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네슬레 파업 - 공장 철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투지
〈노동자 연대〉 구독
한국네슬레 파업 - 공장 철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투지
한국 네슬레 노동자들이 70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다.
6월 28일 네슬레 사측은 농심에 판매를 위탁하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노조에 통보했다. 또 대리점 영업뿐 아니라 전 부서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7월 1일 위탁판매가 시행돼 영업부 노동자 44명이 전환 배치 당했다.
청주 공장도 구조조정의 예외가 아니었다. 사측은 일방적으로 아웃소싱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7월 7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자 사측은 대화를 줄곧 회피하며 노조를 무시했다. 대체근로를 자행하고 공장 안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한국네슬레 사장 이삼휘는 이런 짓을 일삼으면서 지난 7월 18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강연회에서 “윤리 경영[을] … 지켜나가려는 것이 네슬레의 마인드”라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사측은 8월 25일 서울사무소에 이어 9월 4일에는 청주 공장에까지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이삼휘는 “계속되는 노조 파업의 여파로 한국 네슬레의 경쟁력 저하가 이어질 경우 중대 결정이 불가피하다”며 공장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언론들은 입을 모아 “강성노조가 외국인 투자를 내쫓는다”며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쉽게 노사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제3국 투자처가 수두룩한데 이미 임금 경쟁력까지 떨어지는 한국에 매력을 느끼겠는가.”(9월 10일자 사설)하고 네슬레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언론들의 집중포화에 노동자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외국 자본이 즉각 철수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명백한 과장이다. 거대한 생산 설비를 하루아침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봉틀을 이용하는 의류 제조업을 제외한다면, 공장 이전은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네슬레는 지난 6년 간 해마다 평균 2백억 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네슬레 상무 이완영은 “한국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인정했다. 네슬레 사측은 단지 공갈 협박으로 “공장 철수”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네슬레 본사 대변인 프랑수아 자비에 페루는 9월 3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네슬레 본사는 한국에서 철수할 계획이 분명히 없다”고 말했다.
회사측의 교섭 회피, 파업 장기화, 언론의 공세에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단호하게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조합원의 98 퍼센트가 파업에 동참했으며 7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이탈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노동자들은 고립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연대 투쟁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9월 15일 청주 공장 집회에서 민주노총 충북도지부장은 “민주노총 충북도지부는 네슬레 노동자들의 파업에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하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