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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의 동성애 혐오 선동에 맞서야 하는 이유

오랜만에 ‘동성애’가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하나같이 다 경악스러운 내용이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규탄(?)하는 〈조선일보〉 광고는 말할 것도 없고, 교도소에서는 동성애가 나온다는 이유로 〈인생은 아름다워〉 방영을 중단했다. 대형교회에서는 동성애 퇴치를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우익의 역겨운 동성애 혐오 광고에 붙여진 항의 메시지들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지라’며 끔찍한 편견을 부추기는 몰상식한 광고를 실은 자들은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이하 바성연)이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주장을 누가 받아들일까 싶겠지만 동성애가 비정상이고, 에이즈가 동성애 때문에 전염된다고 여기는 것이 이 시대의 지배적 사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혐오범죄가 보도된 바는 매우 적어서 ‘혐오 조장’의 공포가 아직 직접적으로 다가오진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자신이 동성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룸메이트가 몰래 찍어 전 세계에 생중계한 것 때문에 18세의 대학생이 투신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며칠 뒤 뉴욕에서는 갱단이 동성애자 세 명을 가두고 고문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한국에서도 청소년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상담게시판을 보면 많은 자살 상담이 올라온다. 국내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청소년 동성애자 70퍼센트 이상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이 중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절반 가까이나 된다. 불특정 다수의 혐오의 대상,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동성애자들에게 골방에 처박혀 세상으로 나오지 말라는 것과 같다.

‘바성연’의 말도 안 되는 논리는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많은 논자들이 조목조목 비판했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들은 왜 동성애 혐오를 선동하는가? 그것이 문제다.

우선 이 자들은 성적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두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허용법’이라며 게거품을 문다. 이 자들은 다시 상정될지도 모를 차별금지법안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이 불순한 시도에 맞서 싸우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자들이 조장하고자 하는 성적 보수주의와 도덕주의가 여러 민주적 권리를 갉아먹으려는 시도와 연결돼 있다는것을 봐야 한다.

1980년대 초 미국 레이건 집권 당시 에이즈를 ‘게이 돌림병’, ‘변태적 성행위에 대한 하나님의 천벌’ 등으로 규정하며 혐오를 조장했던 역사가 다시 재현되려는 것이다.

에이즈 공포를 이용해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낙태권 공격, 노동자 권리 축소, 인종차별 강화 등 사회 전반의 보수화라는 맥락 속에서 일어났다.

동성애자들은 다시 골방으로 들어갔고, 직장에서 동성애자로 밝혀진 노동자들은 바로 해고당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던 시기였다. 그동안 쟁취했던 민주적 권리들이 후퇴한 것이다.

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금 이런 악몽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끔찍할 따름이다. 우리는 결코 그때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자들에 맞서 동성애자 권리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자신조차 드러낼 수 없는 극심한 억압 속에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폭넓은 연대가 형성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주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는 낙태권을 위해 투쟁하는 여성 활동가들과 이주노동자들, 에이즈 환자들과 연대하는 의료인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우익의 선동에 맞서야 하는 지금,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가 함께 싸워야 할 이유가 충분함을 이해해야 한다. 동성애 혐오 반대 운동을 건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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