’였는지 모르겠으나 조지 가모브의 아버지는 좋은 작문으로서 트로츠키의 글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 작문은 러시아 혁명 과정에서 가난한 가모브 집안에서 땔감으로 이용됐다. 조지 가모브와 트로츠키의 삶을 연결해 주는 아버지 가모브와 트로츠키의 인연이 참 애틋하다. 혁명이 스탈린주의 반혁명으로 끝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 가모브
존 벨라미 포스터, 《마르크스의 생태학》, 인간사랑, 2010년 9월 20일 출간 예정.
리처드 르원틴의 인터뷰는 《과학의 정열》
후성유전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좋은 예는 일란성 쌍둥이이다. 두 쌍둥이 자매는 정상적인 청소년 시기를 거쳤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한 아이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고 다른 아이는 건강한 생활을 영위했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2차 대전 이후 네덜란드에서 대기근으로 1만 8천 명이 사망하고 많은 아이들이 영양 결핍을 겪었다. 이 아이들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으므로 다른 질병에도 쉽게 거렸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자손들이 타 지역 아이들보다 저체중으로 태어난 것이다. 이 사례들은 고전적 유전학으로 잘 해석되지 않는다. 후성유전학은 위 사례처럼 유전체에 미묘한 변경을 가져오는 후성유전적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후성유전학자들은 DNA 메틸화가 대표적인 후성유전적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 코드의 변화 없이 유전자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변경시킬 수 있다. DNA 메틸화는 자손 세포에 전달되고 유전자의 발현, 염기서열 변이 초래, 종양 발생 등에 관련 있다. 메틸화는 유기화합물의 탄소·질소·산소·황 원자 등과 결합한 수소 원자를 메틸기로 치환하는 반응이다. DNA 메틸화는 RNA와 DNA에서 발견되는 다섯 가지 주요 염기 중 하나인 사이토신cytosine의 수소 원자가 메탄CH4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DNA 메틸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바이러스, 니켈, 염증, 노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